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아가: 제작 연대와 정경상의 논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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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0-07-26 | 조회수3,780 | 추천수1 | |
[김혜윤 수녀의 성서말씀나누기] 아가 (3) : 제작 연대와 정경상의 논란
일종의 노래모음인 아가서, 사랑이 주는 아픔 표현해
성서에 등장하는 여러 주제 중, 가장 두드러지는 주제는 뭐니 뭐니 해도 「사랑」이다. 가장 보편적인 것, 평범해서 일반적인 것, 그래서 너무도 익숙한 것, 「사랑」에서 삶의 진리와 구원을 이끌어내는 구도와 설정이야말로 성서가 가지는 최고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다.
아가의 주제 역시 사랑이다. 구체적인 어느 누구의 연애담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기다리고, 또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그런 보편적 감정으로서의 사랑에 대한 노래인 것이다. 아가를 한 개인의 연애담으로 이해할 때, 이 책의 정경상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된다. 이번 주에는 아가의 제작 연대와 정경상의 논란, 그리고 간단한 줄거리를 살펴보기로 한다.
연대
아가서는 일종의 「노래모음」이다. 때문에 그 저술 연대를 추정하기 매우 어렵다. 문자가 생기기 이전에, 그리고 그 노래가 문자화되기 이전에, 이미 멜로디나 노래는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가 6, 4~7에 등장하는 「디르사」는 옴리가 사마리아를 선택하여 신도시화하고, 이곳에 전격적인 천도를 단행하기 이전까지 북 이스라엘의 수도였던 도시이다(1열왕 16, 23~24 참조). 따라서 그 연대는 기원전 9세기까지 소급되고, 이 노래가 유배 훨씬 이전에서부터 기원했음을 암시해준다.
또한 여주인공이 연인의 아름다운 눈을 묘사하기 위해 적용한 「헤스본의 못」(아가 7, 5) 역시 솔로몬시대부터 존재했던 장소이다. 그러니 아가의 기원은 기원전 10세기경, 혹은 그 이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야 옳다. 그러나 아가에서 발견되는 아라메아적 영향과 페르시아(5세기), 그리스(3세기)적 단어들은 이러한 결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결국 아가는, 부분적으로는 매우 고대의 노래들까지 섭렵하고 있지만, 그 최종적 편집과 집대성은 유배 이후에 이루어진 작품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정경상의 논란
세속적이고 관능적 분위기까지 풍기는 아가서가 어떠한 경위와 과정을 통해 경전에 속하게 되었는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아가를 솔로몬의 오래된 작품으로 여겼다는 점과 아가에 등장하는 남녀간의 사랑을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사랑으로 해석하려했다는 점이, 문제적 내용을 무마시키는데 큰 요인으로 작용했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이러한 정황은, 히브리 경전 목록을 최종적으로 규정했던 얌니야회의에서, 랍비 아키바가 한 말을 통해서 잘 제시되고 있다.
그는 『아가가 이스라엘에 주어진 날이 온 세상을 얻은 날보다 더 가치 있다. 왜냐하면 모든 문서들이 거룩하지만 아가는 거룩한 것 중 거룩하다』(bYadaim 3, 5)라고 언급할 정도로 아가를 극찬했기 때문이다.
아가는 이렇게 그 내용상의 문제 때문에 어렵게 경전안에 들어왔지만, 그 논란은 초세기 교회 안에서도 여전히 계속되었다. 그러나 많은 교부들에 의해 아가의 진정한 의미와 종교적 가치가 주장됨으로써 여러 난관을 극복하게 된다. 현재 우리교회는 아가를 미사경본과 성무일도에 자주 인용(성모 마리아 축일, 성녀들의 축일, 막달라 마리아의 축일 등)할 정도로, 이 책의 정경적 가치를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간추린 줄거리
아가는 사랑에 빠진 한 여인의 노래이다. 물론 이 작품에는 그녀이외에도 연인인 남자 주인공과 합창단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 중 가장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이는 여자 주인공이다. 중심인물답게 그녀는 첫 장면과 마지막에 등장하여 서두와 대미를 장식한다. 이 이야기의 갈등구조는 여주인공인 그녀가 원하는 만큼 쉽게 연인을 만날 수 없다는데서 발생한다. 사랑하는 연인을 마음에 품고 있기에, 그는 언제나 그녀 주변에 「존재」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직접 만날 수 없기에 또한 언제나 「부재」한다. 사랑하는 이의 현존과 부재라는 갈등상황과 그로인한 간절함이 이야기의 역동적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존과 부재, 그리고 슬픔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에 매이게 되는 것은, 그 사랑이 주는 「기쁨」 때문이 아니라 그로 인한 「아픔」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사랑은 기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슬픔에서 시작되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아가에 등장하는, 사랑의 현존과 부재 모티브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고통이 된다. 그러나 어찌하나, 불가능과 부조리야말로 모든 사랑이 가지는 본질적 딜레마이거늘…. 당신 생각은 어떤가?
[가톨릭신문, 2004년 9월 12일, 김혜윤 수녀(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 광주가톨릭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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