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마르코 복음서 다시 읽기5: 제자들의 뒤따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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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0-11-14 | 조회수4,220 | 추천수1 | |
[마르코 복음서 다시 읽기] (5) 제자들의 뒤따르기
1,16-20 읽기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호수에 그물을 던지고 있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를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예수님께서 조금 더 가시다가, 배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을 보시고, 곧바로 그들을 부르셨다. 그러자 그들은 아버지 제베대오를 삯꾼들과 함께 배에 버려두고 그분을 따라나섰다.”
마르코 복음서의 큰 주제 중 하나인 ‘예수님을 뒤따르기’와 관련하여 첫 번째로 읽을 본문은 1,16-20이다. 여기서 우리의 1차 관심은 제자들에게 집중될 것이다.
① 단락 나누기
본문 읽기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읽을 본문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단락을 나누는가? 일반적으로 복음서에서 새 단락은 새로운 등장인물의 소개, 장소의 이동과 시간의 변화에 대한 언급 등으로 시작한다. 그것은 상황 묘사에 해당하는데 단락을 나누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1,16은 새로운 단락의 전형적 시작이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호수에 그물을 던지고 있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를 보셨다.” 주인공 예수님과 새로운 등장인물인 시몬과 안드레아가 소개되고, ‘갈릴래아 호숫가’라는 새로운 공간적 배경이 언급된다. 그리고 1,21은 “그들은 카파르나움으로 갔다. 예수님께서는 곧바로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셨는데”로 시작하는데, 새로운 장소인 카파르나움과 회당이 소개되고 시간적 배경인 안식일이 언급된다. 즉 21절은 단락의 시작이다. 따라서 16절에서 시작한 본문은 또 다른 새 단락이 시작되기 전인 20절에서 끝난다. 이와 같이 우리는 1,16-20의 본문을 문학적으로 단일한 단락으로 볼 수 있다.
② 본문 자세히 읽기
하나의 문학 장르인 복음서에 사용된 문학 양식은 다양한데, 크게 둘로 나누면 ‘예수 말씀 양식’과 ‘예수 사화(史話) 양식’이다. 그중에서 예수 사화 양식에는 예수님께서 제자를 부르신 이야기인 소명 사화, 반대자들과의 논쟁 이야기인 논쟁 사화, 병자와 불구자를 고치신 치유 기적 사화, 악령을 내쫓으신 구마 기적 사화, 죽은 사람을 살리신 소생 기적 사화, 자연과 관련된 자연 기적 사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관한 수난 사화 등이 있다. 이 분류에 따르면 본문의 문학 양식은 소명 사화(召命史話)다.
본문은 두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번째 장면은 16-18절이고 두 번째 장면은 19-20절이다. 두 장면은 ‘상황 묘사, 부르심, 응답’이라는 동일한 문학 구조를 가진다.1)
첫 번째 장면의 상황 묘사(16절)에는 사건이 일어날 공간적 배경이 제시되고 등장인물이 소개된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paravgwn) 시몬과 안드레아를 보셨다(eiden). 그분은 제자들을 부르시기 전에 그들을 보셨다. 시몬과 안드레아는 그들의 이름으로 불리고 가족 관계로 소개된다. 그들은 그물을 던지고 있었다. 즉 그들은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첫 제자를 부르신 사건은 일상의 자리, 삶의 현장에서 일어난다.
부르심(17절) 부분에는 예수님의 말씀이 직접 인용된다. 부르심의 핵심 내용은 예수님께 나아가는 초대, 그분과 관계하는 초대이다. 예수님과 관계없이 살던 사람들을 그분의 친교 공동체로 초대하는 것이다. 이것은 삶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고기를 잡던 어부가 사람 낚는 어부로 변화되는 것이다.
응답(18절) 부분에서 부사 ‘곧바로(eujquv?’는 부르심 받은 제자들의 즉각적 응답을 표현한다. 그리고 이 응답은 ‘버리다(ajfivhmi)’와 ‘뒤따르다(ajkolouqevw)’는 동사로 표현된다. 버림은 뒤따름의 조건이고 뒤따름은 버림의 목적이다.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동사 ‘뒤따르다’다. 이는 마르코 복음서에서 ‘제자가 되다’를 의미한다.
두 번째 장면의 상황 묘사(19절)는 첫 번째 장면의 상황 묘사와 매우 유사하다. 예수님께서는 조금 더 가시다가 야고보와 요한을 보셨다(eiden). 예수님께서 부르실 이들을 먼저 보셨다.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도 그들의 이름으로 불리고 가족 관계로 소개된다. 그들은 배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그때까지 살아왔던 방식대로 살고 있었다.
부르심(20ㄱ절) 부분에서는 첫 번째 장면의 자세한 부르심 내용과 달리 ‘부르셨다(ejkavlesen)’는 동사로 표현된다. 응답(20ㄴ절) 부분에서 제자들은 아버지를 버려두고(ajfivhmi) 예수님을 따라나섰다. 여기서 우리는 버림과 뒤따름의 관계를 발견한다.
본문의 구조에 따라 자세히 읽은 다음에는 본문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그물을 던지고 있던 시몬과 안드레아는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뒤따랐다. 그리고 그물을 손질하고 있던 야고보와 요한은 아버지를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라나섰다. 이 변화는 누구 때문에 일어났는가? 그것은 그들을 당신의 제자로 부르신 예수님의 초대에 의해 일어났다. 즉 예수님과 제자들의 만남에서 주도권은 예수님에게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제자들의 긍정적 응답에 의해 일어났다. 이 응답은 예수님 없는 삶을 버리고 예수님과 관계 있는 삶, 그분의 공동체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③ 문맥 살피기
본문(text)을 자세히 읽었으니 이제 본문의 전후 문맥(context)을 살펴보자. 본문 바로 앞의 단락(1,14-15)에서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에서 활동하기 시작하신다. 15절에는 예수님의 복음 선포 내용이 요약되어 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이 구절과 바로 뒤이어 나오는 본문은 어떤 관계일까?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에서 처음으로 복음을 선포하신 후 하신 첫 번째 일은 어부 네 사람을 제자로 부르신 것이다. 다시 말해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선포하신 하느님의 나라를 위해 투신할 제자들을 부르신 것이다. 하느님 나라는 그것을 위해 일할 사람들을 필요로 하며, 제자들의 사명은 바로 하느님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의 부르심에 즉각 뒤따라 나선 제자들은 15절에서 초대하신 회개와 믿음의 참된 모범이 된다.
그리고 바로 뒤이은 21절 “그들은 카파르나움으로 갔다”에서 주어는 3인칭 복수인 ‘그들은’이다. 마르코 복음서가 시작된 후 예수님께서는 항상 단수 주어로 등장하신다. 그러나 첫 네 제자를 부르신 후에 예수님께서는 이제 그들과 공동체를 이루신다. 그리고 첫 제자들인 시몬, 안드레아, 야고보, 요한의 위치와 역할은 복음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드러날 것이다.
④ 자기 것으로 하기
본문을 읽는 오늘의 그리스도인 독자는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뒤따라 나섰던 제자들의 행동에 공감(sympathy)하게 된다. 복음서의 제자들이 부르심과 응답을 체험했듯이 오늘의 그리스도인도 예수님의 부르심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체험이 있다. 더욱이 독자는 제자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들과 동일화(identification)한다. 그래서 제자들의 탁월한 모범에 독자는 긍정적 반응을 나타내며 예수님 뒤따르기의 모델인 제자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현실을 되돌아본다. 우리는 예수님의 부르심에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가? 그분을 뒤따르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
[성서와 함께, 2010년 11월호, 송창현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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