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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레위기: 아론이 백성에게 축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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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26 조회수3,534 추천수1

말씀과 함께 걷는다 : 레위기 - 아론이 백성에게 축복하였다

 

 

8,30 그리고 모세는 성별 기름과 제단 위에 있는 피를 얼마쯤 가져다가, 아론과 그의 옷, 그의 아들들과 그들의 옷에 뿌려, 아론과 그의 옷, 그의 아들들과 그들의 옷을 성별하였다.

 

성막이 건설되고(탈출 35-40장 참조), 성막에서 바칠 제사로 여섯 가지가 소개된(레위 1-7장 참조) 다음, 제사를 드릴 사제들이 임명됩니다(레위 8-9장). 1-7장에서는 모세가 사제직을 이행하고 아론은 평신도의 일을 했는데, 8장에서는 주님의 명에 따라 아론이 사제로 임명됩니다.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사제로 임직될 때 거행되는 의식은 주님께서 시나이 산에서 모세에게 명하신 사제 임직식 절차(탈출 29,1-35 참조)를 그대로 따릅니다.

 

모세가 계약의 중재자라는 권위를 가지고 제사 의식을 주관하는데,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하였다”(8,4.9.13.17.21.29.36)는 말씀이 거듭 반복되는 것으로 보아 하느님 말씀의 실천이 강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8장의 특징으로, 오늘날에도 전례나 교회의 모든 활동에서 하느님 말씀이 끊임없이 드러나야 하고 하느님 말씀에 대한 응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세는 성별 기름과 제단 위에 있는 피를 가져다가 아론과 그의 옷, 그의 아들들과 그들의 옷에 뿌려 성별합니다. 유배 이후에는 유다인 공동체의 우두머리로 왕의 특권을 받아 왕이 지니던 제의 기능까지 맡게 된 대사제도 기름을 발라 성별되었습니다. 모세는 이때 제단 위에 있는 피를 뿌려 사제와 제단이 긴밀한 관계를 맺게 해 주고, 또 하느님과 특별히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게 해 줍니다. 사제는 예식을 치르면서 세속과 분리되어 온전히 하느님의 소유가 되고 하늘과 땅의 중재자가 됩니다.

 

사제는 하느님을 온전히 섬기는 자로서 제단에서 제사를 주관하고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역할을 합니다. 집회서의 저자 벤 시라는 아론의 사제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주님께서는 아론과 영원한 계약을 맺으시고 그에게 백성의 사제직을 주셨다. 그분께서는 아론에게 복을 내리시어 품위 있게 하시고 그에게 영광스러운 예복을 입혀 주셨다. 주님께서는 아론에게 호화로운 복장을 다 갖추어 주시고 권위의 표지들로, 속옷과 겉옷과 에폿으로 꾸미셨다”(집회 45,7-8).

 

가톨릭 교회의 서품에는 주교품, 사제품, 부제품이 있습니다. 특별한 예식을 통해 성품을 받은 성직자는 대사제이신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하느님 자비에 대한 커다란 신뢰와 가톨릭 신앙과 교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사제 직무를 이행합니다. 세례성사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된 평신도도 교회와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도록 부름 받고 있습니다(<교회헌장> 31항 참조).

 

9,22ㄱ 그런 다음에 아론은 손을 들어 백성에게 축복하였다.

 

9장에서도 사제직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8장에서는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시고 9장에서는 모세가 아론에게 이야기합니다. 8장의 모세처럼 9장의 아론도 모세를 통해 들은 하느님 말씀을 그대로 이행합니다(9,5.7.10.21 참조). 8-9장에서 언급된 사제 임직식은 물로 씻는 예절, 성별 기름 도유, 특별한 의복 착용, 동물을 잡아 바치는 희생 제사로 이루어집니다. 그렇게 하여 사제는 세상과 일반인들에게서 구별되어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 됩니다.

 

아론은 제단에서 제물을 바친 다음 제단에서 내려오기 전에 백성을 향해 손을 들어 축복합니다. 사제의 축복은 고대부터 통상적 제사 절차의 하나였고, 여기서 아론도 하느님과 백성의 중재자로 백성에게 하느님의 복을 빌어 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축복은 하느님과 맺은 계약에 근거하므로, 백성의 계약과 율법 준수와 이에 따른 하느님의 복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 하느님의 강복에 대한 백성의 응답은 하느님을 향한 찬미가 되고 하느님께 영광이 됩니다.

 

9,22ㄴ 이렇게 그는 속죄 제물과 번제물과 친교 제물을 다 드리고 내려왔다. 23 모세와 아론은 만남의 천막에 들어갔다 나와서 백성에게 축복하였다. 그러자 주님의 영광이 온 백성에게 나타났다. 24 그때 주님 앞에서 불이 나와 제단 위의 번제물과 굳기름을 삼켰다. 온 백성은 그것을 보고 환성을 올리며 땅에 엎드렸다.

 

8-9장의 흐름이 ‘명령과 이행’이라는 틀을 따라가며 하느님의 말씀대로 순명(9,8-21 참조)한 결과, 마침내 ‘주님의 영광’이 온 백성에게 거룩하게 나타납니다. 이는 하느님 말씀의 절대성과 더불어 제사에 관한 하느님의 규정을 그대로 이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백성이 그분의 뜻에 따라 제물을 바칠 때 거기에서 그분의 힘이 불로 나타납니다(9,24 참조). 또 불이 나와 번제물과 굳기름을 삼켰다고 하여, 하느님 말씀대로 실천할 때 시나이 산에서 나타났던 하느님 발현이 재현됨을 보여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불을 통해 당신의 힘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그래서 불은 한편으로는 정결함, 다른 한편으로는 거룩함과 연결됩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에 당신을 드러내실 때, 그것을 하느님이나 하느님의 영역이라고 인정하면 그분께 영광이 됩니다. 결국 불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아론은 사제로 임명된 후 자신을 위한 제물(9,8-11 참조)과 백성을 위한 제물(9,12-22 참조)을 바칩니다. 사제들은 날마다 자신을 위한 속죄 제물로 황소 한 마리와, 제단에 대한 속죄 제물을 바쳐 제단을 성별합니다. 사제와 제단을 끊임없이 정화하고 성별하는 것은 모든 죄와 부정을 씻어야 거룩하신 하느님을 온전히 모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제가 하느님과 백성 사이의 중개자로서 백성을 위해 제물을 바칠 때 백성도 하느님께 온전히 속하게 됩니다. 즉 사제는 중개자로서 계속 성화하기 위해 제물을 바치고, 이를 바탕으로 백성까지 하느님에게 온전히 속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하느님과 온전한 관계를 이룰 수 있고, 하느님의 현현과 영광을 온 백성이 볼 수 있습니다.

 

[성서와함께, 2010년 4월호, 서효경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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