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상징] 화: 지혜로운 이는 화를 가라앉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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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0-10-30 | 조회수4,442 | 추천수2 | |
[성경 속 상징] (92) 화 : 지혜로운 이는 화를 가라앉혀
- 하느님의 화는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다. 그림은 하느님의 노여움으로 무너진 '바벨탑'(피에테르 브뤼겔 작, 1563년)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베트남 승려이자 시인, 평화 운동가로 유명한 틱낫한 스님이 쓴 책 「화」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는 행복한 인생을 꿈꾼다면 화부터 다스리라고 권고한다.
평소에는 늘 웃고 지내다가도 상대방 말 한마디에 불쑥 화가 솟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평상시에도 마음속에 화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외부로부터 크고 작은 자극을 받으면 가만히 숨어 있던 화가 마음 한가득 퍼진다.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화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끓어오르는 분노에 상대방을 공격하고 악담을 퍼부어 화를 쏟아낸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화내는 사람의 마음에 몇 배의 화를 다시 쌓게 된다.
불쑥 솟아나는 화를 무조건 참아야만 할까. 그렇지는 않다. 화를 무조건 드러내는 것도, 화를 참고 속으로 삭이는 것도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화가 날 때는 하던 일을 멈추고, 충분한 시간 동안 호흡을 천천히 하며 자신을 들여다보도록 권한다. 그리고 화를 폭발시키기 전에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지니라고 조언한다. 순간의 감정을 화로 쏟아내고 나면 인간관계가 깨지기 쉽고, 대개의 경우 화를 낸 후로는 후회의 감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떠올리면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분이라는 기억이 제일 먼저 난다. 그런데 가끔 화를 내시면 평소와는 딴판으로 무척 무섭게 꾸짖고 벌을 주셨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은 아버지가 화가 나셨다 하면 무조건 줄행랑을 쳤다. 시간이 좀 흐른 후 집에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 싶게 아버지는 평온상태셨다.
요즘에는 우발적 폭력이나 살인이 점점 더 늘어난다고 한다. 욱하는 성질과 핏대를 억누르지 못해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방증이다.
성경에도 화에 대한 언급이 많다. 화를 잘 내면 다른 이와 언쟁이 잦아지고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 "우둔한 자는 화를 있는 대로 다 터뜨리지만 지혜로운 이는 화를 가만히 가라앉힌다"(잠언 29,11).
또 화는 이성적 힘을 약화시켜 본의 아닌 실수와 잘못을 가져온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싸움을 일으키고 성을 잘 내는 자는 죄를 많이 짓는다"(잠언 29,22). 또한 화는 자주 범죄로 이어지므로 결과적으로 하느님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화를 잘 내는 자는 벌을 받는다. 네가 그를 구해 주려 하면 화를 돋울 뿐이다"(잠언 19,19).
화를 쉽사리 내지 않고 기분 나쁜 일에 즉시 발끈하지 않으려면 대단한 용기와 이성적 힘이 필요하다. "분노에 더딘 이는 용사보다 낫고 자신을 다스리는 이는 성을 정복한 자보다 낫다"(잠언 16,32).
재미있는 것은 하느님도 화를 내시는 분으로 소개된다. "살아 계신 주님께서는 꾸짖고 가르치시려고 우리에게 잠시 화를 내시지만, 당신의 종들과 다시 화해하실 것이오"(2마카 7,33). 그러나 하느님의 화는 결국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시기 위한 것이다.
[평화신문, 2010년 10월 3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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