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물] 순종적이고 끈기있는 부인 레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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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0-12-14 | 조회수3,479 | 추천수1 | |
[성서의 인물] 순종적이고 끈기있는 부인 레아
라헬과 비교해 언니 레아는 무척 온순하고 순종적이었다. 남편의 지나친 편애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남편을 위해 뒷바라지를 하고 자식을 키웠던 여성이었다. 레아는 남편이 라헬을 더 사랑한다고 질투하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아들을 더 많이 낳은 레아가 행복한 여성이었지만 한 여자로서는 불행했을 것이다. 여성은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지만 무엇보다 남편의 사랑을 받는 것이 큰 행복이다. 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비슷하다. 레아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평생을 남편 야곱이 자신의 동생 라헬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레아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녀는 나름대로 남편의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고 남편의 차별대우를 힘겹게 견디었을 것이다. 그러던 그녀가 아기를 잉태하여 첫아들을 낳았다. 그녀는 아기 이름을 르우벤이라 부르며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 희망했다.
“아! 야훼 하느님께서 나의 억울한 심정을 살펴주셨구나. 이제 아들도 낳았으니 나를 사랑해주겠지!” 그러나 첫아들을 낳은 후에도 야곱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 뒤 레아는 시므온과 레위를 낳고는 “이제 아들을 셋이나 낳았으니 남편도 별 수 없이 나한테 매이겠지!” 하면서 흐뭇해했다. 그러나 아들을 많이 낳아 남편의 사랑을 받으려 했던 레아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레아는 포기하지 않고 남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라헬에 대한 미움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보리 추수 때 레아는 큰아들이 밭에서 따온 자귀나무를 선물로 받았다. 그 나무는 임신 촉진제였다. 그 소식을 어떻게 들었는지 동생 라헬이 레아에게 달려왔다.
“언니 큰아들이 캐어온 자귀나무를 주구려. 나도 아들을 낳고 싶어. 언니 조금만 나누어줘요.” 그러자 레아는 라헬에게 발끈 화를 냈다. “야! 너 양심이 있니? 네가 남편도 빼앗아 독차지하고 무엇이 또 부족해서 내 아들이 어렵게 캐어온 자귀나무마저 달라고 생떼를 쓰는 거니?”
그동안 참아왔던 레아의 분노 즉 남편에 대한 섭섭함 라헬의 거침없고 예의 없는 행동 주위 사람들의 수군거림 등 자신이 받았던 상처들이 폭발한 셈이었다. 그러나 레아에게도 라헬 못지 않은 적극적이고 집요한 면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들이 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피를 나눈 자매이기 때문일까. 라헬은 언니 레아의 역정에 눈도 깜짝하지 않고 새로운 제안을 했다. “언니 자귀나무를 주면 오늘밤 남편 야곱이 언니와 동침하도록 할게요. 언니 어떡하겠어요?” 레아는 자귀나무를 갖고 거래를 시도하는 라헬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자 밭에서 돌아오는 야곱을 나가 맞으며 거리낌없이 이야기했다. “여보 오늘은 저의 집으로 오셔야 합니다. 내 아들의 자귀나무로 값을 치렀습니다.”
어떻게 보면 레아는 자신있고 당당하게 남편을 자신의 침실로 끌어들였다. 레아에게 소극적이거나 주저하는 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집요한 노력으로 인해 레아는 여섯째 아들까지 낳게 되었다. 그리고 레아는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잊지 않았다.
레아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희망했다. “내가 남편에게 여섯이나 아들을 낳아드렸으니 이제는 그분이 나를 사랑하시겠지.” 야곱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로 처절했다. 레아는 자신의 삶이 힘들고 어려웠어도 절대로 굴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의 고통의 원인이 남에게 있다고 원망을 드러내면서 살지도 않았다. 마음으로는 깊은 상처를 갖고 있었고 원망과 섭섭함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 역시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싶었던 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불행했던 결혼생활에서 그녀는 최선의 노력을 통해 고난을 극복하려고 애를 썼다. 그 끈질긴 노력은 결국 좋은 열매를 거두었다. 훗날 야곱이 죽으면서 레아 곁에 묻어줄 것을 유언했다. 남편 야곱 역시 레아의 성실함과 끈기 순종적인 마음을 인정한 것이다.
자신의 불행과 고난을 노력과 끈기 그리고 신앙으로 극복했던 레아 우리들의 보통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평화신문, 1999년 9월 1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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