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상징] 기적: 하느님 능력과 영광 드러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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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1-04-23 | 조회수3,426 | 추천수1 | |
[성경 속 상징] (109) 기적 : 하느님 능력과 영광 드러내
- 예수 그리스도가 물로 포도주를 만든 첫 번째 기적을 그린 '카나의 혼인잔치' (파울로 베로네세 작, 1562년).
얼마 전 영화 '루르드'를 보았다. 해마다 600만 명 순례객이 모여드는 프랑스 성모님 성지 루르드에 관한 영화다. 나는 루르드 성지에 관한 아름다운 풍경이나 기적에 관한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 영화는 거룩한 성지를 순례하는 이들이 목격한 놀라운 기적을 다룬다. 기적 앞에서 펼쳐지는 여러 가지 인간 본성을 철저히 드러내는 영화다.
여자 주인공은 별다른 믿음 없이 그냥 성지순례를 왔다가 우연히 기적을 체험한다. 그녀에게 일어난 기적 앞에 다른 환자와 보호자, 자원봉사자, 성직자들이 보이는 반응은 아주 다양하고 이기적이다. 사람들은 남에게 일어난 기적에 절망과 원망의 눈길을 보내고, 기적을 보고도 믿지 않으려 한다. 이들 모습은 다름 아닌 우리 안에 있는 모습이다.
사람들은 기적 앞에서도 시기와 질투에 눈이 멀어 사랑과 희망을 보지 못한다. 마지막 작별파티에서 오랫동안 흐르는 노래 'Felicita(행복)'는 많은 것을 상징한다. 결국 인간은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고, 우리의 일상이 기적이라는 메시지가 잘 투영된 영화였다.
기적은 한마디로 초자연적 계시의 표징이며, 하느님께서 비범하게 역사하시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사건을 의미한다. 구약성경에서는 모세와 여호수아의 생애, 모세 계약의 재건자들인 엘리야와 엘리사의 생애 동안에 기적 이야기가 집중된다.
이집트의 열 가지 재앙이나 사막에서의 기적들과, 약속된 땅의 정복에 관한 이야기들은 하느님의 초월성과 은혜로운 보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와 우리 조상들을 이집트 땅에서, 종살이하던 집에서 데리고 올라오셨으며, 우리 눈앞에서 이 큰 표징들을 일으키신 분이 바로 주 우리 하느님이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가 걸어온 그 모든 길에서, 또 우리가 지나온 그 모든 민족들 사이에서 우리를 지켜 주셨습니다"(여호 24,17).
기적은 하느님 능력과 영광을 드러내는 표징이다. "주님, 신들 가운데 누가 당신과 같겠습니까? 누가 당신처럼 거룩함으로 영광을 드러내고 위업으로 두렵게 하며 기적을 일으키겠습니까?"(탈출 15,11).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은 기적을 통해 예언자들이 선포했던 하느님 나라가 당신 자신 안에 이미 현존해 있음을 보여주셨다(마태 11,4-5). 기적은 회개와 신앙을 일깨워주는 도구가 되고, 사람들을 신앙으로 인도해주는 상징이 된다.
물론 기적 자체가 믿음의 전제 조건은 아니다.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앉아 회개하였을 것이다"(루카 10,13).
기적은 참다운 사도를 나타내는 표징이 된다. "나는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한결같이 인내하며 여러 표징과 이적과 기적으로 참사도의 표지들을 드러냈습니다"(2코린 12,12).
성경에서 기적이란 언제나 하느님께서 주도하시는 일의 상징이다. 중요한 것은 기적을 통해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이다. 예수님의 기적뿐 아니라 교회 많은 성인들의 기적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기적은 사람들을 신앙으로 인도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믿음의 조건은 아니다. 그래서 기적은 그 상징성이 중요하다.
[평화신문, 2011년 3월 20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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