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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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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02 조회수84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마태 8,23-27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배는 항구에 단단히 묶여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하고 평화롭습니다. 그러나 배는 항구에 묶어 두려고 만든 게 아니지요. 배는 항해하기 위해, 즉 거센 풍랑을 넘고 거친 파도를 헤치며 목적지로 나아가기 위해 만든 겁니다. 배가 바다 위를 항해하는 과정에서 폭풍우를 만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왜 폭풍우가 닥쳐오느냐며 불평 불만을 늘어놓고 걱정하는 것보다, 어떻게 해야 그 폭풍우에 잘 대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게 훨씬 더 현명한 일일 겁니다. 다행히 우리 그리스도 신앙인은 삶이라는 배를 혼자 타고가지 않습니다. 우리를 보살피시고 지켜주시며,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시는 ‘일등 항해사’이자 ‘최고의 선장’이신 주님께서 우리와 한 배를 타고 계십니다. 물론 그분께서 배 안에 타고 계신다고 해서 거센 풍랑이나 비바람이 우리를 피해가지는 않습니다. 배가 뒤집힐 정도로 크게 흔들릴 때도 있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할 때도 있지요. 그러나 그렇게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서도 우리 마음은 근심 걱정에 휘둘리지 않고 든든합니다.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며 나를 지켜주신다’는 믿음 덕분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나오는 제자들은 그런 믿음을 지니지 못했습니다. 호수에 큰 풍랑이 일어 배가 파도에 뒤덮이게 되자, 자기들이 주님과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권능의 주님께서 자기들과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망각해 버립니다. 눈 앞에서 자기들을 당장이라도 집어삼킬 것처럼 거세게 몰아치는 풍랑을 보고 두려움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신앙생활 하는 우리도 마찬가지지요.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고통과 시련이 눈앞에 닥치면 하느님의 존재를 잊어버리거나, 그분을 원망하며 멀어집니다. 또한 그 고통과 시련을 피하게 해주겠다는 세상과 사람의 힘에 기대고 의지해버려 하느님 말씀을 듣고 기도를 바치는 일에 소홀해집니다. 나와 함께 계시는 주님을 제대로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온전히 믿지 않으니 그분께 자신을 철저히 맡겨드리지 못하는 것이지요.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이 짧은 한 문장에서 제자들의 부족하고 약한 믿음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주님과 한 배를 타고 있으면서도 그분과 ‘운명공동체’가 되지 못했던 그들이었습니다. 주님과 함께라면 그분께서 주시는 것이라면 고통과 시련, 더 나아가 죽음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순명의 마음을 지녀야 하는데, ‘난 여기서 당신과 함께 죽고 싶지 않으니 나 좀 살려내라’며 주님을 닥달하고 있는 겁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님을 믿고 기도하기만 하면 그분께서 반드시 구해 주실거라고 믿는 건 아직 어린 아이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살고 죽는 것 모두를 주님께 온전히 맡겨드리고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그분 뜻에 따라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성숙한 믿음을 지닌 이들의 모습이지요. 그런 이들은 설령 죽더라도 절망하지 않습니다. 살든지 죽든지 주님의 뜻과 섭리 안에 머무름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주님 뜻 안에 항구히 머무르기만 한다면, 결국엔 믿음 안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답을 찾을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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