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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어부 시몬, 예수님을 만나다, 루카 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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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4-29 조회수3,600 추천수1

‘만남과 관계’로 본 루카 복음 - 루카 5,1-11


어부 시몬, 예수님을 만나다

 

 

예수님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고자 오셨다. 베드로 사도는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로, 집이 있고 가정을 이루고 사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평범한 삶이 어느 날 그가 늘 고기를 잡던 그 호수에서 예수님을 만났을 때 결정적으로 바뀌게 된다.

 

루카 복음의 이 고기잡이 기적은 어디에 그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여러 의견이 있다. 믿음과 순명을 강조, 베드로와 교회의 선교적 사명에 더 힘을 실을 수 있는가 하면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을 부르심에 중점을 두기도 한다. 시몬과 예수님의 만남을 보며 우리 자신과 예수님의 관계를 돌아보고 일상의 분주함으로 식어진 마음에 다시금 불을 지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남

 

군중은 예수님이 계신 겐네사렛 호수 가까이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자 모여 들었다. 예수님은 군중에게 말씀하시며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물을 씻고 있는 어부들에게 시선이 머무신다. 그분은 어부들에게 다가가 시몬에게 그의 배를 이용할 수 있기를 부탁하신다. 시몬은 이미 예수님에 대해 듣고(4,14. 37), 그의 장모를 치유해 주셨던 예수님을 만난 적이 있었다(4,38-39). 그는 처음 예수님을 만났을 때 그분이 다른 라삐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고 많은 병자들을 치유하신다는 소문을 들었으며, 군중을 가르치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곤 하였다.

 

지금 시몬은 많이 고단하다. 밤새워 고기를 잡았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기에 그 피로는 다른 날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그는 예수님의 청으로 호수 위에 배를 띄운다. 복음 저자는 시몬이 자신의 피곤함을 뒤로 하고 예수님의 말을 따를 준비가 된 너그러운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다.

 

예수님은 ‘시몬의 배에 앉으시어 군중을 가르치신다’(3절 참조). 이 ‘앉으시다’라는 표현은 미래의 배인 베드로, 곧 교회 안에 주님께서 현존하심을 뜻한다. 시몬은 주의 깊게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다. 순간 그의 마음에 무엇인가가 스쳐 지나가지 않았을까? 아마도 어느 날 더 이상 고기를 잡지 않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군중에게 말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지는 않았는지!

 

이 이야기는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의 친절에 감사하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했으면, 예수님께서 군중을 보내고 당신도 떠나시고 시몬도 전처럼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 지난밤처럼 다시 고기를 잡으러 갔으리라. 그러나 복음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시작을 연다.

 

 

어부의 반응

 

예수님은 시몬을 향하여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4절) 하고 말씀하신다. 그물은 이미 깨끗이 손질되어 있다. 그러나 고기잡이하는 시간이 끝났다. 지금은 낮인데다 고기를 잡는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시몬은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5절) 하며 상황을 설명한다.

 

시몬은 예수님을 ‘스승님(epistates)’이라 부른다. 이는 ‘위에 있는 자’로 ‘인도하다, 안내하다’는 뜻을 지녔으며, ‘선생님(didascale)’보다 상대방을 더 높이는 존칭으로서 신약성경 안에서 루카만이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8,24. 45; 9,33. 49; 17,13). 시몬의 마음에 예수님은 보통의 선생이 아닌 훌륭한 스승이었던 것이다.

 

시몬은 밤새 고기를 잡으려고 필요한 모든 수고를 다했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여기서 시몬은 그의 경험과 예수님의 말 사이에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시몬은 망설였다. 예수님은 높은 지혜로 하느님에 대해 말씀하시는 스승이시지만 고기잡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뿐더러 경험도 없다. 그런 그가 평생을 어부로 살아온 시몬에게 인간적 논리를 넘어서는 요구를 하고 있다.

 

쉽지 않은 선택에서 시몬은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한다. 복음 저자는 이 이야기에서 세 번에 걸쳐 ‘말씀’을 강조한다(1. 4. 5). 군중에게 말씀하실 때 예수님께서 정확히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말씀은 분명 시몬의 마음을 움직였으리라! 시몬은 자신의 경험보다 예수님과 그분의 말씀을 선택했다.

 

 

베드로의 고백과 사도적 사명

 

당신을 신뢰하고 따른 시몬에게 예수님은 놀라운 일을 하셨다. 그물이 찢어지고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게 하신 것이다. 시몬은 하느님께서 하시는 커다란 힘을 보며(8절) 당황했다. 그는 많은 고기를 잡은 것이 어떤 행운이나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이 고기잡이 기적은 예수님 말씀의 신적 능력을 나타내며 그 안에 절대적 신뢰를 정당화한다. 고기를 많이 잡고 돌아오는 시몬을 바라보는 예수님은 아마도 미래의 교회에서 많은 하느님의 백성과 함께 있는 베드로를 보셨으리라.

