제목 | [구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엘리와 사무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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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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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4-01-17 | 조회수1,185 | 추천수0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엘리와 사무엘
엘리는 개인적으로 훌륭한 사제였지만, 불행한 끝을 맞습니다. 이유는 두 아들의 비행에 있었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두 아들에 대한 엘리의 처신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들들이 악행을 저질러 백성 사이에 나쁜 소문까지 퍼졌지만, 엘리는 그들을 호되게 꾸짖는 경고나 사제직을 맡지 못하게 하는 징계를 하지 않아 부정부패가 지속되게 만든 것입니다(3,13). 그 죗값으로 이스라엘은 결국 ‘에벤 에제르’에서 일어난 전쟁에서 필리스티아에 참패합니다. 군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주님의 계약 궤를 지고 나간 엘리의 두 아들도 이 전쟁에서 쓰러집니다. 사실, 계약 궤는 십계명을 보관한 상자이지만 주님의 왕좌를 상징하는 기물이었기에(4,4 참조) 이스라엘의 사기 진작을 위해 모시고 나갔던 것입니다. 에벤 에제르는 ‘도움의 반석’이라는 뜻인데(7,12) 이런 의미의 장소에서 이스라엘이 패한 건 역설적이면서 의미심장합니다. 말하자면, 이 전쟁의 패배는 하느님께서 엘리의 두 아들을 치시기 위해 벌어진 일이라 할 수 있으니, 한 나라의 지도자가 백성에게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크다고 하겠습니다.
엘리의 이런 모습은 이후 사무엘에게서 반복됩니다. 사무엘은 엘리의 두 아들을 제치고 예언직과 사제직을 겸하는 후계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사무엘의 두 아들 역시 악행을 범해 백성에게 배척을 받는 탓에(8,1-5), 이스라엘 지도자의 자리는 사울이라는 새 젊은이에게 넘어가게 됩니다(10,17-27). 하지만 사무엘 역시 그에 대해 질투하거나 분노하지 않았습니다. 과연 그 스승에 그 제자였던 것이지요. 그 뒤 사무엘은 베들레헴의 다윗에게 가 기름을 붓고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웠으니, 훗날 다윗의 후손으로 오실 예수님의 길을 한참 전에 미리 닦은 ‘구약의 세례자 요한’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가 있다.
[2024년 1월 14일(나해) 연중 제2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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