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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0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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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23 조회수78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20주간 금요일] 마태 22,34-40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바리사이면서 율법교사인 한 사람이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묻습니다.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 당시 유다 사회에서는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부족하고 약한 인간으로써는 613개나 되는 율법 조항들의 내용을 글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다 기억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기억한다고 해도 고된 세상살이에 치여 하루 하루를 사는 것만해도 버거운 일반 백성들은 각각의 규정들을 일일히 다 지키기가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한 규정의 내용의 다른 규정의 내용과 배치되는 경우도 있었기에 모든 규정을 다 지키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랬기에 가장 중요한 핵심 계명 몇가지라도 제대로 지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에 따라 어떤 계명이 가장 크고 중요한지를 가려내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중이었던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예수님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이 무엇이냐’고 물은 것은 그분을 그 논쟁 안으로 끌고 들어가 트집 잡고 비난할 구실을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커먼 속내를 모르실 예수님이 아니지요. 그가 원하는대로 율법 규정들을 그 중요성에 따라 순서매기는 대신,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계명과 굳이 다 안지켜도 되는 부수적인 계명을 구분하는 대신, 율법 규정에 담긴 근본 정신이 ‘사랑’임을 상기시키십니다. 즉 하느님께서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시어 구원으로 이끌기 위해 주신 이정표가 바로 ‘계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사랑을 마음에 새기고, 그분께 받은 큰 사랑에 감사하며 보답하는 마음으로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나만큼이나 사랑하시는 존재인 나의 이웃을 나 자신처럼 아끼고 사랑함으로써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하느님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을 채우라고 하십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가장 먼저 언급하신 ‘하느님 사랑’의 내용은 그다지 새롭거나 특별할 게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씀은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신명 6,4-5)는 신명기의 내용을 인용하신 것이었을 뿐이지요. 또한 대부분의 유다인들은 그 신명기의 구절이 담긴 ‘쉐마 기도문’을 날마다 두 번씩 바치고 있었기에 모두가 그 내용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느님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것은 율법의 근본정신인 ‘사랑’을 잊어버리고, 거기 담긴 ‘글자’에만 집착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율법을 글자 그대로 철저히 지킴으로써 자기가 구원받을 생각만 했기 때문입니다. 즉 율법규정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사랑은 사라지고 이기심만 남다보니 나아갈 길을 잃고 오해와 미움, 시기와 질투 속에서 방황하게 된 것이지요.

 

우리가 실천해야 할 계명의 근본정신은 사랑입니다. 예수님이 알려주신 첫째 계명인 ‘하느님 사랑’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실천해야 할 세부적인 사랑들의 ‘기준’이 됩니다.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시기 때문입니다. 한편, 둘째 계명인 ‘이웃 사랑’은 가장 중요한 계명인 하느님 사랑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기회이자 장이 됩니다. 이웃을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하는가에 따라 내가 하느님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가 드러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하느님 사랑은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우리 마음가짐을 준비시키고, 이웃사랑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되어 완성에 이른다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결국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우리가 실천해야 할 사랑의 개별 항목이 아니라, 사랑의 근본이자 핵심이 되는 두 얼굴인 셈이지요. 그러니 전례에 거룩하고 엄숙하게 참여하는 것만 신경쓰며 ‘나는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말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신앙생활의 기본인 미사에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이웃에게 자선을 베풀면 되는거 아니냐’고 말해서도 안되겠습니다. 우리 믿음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두 다리가 있어야 굳건하게 설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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