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마르코 복음서 다시 읽기2: 이야기를 통째로 읽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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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0-11-14 | 조회수4,259 | 추천수1 | |
[마르코 복음서 다시 읽기] (2) 이야기를 통째로 읽기
우리에게 익숙한 마르코 복음서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성경》에서 읽는 마르코 복음서는 여러 사건이 단락별로 나뉘어 있고, 각 단락에는 소제목이 붙여 있다. 그리고 우리가 미사 때 말씀 전례에서 읽는 복음서의 본문도 전례 시기에 맞춰 길지 않은 분량으로 나뉘어 있다. 이와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마르코 복음서의 모습은 짧은 여러 단락으로 잘려 있다.
그런데 부분으로 나뉜 마르코 복음서에 익숙하게 되면 전체 모습을 놓칠 수가 있다. 따라서 마르코 복음서에 대한 ‘다시 읽기(re-reading)’와 ‘문학적 읽기(literary reading)’를 시도하는 우리는 복음서 각 본문을 ‘세밀하게 읽기(close reading)’에 앞서 전체 복음서의 짜임새를 파악해야 한다. 즉 복음서에 대한 ‘전체 읽기(holistic reading)’가 필요하다. 복음서를 통째로 읽어야 한다. 이것은 마르코 복음서를 하나의 이야기로 읽는 우리의 방법론적 출발점과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복음서를 ‘이야기’로 읽을 뿐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다시 읽는다.
이야기의 줄거리 구성
마르코 복음서의 이야기는 다양한 등장인물 간에 특정한 배경 아래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하나의’ 이야기인 복음서는 사건을 각기 따로따로 분리된 것으로 나열하지 않고, 전체 짜임새 안에서 긴밀히 연결시킨다. 이 전체 짜임새가 바로 줄거리 ‘구성(plot)’인데, 그 중요한 요소가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conflict)’이다.
우리는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생기는 갈등을 중심으로 전체 줄거리 구성을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나눌 수 있다. 이야기의 시작 부분인 발단에서는 등장인물과 사건의 배경이 소개되고 갈등의 실마리가 제시된다. 전개에서는 등장인물들 사이의 갈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위기에서는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절정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마침내 결말에서는 갈등이 해소되고 전체 사건이 마무리된다.
이상 살펴본 이야기의 다섯 단계 줄거리 구성을 마르코 복음서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① 발단(1,1-13): 이야기의 주인공인 예수님이 소개되고,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시는 단계이다. 예수님께서는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광야에서 사탄의 유혹을 받으신다.
② 전개(1,14-8,26):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신다. 그분은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고 제자들을 부르며 많은 기적을 행하신다. 이 단계에서 반대자들과의 갈등이 시작된다. 예수님과 반대자들은 죄의 용서, 정결 예식과 식탁 친교, 안식일 규정 등으로 갈등을 일으킨다.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반대자들은 예수님을 해칠 음모를 꾸민다. “바리사이들은 나가서 곧바로 헤로데 당원들과 더불어 예수님을 어떻게 없앨까 모의를 하였다”(3,6). 한편, 예수님과 제자들의 갈등도 나타난다. 예수님의 부름에 응답하여 뒤따라 나선 제자들은 그분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분 행동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
③ 위기(8,27-13,37): 예수님과 반대자들, 제자들의 갈등은 베드로의 그리스도 고백(8,27-30 참조) 후에 점점 더 심화된다. 갈릴래아에서 활동하시던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는데, 그 길에서 제자들과의 갈등이 더 깊어진다. 특히 세 번에 걸친 예수님의 수난에 대한 예고 말씀과 그것에 대한 제자들의 거듭되는 몰이해에서 갈등이 잘 드러난다.
그리고 갈릴래아에서 시작된 예수님과 반대자들의 갈등은 예루살렘에서 더욱 고조된다. 특히 이 갈등은 계속되는 논쟁 사화에서 잘 드러난다. 예수님께서는 11,27-33에서 수석 사제, 율법 학자, 원로들과 권한 문제로, 12,13-17에서는 바리사이, 헤로데 당원들과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문제로, 12,18-27에서는 사두가이들과 부활 문제로 논쟁하신다. 예수님께서는 당시의 대표적 종교 정치 그룹들과 당대의 논란거리를 놓고 논쟁하신다.
④ 절정(14,1-15,47): 예수님과 다른 등장인물들 사이의 갈등은 14장 이후의 수난 사화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반대자들은 예수님을 죽일 음모를 꾸민다.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속임수를 써서 예수님을 붙잡아 죽일까 궁리하고 있었다”(14,1). 그들은 예수님을 체포하고 재판한 뒤 십자가형에 처한다.
한편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체포되실 때 그분을 버리고 도망가고(14,50 참조), 베드로는 그분을 부인한다(14,66-72 참조). 그래서 예수님께서 십자가형을 당하실 때, 제자들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한편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환호했던 군중은 그분을 십자가형에 처하라고 외친다. 이와 같이 예수님의 죽음에서 이야기의 갈등은 절정에 이른다.
⑤ 결말(16,1-20): 복음서 이야기는 예수님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기서 대반전이 일어난다. 바로 예수님의 부활 사건이다. 등장인물들 사이의 갈등 때문에 예수님께서 죽으시자 반대자들이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은 그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켜 세우신 하느님의 응답이다. 예수님의 길이 승리한 것이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당신을 배반했던 제자들을 새로운 만남으로 다시 초대하신다(16,10 참조). 이렇게 이야기의 마무리 단계에서 갈등은 해소되고 문제가 해결된다.
이와 같이 우리는 이야기의 줄거리 구성에 따라 마르코 복음서의 전체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즉 이야기의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단계에 따라 복음서의 전체 짜임새를 이해할 수 있다.
[성서와 함께, 2010년 8월호, 송창현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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