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상징] 무덤: 죽음 넘어서는 새로운 생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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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1-07-08 | 조회수3,105 | 추천수1 | |
[성경 속 상징] (121) 무덤 : 죽음 넘어서는 새로운 생명
-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공동묘지.
시신을 묻은 무덤은 본래 주검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무덤은 죽은 이를 오랫동안 기리기 위한 상징적 성격이 강해졌다. 그래서 무덤 양식들도 여러 가지로 나타나게 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풍수사상이 발달해서 조상 무덤은 자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고 믿었다. 요즘에도 좋은 묏자리를 찾아 이장을 하는 사람이 없지 않다. 따라서 무덤 양식을 통해 당시 생활상이나 믿음이나 풍속을 이해할 수 있다.
무덤은 지역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상당히 넓고 길게 퍼져 있어 여러 가지 낱말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능은 임금 무덤을 일컫는 것이고, 총은 흙으로 봉토를 쌓은 다음 나무를 심어놓은 무덤을 가리킨다. 묘는 흙으로 봉토를 만드는 대신 구조물을 세워 무덤을 보호하는 것이다.
유다인들 매장 방식이나 무덤 모양은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사후에도 일종의 생존이 지속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덤을 죽은 이들 집으로 여기고 준비했다. 무덤을 유택(幽宅)이라고 부르는 동양과 비슷하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무덤은 죽은 이가 거처하는 공간을 상징한다.
이러한 무덤을 어디에 어떻게 마련하는지는 해당 지역 지형이라든가 망자의 사회적 신분, 그 시대 사고방식 및 문화와 밀접히 관련된다. 이스라엘인들이 살던 팔레스티나는 바위가 많은 산악 지방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자연 동굴이나 인공으로 판 굴을 집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죽은 이들 집도 이와 비슷했다.
이스라엘인들은 죽음 뒤 생존이 매장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고 생각했기에 화장을 하지 않았다. 예외적으로 화형에 처할 때나(창세 38,24) 전염병이 돌 때는 시신을 화장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죽은 이를 당일에 묻는 것이 일반적 관습이었다. 더운 지방이어서 시신이 빨리 부패하고 또 주검과 접촉하면 종교적으로 부정하게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주검, 곧 죽은 사람의 몸에 닿은 이가 자신을 정화하지 않으면, 그는 주님의 성막을 부정하게 만든다. 그런 자는 이스라엘에서 잘려 나가야 한다. 정화의 물을 자기 몸에 뿌리지 않아, 그가 부정한 그대로이며 그의 부정이 여전히 그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민수 19,13).
주검은 물론 무덤도 부정한 것의 대표적 상징이었다. 따라서 묘지는 일반적으로 성이나 동네 밖에 마련했다. 그러나 주요 인물들은 예외적으로 성이나 마을 안에 묻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임금들 무덤은 예루살렘 안에 있는 다윗성에 묻혔다(1열왕 2,10).
신약에서 무덤은 예수님을 통해 죽음을 넘어서는 새로운 생명의 상징이 된다. 예수님 무덤을 찾아간 여인들은 빈 무덤을 만난다. 예수님 빈 무덤은 역설적으로 영생의 희망을 상징한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 그분께서 갈릴래아에 계실 때에 너희에게 무엇이라고 말씀하셨는지 기억해 보아라"(루카 24,5-6).
이제 우리 그리스도교인들에게 무덤은 죽음과 어둠의 상징이 아니라 산 이와 죽은 모든 이의 '부활이요 생명'(요한 11,25)의 상징이다.
[평화신문, 2011년 7월 3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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