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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마르코 복음서 다시 읽기14: 어떤 나병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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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23 조회수3,513 추천수1

[마르코 복음서 다시 읽기] (14) 어떤 나병 환자

 

 

지난 호부터 우리는 작은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마르코 복음서를 다시 읽고 있다. 지난 호에서 살펴보았듯이 1,21-34은 예수님께서 하루 동안 카파르나움에서 활동하신 이야기이다. 1,21-28에서 예수님께서는 더러운 영을 쫓아내시고, 1,29-31에서 시몬의 장모를 고치신다. 여기서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과 시몬의 장모는 작은 등장인물이다. 예수님께서는 1,32-34에서 치유와 구마 활동을 계속하신다.

 

카파르나움에서 보냈던 하루가 예수님께서 지내시는 일상의 전형이다. 따라서 독자인 우리는 예수님의 치유와 구마 행위가 계속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또 도움이 필요한 작은 등장인물에게 예수님께서 긍정적으로 반응하시리라 기대하게 된다. 

 

이제 우리가 만날 작은 등장인물은 1,40-45의 ‘어떤 나병 환자’이다. 복음서 이야기에서 그는 어떤 특징을 지니며, 그가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1,40-45 읽기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움을 청하였다. 그가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곧 돌려보내시며 단단히 이르셨다.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것과 관련하여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그러나 그는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곳에 머무르셨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방에서 그분께 모여 들었다.”

 

① 단락 나누기

 

1,35에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나가 기도하셨다. 39절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서 하신 활동 전체를 요약한다. 그리고 40절에서 새로운 장면이 시작되는데, 배경이 되는 시간과 장소는 언급되지 않으나 새로운 등장인물인 어떤 나병 환자가 소개된다. 며칠 뒤 예수님께서는 다시 카파르나움으로 들어가신다(2,1 참조). 따라서 1,40-45은 ‘어떤 나병 환자의 치유’라는 문학적 단일성을 띤 한 단락으로 경계를 설정할 수 있다.

 

② 본문 자세히 읽기

 

본문의 문학 양식은 치유 기적 사화이다. 본문의 문학 구조는 (1) 상황 묘사: 40ㄱ절, (2) 문제 발생: 40ㄴ절, (3) 문제 해결: 41-44절, (4) 결과: 45절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의 새로운 작은 등장인물은 이름 없이 단순히 ‘어떤 나병 환자’로 소개된다. 첫 문장의 주동사인 ‘오다’는 역사적 현재형으로 표현된다. 나병 환자의 행동은 세 개의 현재 분사로 묘사되는데, ‘도움을 청하고(parakalw'n)’, ‘무릎을 꿇고(gonupetw'n)’, ‘말하며(levgwn)’이다. 그는 신체적 결함인 나병에 걸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께 도움을 청한다. 그것은 그가 예수님을 신뢰하고, 그분이 그를 도울 능력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인정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예수님 앞에서 무릎을 꿇는 행위는 그분의 권위에 대해 경의와 존경을 표현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나병 환자의 행동은 능동적이고 눈에 띄는 특성을 표현한다.

 

1,32에서 사람들은 병든 이들과 마귀 들린 이들을 예수님께 데려왔다. 그러나 이 본문에서는 나병 환자가 적극적으로 행동하여 예수님과 만나게 된다. 그와 유사한 작은 등장인물로는 5,25-34의 ‘어떤 하혈하는 부인’과 10,46-52의 ‘예리코의 눈먼 이 바르티매오’이다.

 

당시에 나병 환자는 부정不淨한 사람으로 취급받았고 사회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죄인으로 간주되어 그와 접촉하는 것조차 부정한 일이었다. 하느님의 영역에서 배제되었고 사람들에게서 소외당했다(레위 13,45-46 참조). 그래서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이와 같이 나병은 환자의 몸뿐 아니라 그와 하느님, 다른 사람의 관계도 파괴하였다.

 

나병 환자는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40절)고 하며 간절히 청한다. 여기서 그가 예수님을 신뢰하고 있다는 점이 잘 드러난다. 그는 예수님의 치유 능력을 믿고 있다. 이렇게 그는 질병에 대한 예수님의 권위를 인정한다. 그의 이 행동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1,15)는 예수님의 초대에 대한 긍정적 응답이다.

 

[성서와함께, 2011년 8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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