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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작은 아들을 편애한 리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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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12-14 조회수3,378 추천수1

[성서의 인물] 작은 아들을 편애한 리브가

 

 

리브가는 이사악의 아내다. 이사악과 리브가의 만남과 결혼은 아주 신비롭고 극적이었다. 아브라함은 나이가 들자 아들 이사악을 결혼시키기로 작정했다. 아브라함은 가장 믿는 늙은 종에게 명령을 했다. “너는 먼저 하느님께 맹세하거라. 그리고 며느리감은 이곳 가나안이 아닌 나의 옛 고향에서 데리고 오너라. 하느님이 너의 앞길을 인도하실 것이다.”

 

아브라함의 늙은 종은 낙타 열 마리에 귀한 선물을 싣고 긴 여행 끝에 나홀의 성에 도착했다. 그는 성밖 샘터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사악의 아내될 사람을 만나도록 하느님께 기도를 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아브라함의 며느리감 기준을 정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에게 물을 줄 뿐 아니라 낙타에게도 물을 주는 아가씨가 바로 이사악의 아내감이 되는 것이었다. 이때 리브가가 항아리를 메고 물을 길으러 샘터로 나왔다. 늙은 종이 리브가에게 “아가씨 목이 마르니 물을 좀 주시오”라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할아버지 어서 물을 마시세요…” 하면서 자신이 떠온 물을 기꺼이 건네주었다. 뿐만 아니라 낙타들에게도 실컷 물을 마시도록 물을 길어와서 갈증을 씻어주었다. 리브가는 이처럼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물을 기쁘게 길어줄 만큼 사려깊은 여성이었다.

 

늙은 종은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며 리브가와의 만남을 감사드렸다. 그리고 늙은 종은 리브가의 집으로 인도되었고 그간의 모든 경위를 리브가의 가족들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든 만남의 인도자는 하느님이심을 믿었다. 다음날 늙은 종은 리브가를 데리고 떠나겠다고 했다. 그러자 리브가의 어머니와 오빠는 열흘만 같이 지내겠다고 만류했다. 그래서 리브가의 태도로 결정하기로 했다. 가족들이 리브가에게 “이 어른과 떠나겠느냐?”라고 물었다. 리브가는 “예 지금 떠나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어리고 착한 리브가였지만 그녀의 적극적인 성격이 단적으로 나타나는 대목이다. 어떻게 보면 당돌하게도 느껴진다. 결국 리브가는 늙은 아브라함의 종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신랑을 향해 먼길을 떠났다.

 

이렇게 이사악은 아내 리브가와 운명적으로 만남을 갖게 된다. 드디어 리브가는 오랜 여행 끝에 남편될 이사악을 만나자 급히 너울을 꺼내어 얼굴을 가렸다. 신부가 신랑 앞으로 가기 전 너울로 얼굴을 가리는 것은 오래된 당시의 관습이었고 남편에 대한 복종과 겸손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이사악과 리브가는 결혼을 하고 쌍둥이 아들을 두었다. 큰아들은 피부가 붉고 털이 많은 에사오였고 작은아들은 조용한 성격의 얌전한 야곱이었다. 그런데 이사악은 에사오를 리브가는 야곱을 더 사랑했다.

 

리브가의 적극적인 성격은 야곱이 장차 축복받을 때 잘 나타난다. 이사악은 나이가 들어 시력도 약해졌다. 어느날 에사오를 불러 사냥을 해 별미를 만들어오면 죽기 전에 정성을 쏟아 복을 빌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부자간의 약속의 말을 엿듣고 야곱에게 알려준 이는 바로 어머니 리브가였다.

 

“야곱아! 네 형에게 아버지의 축복을 빼앗길 순 없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거라. 염소 새끼 두 마리를 끌고 오면 내가 아버지 입맛에 맞게 요리를 해 줄터이니 그것을 네가 아버지께 드리고 축복을 받거라….”

 

“어머니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아버지가 눈이 안보이시지만 저는 형처럼 몸에 털이 없으니 금방 아버지가 눈치채실 거예요. 그러면 저는 복은 커녕 저주를 받게 될 것입니다. 저는 못하겠습니다.”

 

“야곱아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질테니 걱정하지 말고 이 어미가 시키는 대로만 해라. 저주를 받아도 내가 받으마….”

 

리브가는 염소요리를 하고 염소털로 야곱의 손과 목을 감아주어 이사악에게 들여보냈다. 주저하는 야곱의 등을 떠밀어 결국 아버지의 축복을 형 대신 받아내게 했다. 교활하고 비상한 방법으로 축복을 가로챈 것이다.

 

리브가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야곱은 장자권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성서에서 야곱은 꾀많고 지혜로운 인물로 묘사되는데 어머니의 영향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리브가는 자신의 생각과 방법대로 하느님의 예정된 축복의 방향을 자신이 편애하는 야곱에게로 바꾸었다. 그러나 그러한 리브가의 행동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을 안겨 주었다. 결국 형제는 불목하게 되고 사랑하는 야곱은 자신의 곁을 떠나고 다시는 야곱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작은아들을 지나치게 사랑했던 어머니 리브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작은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리브가였지만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괴로움과 고통을 자초했고 큰아들과 아버지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안겨주었다. 리브가가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평화신문, 1999년 7월 2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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