 

여기서 루카는 처음으로 시몬 베드로라 표현한다. 베드로라는 이름을 더함은 다른 이로부터 구별되고 인정된 그의 신원을 가리키는 것으로 어부 시몬이 예수님을 만나 교회의 반석이 됨을 표현한다 하겠다. 시몬의 마음 안에 총체적이고 더 근본적인 무엇인가가 그를 흔든다. 그는 무릎을 꿇는다. 부족한 자신이 주님과 같은 지평에 속할 수 없음을 깨닫기 때문에 “주님, 저에게서 떠나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8절) 하고 고백한다.

 

이 고백은 도덕적 기준 위에 죄를 지은 것에 대한 고백으로 이해하기보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크나큰 거리에 대한 표현으로 볼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예수님의 위력을 체험한 시몬은 그에게 이끌리면서도 다른 한편 그분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받는다. 이는 하느님의 신비를 체험한 이들의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라 볼 수 있다. 시몬은 스승이라 불렀던 예수님을 주님이라 부른다. 곧 예수님이 이제까지 한 분의 존경할 만한 스승을 넘어 그리스도이심을 깨달은 것이다.

 

시몬의 고백에 예수님은 그의 죄에 대한 용서나 구원을 언급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마라.”며 베드로의 놀람과 두려움을 안심시키신다. 이 표현은 루카 복음 안에서 보통 중요한 사명예고에 앞서 나타난다(1,13. 30; 2,10). 예수님은 그에게 한 약속이자 사명을 부여하신다.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10절) 예수님은 마르코 복음처럼 “나를 따라오너라.”(1,17)고 직접적으로 초대하지 않고 그가 사도로서 하느님의 일을 할 것을 예고하고 그를 새로운 삶 안으로 이끄신다.

 

앞에서 예수님은 시몬에게 그의 일상의 경험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그물을 던지라고 조언했고 기적이 일어났으며, 이번에는 예전의 것과 전혀 다른 방법과 삶에 대해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이제부터”라는 말로 변화에 대한 정확한 시간을 선언하고 새로운 행동에 대한 시작을 강조한다. ‘이제부터’가 복음의 시작이다.

 

“(사람을) 낚을 것이다.”에서 루카는 ‘낚다(ζωγρων)’라는 현재분사를 사용함으로써, 잡는 이가 ‘산 채로 잡는 이’, ‘죽음으로부터 구원하는 이’의 뜻을 나타낸다. 곧 동사의 낚는 목적이 살아있어 잡는 이의 역동적인 힘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생명을 가져오는 사도의 직무를 묘사한다고 할 수 있다.

 

물고기는 어부에게 낚여 물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는다. 그러나 이제 베드로의 직무는 바닷물이 아닌 바깥에서도 물고기들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을 생명으로 이끄는 것이고 동시에 그들을 그 생명 안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양들을 살게 하고 보호하는 목자의 사명이다.

 

예수님께 사명을 부여받은 베드로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른다(11절).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은 그들의 직업에 필요했던 배와 그물과 일과 호수까지 모든 것을 놓았다.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그것들이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는 어부의 노곤함이나 기적에 대한 관심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주님이 그리스도이심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배가 필요하다. 그것은 베드로가 항해사이며 예수님의 사랑과 구원이 필요한 이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배다.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은 예수님께 낚임을 당하였다. 그들은 예수님의 그물에 넘어졌고 깊은 곳에 던져졌다. 이제 다른 많은 고기를 잡아야 한다.

 

 

새김 - 우리는 집에서 성당에서 직장에서 많은 일을 한다. 그러기에 늘 시간에 쫓겨 “빨리”, “바쁘다”라는 말이 입에서 떠나지 않는다. 로마에 다녀온 사람들은 콜로세움 주변의 상인들이 한국 사람만 보면 “빨리빨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래, 천천히.’라고 되뇌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바쁘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많은 일을 하는 만큼 많은 물고기를 잡고 있는가? 밤새도록 고기를 잡았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헛수고를 하는 시몬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며 이제까지 내 삶을 이루어온 것은 내가 잘나서, 나의 노력으로가 아닌 그분이 내 안에서 행하셨음을 본다. 그분은 오늘 우리에게 다시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하신다.

 

기도 -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실천한 시몬에게 놀라운 일로 당신을 드러내 보이시고 사명을 부여하신 예수님, 저희도 당신의 말씀을 알아듣고 주님이 그리스도이심을 깨닫는 은총을 베푸시어 저희 각자에게 주신 소명의 길을 성실히 걷게 하소서.

 

* 박미숙 레지나 - 성모영보수녀회 수녀.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을, 글라렛티아눔에서 수도신학을 공부했다.

 

[경향잡지, 2011년 2월호, 박미숙 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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