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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용서받은 죄 많은 여인과 바리사이, 루카 7,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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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4-29 조회수4,194 추천수1

‘만남과 관계’로 본 루카 복음 - 루카 7,36-50


용서받은 죄 많은 여인과 바리사이

 

 

모시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가끔 ‘어떻게 지내세요?’ 하고 여쭈면 어떤 분은 “사는 게 죄죠. 왜 안 데리고 가시는지….” 하고 답하실 때가 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 한쪽이 아리다. 정말 사는 것이 죄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꿈꾸고 희망하겠는가? 루카 복음의 죄 많은 여인 또한 아마도 ‘사는 게 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예수님을 만남으로 ‘사는 게 행복’이 되었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경멸하는 죄 많은 여인을 통해 하느님의 용서를 받은 그녀가 의인이라 여기는 바리사이보다 더 많이 사랑함을 일깨워주신다.

 

 

초대받지 않은 죄 많은 여인

 

예수님께서 어떤 바리사이의 초대를 받아 식탁에 앉으셨을 때 웅성대던 식탁이 갑자기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고 긴장이 감돌았다. 초대받지 않은 한 여인이 들어서고 있다. 복음서 저자는 그녀를 죄인(창녀)이라 소개하며 그녀가 그 고을에서 죄인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음을 전한다. 그 여인은 망설임 없이 모든 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예수님께로 다가가 그분의 발치에 서서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시고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고는 그 발에 입맞추고 향유를 부어 발랐다(38절).

 

여인의 행동에 그곳에 있는 이들은 경악한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예수님은 당황하지 않고 마치 그녀와 그녀의 행동을 받아들이듯 조용히 계신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에게는 예수님의 행동도 그 여인처럼 정상적이지 않아 보인다. 이런 그분의 모습에 예수님을 초대한 바리사이는 예수님의 신원에 의심을 갖는다. ‘예언자라면 그녀가 죄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녀를 책망하고 쫓아버려야 하는데! ….’

 

모든 이가 당혹해 하는 상황에서 여인은 매우 침착하게 행동한다. 마치 무대 위에 선 배우처럼. 왜 그녀는 자신을 경멸의 눈으로 주시하는 이들 앞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무엇이 그녀에게 이렇게 하도록 한 것인가? 아마도 그녀는 이미 세리와 죄인의 친구(7,34; 15,2)인 예수님을 만나지 않았을까? 적어도 그 여인은 예수님에 대해 들었을 것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구원하시는 분이며 잘못을 질책하지 않고 용서해 주시어 희망을 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용서와 사랑

 

예수님은 시몬이 마음으로 의심하고 판단한다는 것을 알고 비유를 들어 말씀하신다. 어떤 채권자에게 각기 오백 데나리온과 오십 데나리온의 빚을 진 두 채무자가 있었는데 둘 다 갚을 길이 없었으므로 자비로운 채권자는 그들의 빚을 탕감해 준다는 이야기다.

 

그들 가운데 누가 그 채권자를 더 사랑하겠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시몬은 “더 많이 탕감받은 사람”(43절)이라고 대답한다. 예수님에게는 시몬도 그 여인도 죄인이며 빚진 자들이다. 그러나 시몬은 그 여인만을 죄인으로 여겼고 또한 예수님께서 그녀가 죄인임을 아시는지를 의심했다. 그 자신은 의인이라 생각했기에 그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18,11-14 참조). 시몬을 바라보는 예수님의 마음에 안타까움이 인다.

 

예수님은 ‘너 시몬은 나에게 발 씻을 물을 주지 않았고, 입을 맞추지도 않았으며, 머리에 기름을 부어 발라주지도 않았다.’(44-46절)라고 말씀하시며 여인과 시몬의 행동을 비교한다. 이는 시몬의 소홀한 손님 접대를 책망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부족한 사랑을 이해하고 깨닫도록 그를 초대하는 것이다. 시몬이 하지 않은 이 모든 것은 죄 많은 여인이 한 사랑의 행위들이었다(38절).

 

사랑의 첫 행위는 손님의 발을 씻는 것이다. 발을 씻음은 피로회복과 편안함을 선사하려는 것인데, 시몬이 물을 준비하지 않은 반면에 여인은 거의 엎드리다시피 하여 예수님의 발을 눈물로 적시고 머리카락으로 닦는다. 곧 여인은 회개의 눈물을 쏟았고 그 회개로 죄를 용서받는다.

