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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8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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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10-18 조회수346 추천수6 반대(0)

예전에 이런 질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닭이 먼저입니까? 계란이 먼저입니까?’ 생물학적으로는 밝힐 수 있는 문제이지만 그 질문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도 가끔 합니다. ‘엄마가 좋으니, 아빠가 좋으니!’ 아이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순간 당황할 것입니다. 엄마가 곁에 있으면 엄마가 좋다고 할 수 있고, 아빠와 함께 있으면 아빠가 좋다고 할 수 있고, 엄마와 아빠가 같이 있으면 엄마와 아빠 모두 좋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분법이라는 사고에 익숙해 있습니다. 낮과 밤이 있고, 선과 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자와 가난한 이가 있고, 건강한 이와 아픈 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분법적인 사고는 사물을 이해하기 쉽고, 정의 내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분법적인 사고는 나와 상대를 가를 수 있고, 적과 아군을 나눌 수 있고, 때로 분열과 갈등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의 기준은 하느님의 영광이 되어야 합니다.


같은 병원에 두 명의 환자가 있었습니다. 두 명의 환자는 모두 현대의 의학으로는 치료하기 힘든 질병을 얻었습니다. 한 명은 에이즈였습니다. 다른 한 명은 말기 암이었습니다. 하지만 병을 대하는 태도는 서로 달랐습니다. 에이즈에 걸린 환자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젊어서 방탕한 생활을 하였고, 하느님께서 그런 나에게 벌을 주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환자는 세상이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하루하루가 근심과 걱정이었고, 사람들을 피하였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가둬둔 체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말기 암에 걸린 사람은 다르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동안 건강을 주셨던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암이란 병이 생겼기 때문에 삶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감사하였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환하게 웃었고, 자신보다 더 아픈 환자들을 위로하였습니다. 편안하게 삶을 정리하였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지하면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15년 전의 일입니다. 칠레의 산호세 광산에서 구조작업이 있었습니다. 600미터 깊이의 지하 갱도에서 69일간 갇혀있던 33명의 광부가 구조되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이 될 수 있었던 어두운 지하에서 구조된 광부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칠레의 정부와 국민은 모두 한마음이 되어서 구조되는 광부들을 환영하고 기뻐하였습니다. 구조된 광부의 말이 제게는 큰 감동이었습니다. ‘우리는 33명이었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34명이 함께 있었습니다. 또 다른 분은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믿음은 굶주림을 이길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지켜주신다는 믿음은 어두운 갱도에서 희망을 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도와주시기에 69일은 마치 하룻밤과도 같을 수 있었습니다. 광부들은 어두운 지하에서 구조될 때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먼저 올라가십시오. 저는 나중에 올라가겠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어두운 지하에서 69일을 견딜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회당이나 관청이나 관아에 끌려갈 때, 어떻게 답변할까, 무엇으로 답변할까, 또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성령께서 그때 알려 주실 것이다.” 칠레의 광부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행동으로 실천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시련과 고난 앞에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저의 모습과는 다른 삶입니다. 신앙생활은 먼 미래를 위한 선택이 아닙니다. 신앙은 지금 이곳에서 나의 삶이 변화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변화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십니다. 하느님의 기쁨은 바로 우리들의 변화입니다. 고독과 절망 속에서 희망의 빛을 보는 것입니다. 근심과 걱정 속에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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