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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열정적 사랑의 소유자 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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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12-14 조회수3,608 추천수1

[성서의 인물] 열정적 사랑의 소유자 야곱

 

 

어떻게 보면 단순하지 않은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다. 출생 때부터 쌍둥이로서 형 에사오의 발목을 잡고 태어났으니 출생부터 시작해서 그는 기복이 심한 삶을 살았다. 그에게는 ‘사기꾼’ ‘모사꾼’이란 다소 부정적 이미지가 있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열정적이고 끈기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분명히 불타오르는 듯한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나 세속적인 삶 모든 것에 열정적이었다. 특히 젊은 시절 야곱은 열정적 사랑의 소유자였고 노력하는 끈기있는 인물이었다.

 

야곱은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라헬과의 만남 자체도 극적이었다. 야곱은 형 에사오에게서 장자권을 탈취하고 후환이 두려워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망쳤었다. 그곳에서 야곱은 라헬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앞뒤 가리지 않고 격정적인 사랑에 빠져 버린 사람들은 때로는 비이성적이고 분별없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때로는 사랑에 목숨을 걸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부질없어 보이기도 한다.

 

라헬과의 첫 만남은 우물가에서 극적으로 이루어진다. 우물가는 분명히 사건(?)이 일어나는 현장인 것 같다. 그리고 야곱은 그녀가 외삼촌의 딸임을 알게 되었다. 타향에서 극도로 지쳐있던 야곱이 아리따운 여인 라헬을 만나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그는 그녀에게 쉽게 마음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어렵고 힘들 때 조금만 힘이 되어주어도 고맙기 그지없다. 야곱은 라헬과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라헬을 얻기 위해서 야곱은 외삼촌 집에서 머슴처럼 불철주야 열심히 일했다. 그러면서도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절로 솟았다. 칠년이 마치 하루처럼 지나갔다. 야곱은 그렇게도 고대하던 라헬과 혼인식을 치르고 첫날밤을 보내고 난 후 아연실색하고 만다.

 

“어라! 당신 누구야? 당신 라헬의 언니 레아가 아니오?” “죄송합니다. 저는 아버지의 말씀을 따랐을 뿐입니다….” 야곱은 분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한편으론 어이없기도 했다. 신부가 바뀐 것 을 알게 된 야곱의 표정은 넋 나간 사람 같았을 것이다. “아니 어제 내가 술에 취했을망정 어떻게 자매를 구별 못했는지….” 배신과 실망감에 빠진 야곱은 그 길로 외삼촌 라반을 찾았다. 그러나 라반은 야곱을 설득하여 또 다시 7년을 봉사할 것을 요구했다. 야곱은 그 순간 무엇을 생각했을까? 그 전에 자신이 형과 아버지를 속인 것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사람은 모든 것을 자신이 몸소 경험할 때 가장 가깝고 분명하게 느끼게 된다. 야곱은 어쩌면 인생사는 주는 대로 받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것을 조금은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야곱은 다시 ‘7년 머슴 계약서’에 동의했다. 라헬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으면 그 긴 시간을 다시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계산적이고 꾀많은 야곱이 14년이란 시간을 투자하고도 남을 만큼 라헬을 사랑했던 것이다. 요즘같이 인스턴트(?)식 사랑이 판치는 시대에 야곱의 사랑이야기는 신파극처럼 들린다.

 

사랑이야말로 희생과 노력없이 저절로 되지 않는다. 사랑은 감정으로 싹트고 시작되지만 의지와 노력 인내 없이는 절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야곱은 사랑의 진수를 보여준다.

 

[평화신문, 1999년 8월 29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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