 

사랑의 두 번째 행위는 손님에게 입을 맞추는 것으로 이는 손님을 환영하며 친교의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시몬이 예수님께 입맞추지 않음은 그들 사이에 친교가 성립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여인은 마치 그분의 발에서 자신의 입과 얼굴을 영원히 떼고 싶지 않은 듯이 예수님의 발에 “줄곧”(45절) 입맞춤을 하였다. 발에 입맞춤하는 것은 먼지와 흙과 접촉하는 것으로 극단적인 낮춤과 자신에 대한 참회와 예수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드러낸다.

 

사랑의 세 번째 행위는 머리에 기름을 바르는 것이나 여인은 발에 향유를 붓는다. 여인은 자기에게 가장 값진 물건인 향유로 예수님께 그의 존경을 표한다. 향유는 당시 왕의 선물로 사용되기도 한 비싸고 귀한 것이었다. 여인이 예수님에게 한 행위, 곧 눈물로 발을 적시고 머리카락으로 닦고 입맞추고 향유를 부은 것은 예수님을 위한 여인의 존경을 강조하며 그녀의 겸손을 나타낸다.

 

바리사이는 예수님에게 잘못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런 행위는 그 당시 관습이지 의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몬은 손님을 위해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마음과 정성이 부족했다. 곧 여인보다 “더”(42-43절) 사랑하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해 그는 빚을 탕감해 준 채권자를 여인에 비해 덜 사랑한 것이다.

 

예수님은 결론처럼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47절)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접속사 ‘그래서(οτι)’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곧 접속사를‘이유’로 볼 때 그 의미는 먼저 사랑했기 때문에 죄를 용서받는 것인 반면(200주년 성서 참조), ‘결과’로 볼 때에는 먼저 용서받았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것이다(성경).

 

42절에서 예수님은 시몬에게 탕감받은 두 채무자 가운데 누가 더 채권자를 사랑하겠느냐고 묻는다. 많은 빚을 탕감받은 이가 더 많이 사랑하듯이, 여인은 많은 죄를 용서받았기에 그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사랑이 죄의 용서의 결과로 생기는 것이지 그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용서받음 없이 사랑할 수 없으며, 용서는 사랑으로 표현된다. 용서와 사랑! 하나는 다른 것에 의지하고 둘은 신비롭게 끌어당기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그러므로 여인의 사랑의 행위는 용서에 대한 감사와 기쁨이었다.

 

그렇다면 왜 시몬은 자신의 집에 맞아들인 손님을 여인보다 더 사랑하지 않았는가? 왜냐하면 예수님을 사랑함은 그의 용서를 전제로 하는데, 시몬은 자신이 죄인임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의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18,9 참조). 용서를 청함은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고 회개할 때 가능한 것이다.

 

 

믿음과 새로운 삶

 

죄를 용서받은 여인(48절)은 자유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고 변화되었다. 여인의 죄를 용서하시는 예수님을 보는 이들은 놀란다. “저 사람이 누구이기에 죄까지 용서해 주는가?”(49절) 그들은 안다. 죄의 용서는 오로지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다는 것을(5,21). 하느님 이외에 누가 그 권위를 감히 가질 수 있는가? 예수님은 계속하여 여인에게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50절)고 말씀하신다.

 

여인은 하느님의 자비에 의지하였으며 예수님 안에 인간적 모습을 넘어 신적 힘이 있음을 알았다. 그것은 믿음이었다. 그녀가 구원받음은 그녀의 죄를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신뢰였다. “평안히 가거라.” 하시는 예수님의 권고는 여인에게 그녀의 마음을 열고 새로운 지평 위에 평화의 새 삶을 시작하게 한다.

 

 

새김 - 용서받은 죄 많은 여인을 묵상하며 내 모습이 그 여인보다 바리사이의 모습에 더 가까움을 보고 놀란다. 나는 많이도 바리사이처럼 의인이라 착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나는 저렇지 않아, 저 정도는 아니지!’ 하는 인간적 판단으로 내 자매에게, 이웃에게 상처를 주면서 나 자신을 높이 추켜세우려 하지 않았던가! 그런 나에게, 우리에게 예수님은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5,32)고 하신다.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신다.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그래서 우리에게 ‘사는 게 행복’이 되게끔 하시려고….

 

기도 - 주님, 죄 많은 여인을 용서해 주시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하시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 여인을 따스한 눈빛과 손길로 어루만지시는 당신을! 또한 당신이 저를 그 여인처럼 사랑하고 계심을 깨닫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미숙 레지나 - 성모영보수녀회 수녀.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을, 글라렛티아눔에서 수도신학을 공부했다.

 

[경향잡지, 2011년 4월호, 박미숙 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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