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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 나는 주 너의 하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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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26 조회수3,978 추천수1

말씀과 함께 걷는다 : 탈출기 - 나는 주 너의 하느님이다

 

 

상대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꼭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그 말을 할 사람으로 

‘가장 친한 친구’나 ‘가장 신뢰하는 사람’을 찾습니다. 

힘든 경우에는 ‘어머니’를 내세우기도 합니다.

“네 엄마다. 엄마 말을 들어라.”

그 말을 믿어야 생명으로 갈 수 있다는 진정성 때문이겠지요.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계명을 주시기 전에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주 너의 하느님이다”(탈출 20,2)고 말씀하십니다.

 

18,19 “자네는 하느님 앞에서 백성을 대리하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일을 하느님께 가져가게나. 20 그리고 그들에게 규정들과 지시들을 밝혀 주고, 그들이 걸어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주게. 21 또 자네는 온 백성 가운데에서, 하느님을 경외하고 진실하며 부정한 소득을 싫어하는 유능한 사람들을 가려내어, … 백성 위에 세우게.”

 

광야에 머무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상 공동체를 형성합니다. 모세는 장인 이트로의 충고대로 하느님을 경외하고 진실하며 ‘부정한 소득을 싫어하는 사람’을 백성의 지도자로 세워 재판을 맡깁니다. 물론 이스라엘 백성의 최종 재판관은 언제나 하느님이심을 잊지 않습니다. 온갖 편법으로 이권을 따 내어 자신의 재산을 늘리기에 바쁜 오늘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보면서, ‘부정한 소득을 싫어하는 사람’을 골라 백성의 지도자로 뽑았다는 말이 새삼 가슴 깊이 다가옵니다. 그렇게 해야 다시 이집트의 억압 체제로 되돌아가지 않겠지요. 하느님의 정의를 구현하는 행정 조직을 갖춘 그들은 비로소 시나이 광야에 이르러 그곳 산 앞에 진을 칩니다(19,1-2 참조).

 

이스라엘 백성은 지금 광야를 걷고 있습니다. 그 광야의 중심에 시나이 산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그들은 여기서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과 계약을 맺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시고 광야에서 돌보아 주신 하느님께서는, 구원이 지속되는 새 사회의 기반으로 ‘율법’과 ‘성막’이라는 두 가지 틀을 마련하십니다. 오경 한가운데 자리한 이 시나이 전승은 탈출기 19장부터 시작하여 레위기를 거쳐 민수기 10장 10절까지 이어집니다.

 

19,4 “‘너희는 내가 이집트인들에게 무엇을 하고 어떻게 너희를 독수리 날개에 태워 나에게 데려왔는지 보았다. 5 이제 너희가 내 말을 듣고 내 계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나의 소유가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나의 것이다. 6 그리고 너희는 나에게 사제들의 나라가 되고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

 

이는 모세가 하느님께 올라가자, 주님께서 그를 불러 하신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시나이 산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지켜야 할 당신의 법을 주십니다. 모세만이 하느님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그분의 지시를 받고, 산에 계신 하느님과 산 앞에 있는 백성 사이를 오르내리면서 계시를 전합니다. 그런데 먼저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광야를 헤맬 때의 일을 떠올리게 하십니다. 그들이 고통을 겪을 때 당신께서 무엇을 하셨는지, 그리고 어떻게 보호하여(독수리 날개에 태워) 해방시키셨는지 그 구원 업적을 상기시키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행하심’을 이스라엘 백성이 ‘보았(체험)’고, 그것이 분명한 목적지로 ‘우리’를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이스라엘은 하느님 곁에 있게 됩니다. 종살이에서 벗어나 하느님에게로 나아간 이집트 탈출의 목적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그들과 맺을 계약을 준비하시면서 “이제 내 말을 듣고 내 계약을 지킨다면 나의 소유가 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때 사용된 ‘세귤라(segullah)’는 ‘소유’를 뜻하는 히브리어로, ‘소유주가 특별히 애착을 가진 아주 귀한 것’을 뜻합니다. 그러기에 만약 그들이 하느님에게서 멀어지면, 하느님께서는 즉시 그들을 되찾아 오신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 물건 자체의 가치가 남다르기에 귀한 것이 아니라, 소유주가 그것을 사랑하여 애착을 갖기에 귀한 것입니다. 이렇듯 그 말은 이스라엘과 하느님의 특별한 결합을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이제 하느님과 특별한 관계를 맺은 이스라엘은 사제들의 왕국, 거룩한 민족이 됩니다. 사제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여 주기 위해 삶을 봉헌한 사람입니다. 이스라엘은 이제 자신들이 본 것을 증언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제의 직책을 맡은 이스라엘은 ‘거룩한 민족’으로 다른 민족들과 구분되어야 합니다(‘거룩하다’는 말의 본래 의미가 ‘따로 떼어 놓다’이기 때문입니다). 즉 그들은 야훼만을 섬기며 뭇 민족에게 그분을 증거하고 중재하며 그분의 뜻을 구현하는 책임을 맡도록 따로 뽑힌 백성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남다른 삶의 양식을 보여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온 백성이 보는 앞에서 시나이 산에 나타나셨습니다. 그것은 몹시 두렵고 감당할 수 없는 매우 특별한 사건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은 몸과 마음을 성결하게 하고 옷을 빨며, 성관계를 맺지 말고 성역인 시나이 산에 발도 들여놓지 않은 채 숫양 뿔 나팔 소리를 기다려야 합니다(19,10-13 참조). 그들은 일상과 다르게 정결한 상태가 되어 야훼 하느님과의 계약 체결을 준비합니다.

 

[성서와함께, 2009년 12월호, 배미향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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