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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신심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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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05 조회수70 추천수4 반대(0) 신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신심미사] 마태 10,17-22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오늘은 한국인 최초의 사제이자 순교자이신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삶과 신앙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축일입니다. 오늘날은 서품을 받은 새 신부들이 많은 이들로부터 축하와 격려를 받으며 기쁨과 설렘 속에서 사목생활을 시작하지만, 김대건 신부님은 그러지 못하셨습니다. 10년 넘는 시간동안 먼 타국 땅에서 신학 공부를 하고 겨우 꿈에 그리던 고국에 돌아오셨지만, 당시 조선은 천주교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박해가 진행중이던 매우 암울한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언급하시는 시련과 고통의 상황이 딱 김대건 신부님의 이야기였지요. 가족끼리 서로를 팔아넘길 거라는 말씀처럼 김대건 신부님의 매형이 장인어른을 관아에 밀고하여 아버님이 순교하셨고, 어머니는 나이 어린 자식을 잃고 그 슬픔에 못이겨 실성한 사람처럼 떠돌이 생활을 하셨는데, 김대건 신부님은 신자들을 돌보느라 바쁘고 상황도 여의치 않아 그런 어머니를 보살펴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걱정과 근심에 아무 일도 손에 안잡혔을텐데, 김대건 신부님은 젊은 나이에도 믿음으로 중심을 잡고 의연한 모습을 보이십니다.

 

그 담대한 의연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비장한 ‘각오’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을 미리 각오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며 대비하셨기에, 그런 상황이 닥쳐도 당황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담대히 대처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가 보통 자신에게 닥쳐올 어떤 상황을 대비하며 갖는 태도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지요. 하나는 ‘기대’이고 다른 하나는 ‘각오’입니다. 둘의 차이가 있다면 각오는 부정적인 상황 즉 ‘악’을 대비하는 것이고, 기대는 긍정적인 상황 즉 ‘선’을 대비한다는 점입니다. 대비하는 것이 다르니 둘 중 어느 것을 마음에 품고 있는가에 따라 기도하는 내용도 다르지요. 선을 기대하는 사람은 자기 앞날에 좋은 일이 있기를, 그리고 안좋은 일은 생기지 않기를 기도할 것입니다. 그러다 기도한대로 되지 않으면 크게 실망하여 거기에 담긴 하느님의 의도와 뜻을 알아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반면 악을 각오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안좋은 일이 닥치더라도 그것을 감당하고 끝까지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십사고 기도할 것이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 기도를 통해 얻은 힘을 발판 삼아 의연하게 대처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김대건 신부님의 모습인 것이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쉽고 편한 길보다는 어렵고 힘든 길, 그러나 보람되고 가치있는 길을 기꺼이 선택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 길은 때로 감당하기 버거운 고통과 시련을 동반하지만, 그 고통과 시련을 통해 우리는 인내를 배우고, 그 인내는 영원한 삶을 갈망하도록 우리 마음 속에 참된 희망의 씨앗을 심습니다. 그리고 그 희망은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그 희망은 하느님과의 온전한 일치를 통해 그분께서 주시는 가장 좋은 것들을 맘껏 누리는 은총과 영광의 상태, 즉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궁극적으로 희망하는 ‘하느님 나라’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걸어가신 그 믿음의 길, 인내의 길, 희망의 길을 우리 또한 끝까지 걸어가야겠습니다. 신앙의 길은 끝까지 걸어야만, 그 끝에 있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야만 비로소 의미있는 길이 됨을 마음에 새깁시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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