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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빗나간 사랑 집착한 보디발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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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12-14 조회수3,512 추천수1

[성서의 인물] 빗나간 사랑 집착한 보디발의 아내

 

 

요셉이 미디안 상인에 의해 에집트로 팔려 간 곳은 파라오의 경호대장인 보디발의 집이었다. 하루아침에 야곱은 귀한 존재에서 낯선 이국땅의 노예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청년 요셉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히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자신에게 몹쓸 짓을 한 형들이 무척 미웠고 그들의 행동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아무리 해도 돌이킬 수 없었다. 요셉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안정되었고 자신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했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종살이를 하면서도 구김살 없이 부지런히 노력하는 아름다운 청년 요셉을 주인은 늘 흡족하게 생각했다. 어떤 일이든 요셉은 자신의 손에 닿는 것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요셉은 무척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을 지녔던 것 같다. 보디발은 그런 요셉을 심복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길 정도로 신임을 했다. 청년 요셉을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보디발의 아내는 그런 요셉에게 흑심을 품고 유혹을 했다. 매력이 있는 청년 요셉에 대해 유부녀인 보디발의 아내는 빗나간 사랑의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남편이 높은 직책에 있었던 보디발의 아내는 분명히 고독했을 것이다. 보통 자신의 일에 성공한 사람들이 일이나 가정 모두에 충실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화려하게 보이는 삶도 내적으로는 허전하고 고독할 수 있다. 보디발과 아내는 분명히 금실이 좋은 부부는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진실한 사랑을 갖고 있는 부부가 다른 이성에게 실제적으로 유혹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은 적다. 보디발 아내는 성공한 남편과 풍족한 재산을 지니고 다른 이의 부러움을 사는 삶을 사는 여인이었다. 적어도 외적 조건으로는 그랬다. 그러나 사실 행복은 조건보다 마음 상태가 중요하다. 그녀는 자신의 허전한 마음과 권태로움을 채워줄 상대로 요셉을 택했던 것이다.

 

그녀는 여러 번 요셉을 유혹했다. 그런데도 요셉은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젊고 활기 넘치는 요셉이 유혹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유혹의 강도와 방법이 더 강하고 집요했을 것이다. 사실 육체의 욕망을 인간적인 노력으로만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마님 안 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마님과 동침을 하는 것은 주인님께 배신하고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디발의 아내는 막무가내였다. 남녀 관계는 도망치면 더 따라가는 심리가 있는 모양이다.

 

어느 날 그녀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요셉의 옷을 붙잡고 침실로 가자고 꾀었다. 그러자 요셉이 황급히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런데 그만 그녀의 손에 요셉의 옷이 벗겨지고 말았다. 그러자 그녀의 사랑은 순간 미움과 증오로 돌변하고 말았다. 보통 사람들은 사랑과 미움은 동전의 양면같다고 한다. 자존심이 상할 때로 상한 보디발의 아내는 결국 요셉에게 복수를 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그녀는 집안 사람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글세 저 히브리 놈이 나를 겁탈하려 했어. 이 죽일 놈 배은망덕해도 유분수지 이놈아 올라갈 나무를 쳐다봐야지. 종 놈 주제에…” 결국 그 소동으로 요셉은 옥에 갇히고 말았다. 그런데 보디발은 아내의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은 것 같았다. 왜냐하면 아내의 말대로라면 죽음을 당해야 하는데 보디발은 요셉을 감옥에만 가두었다. 그녀의 평생 품행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에게 연민을 품은 것 자체는 사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이 누구를 미워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백번 더 낫지 않은가. 그러나 보디발의 아내는 진정한 사랑을 모르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상대를 소유하려는 욕구에만 집착했다. 그녀의 가장 큰 잘못은 자신의 처지를 망각한 것이었다. 반면에 요셉은 자신이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청년과의 멋진 인연조차도 짓밟아버리고 말았다. 차라리 만나지 않은 것이 더 좋았을 것 같은 관계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탐욕과 무지로 인해 만남의 축복을 파국으로 끝장내고 말았다. 그녀는 자신 속에 피어올랐을지도 모를 순수한 사랑의 향내를 순간에 잃어버린 불행한 여성이었다.

 

우리의 인생에서 모든 인연과 만남은 모두 값지고 축복스러운 것이다. 다만 내가 그것을 어떻게 가꾸고 유지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가 된다. 불행한 만남 빗나간 사랑의 소유자. 보디발의 아내는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이다.

 

[평화신문, 1999년 10월 17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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