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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레위기: 이것들이 나의 축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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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26 조회수3,391 추천수1

말씀과 함께 걷는다 : 레위기 - 이것들이 나의 축일이다

 

 

“교회가 세상에 나타난 성령 강림 날에, ‘베드로의 말을 받아들인 이들은 세례를 받았다. …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사도 2,41-42.47). 그때부터 교회는 파스카 신비를 거행하기 위하여 한데 모이기를 결코 게을리 한 적이 없었다.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루카 24,27) 읽고, ‘그분 죽음의 승리와 개선을 재현하는’ 성찬례를 거행하고, 동시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선물을 주시는 하느님께’(2코린 9,15) 감사를 드리고, 성령의 힘으로 ‘당신의 영광을 찬양’(에페 1,12)하고 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전례 헌장> 6항)

 

20,7 ‘너희는 자신을 거룩하게 하여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주 너희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8 너희는 나의 규칙들을 지키고 그것들을 실천해야 한다. 나는 너희를 거룩하게 하는 주님이다.’

 

성결법(레위 17-26장 참조)에서 하느님의 거룩함과 하느님을 닮아 거룩한 사람이 되라는 하느님 백성의 성화 소명이 장엄하게 선포되었습니다(11,44-45; 19,2 참조). 그런데 여기서 하느님을 “거룩하게 하는 주님”(20,8; 21,15; 22,32)이라고 선포합니다.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는 거룩하시며, 또한 거룩하게 하시는 분으로 이스라엘의 성화 소명을 이루어 주십니다. 인간은 자기 힘으로 거룩해질 수 없습니다. 거룩함은 하느님의 본성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의 거룩함의 주체가 되시므로 거룩해지기 위해서는 하느님과 연관을 맺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규칙들을 지키고 그것들을 실천해야”(8절) 합니다.

 

그러므로 레위기는 법과 규정을 제시하여 거룩하게 살도록 가르치는 이스라엘의 전례서입니다. 하느님께 축성된 사제와 백성이 거룩한 시간(안식일, 축제일)에 거룩한 장소(성막, 성전)에서 거룩한 제사를 지내며 하느님께 경신례를 드리게 하여 구원의 길을 걷도록 가르칩니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전례 규정들을 준수함으로써 진정으로 거룩해질 수 있으며, 인간을 거룩하게 하시는 주님의 현존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습니다. 모든 규정을 준수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거룩하신 하느님과 일치하는 길이며, 그것은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성령의 은총으로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과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22,32 “나의 거룩함이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 드러나도록, 너희는 나의 거룩한 이름을 더럽혀서는 안 된다. 나는 너희를 거룩하게 하는 주님이다. 33 나는 너희 하느님이 되려고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낸 이다. 나는 주님이다.”

 

이스라엘을 거룩하게 하시는 주님께서는 그들을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낸”(33절) 분이십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해방되어 모든 민족 가운데에서 성별되었기에 주님께 속한 거룩한 백성이 되었습니다. 나아가 주님의 거룩함을 세상에 드러내는 하느님의 증인으로 다른 백성에게 하느님의 거룩함을 보여 주어 그들을 거룩하게 하고, 그들이 하느님과 일치하도록 이끄는 소명을 받았습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구원 사건으로 계시된 하느님의 거룩함은 자유와 해방과 구원의 실현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의 성화 소명은 하느님의 거룩함이 “드러나도록”(32절) 구원의 협력자로서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십계명과 율법을 준수하는 것은 구원 체험을 재현하는 일이며, 경신례를 통해 역사 안에서 실현된 하느님의 구원을 기억하고 기념하여 그 안에 살아 계신 하느님의 거룩함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부름에 응답하며 그 말씀대로 사는 것이 자유와 해방의 길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오늘도 주님의 창조와 구속 사업을 계속하라는 소명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개인과 공동체는 이집트 탈출의 구원을 보존하고 재현하며, 거룩하게 하시는 하느님께 살아 있는 경신례를 드릴 수 있습니다.

 

23,1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2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일러라.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너희가 거룩한 모임을 소집해야 하는 주님의 축일들은 이러하다. 이것들이 나의 축일이다.’”

 

23장은 여러 축일에 관한 규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축일은 하느님의 역사적 개입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집트 탈출과 같은 민족의 구원 사건은 백성 안에 계속 머물러 있으므로, 이스라엘은 그 사건 속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보고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축제와 기념일을 만들었습니다. 예컨대 안식일과 파스카 축제, 무교절, 햇곡식 봉헌 축제, 추수절, 신년 축제, 속죄일, 초막절 등을 통해 민족의 구원 사건을 기념하고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안에서 살고자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축제일에 옛 기억을 떠올리며 하느님께 선택된 백성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극복하여 새로운 구원의 은총을 체험하면서 살아갔습니다.

 

하느님께서 하신 일들은 너무나 크고 놀라워 자주 기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레위기의 수많은 축일입니다.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그분께서 해 주신 일 하나도 잊지 마라”(시편 103,2). 성조들은 하느님을 체험한 곳에 제단을 쌓고 주님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하느님 백성의 오랜 전통 속에서 거행되는 여러 종류의 축제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이룩하신 구원의 은총을 기억하는 축제이며 경신례입니다. 그리하여 기억을 통해 과거 사건 속에 담긴 하느님의 사랑을 지금 여기에서 재현하고 다시 체험합니다.

 

하느님께서 한 번 베푸신 은총은 영원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기억하고 기념할 때 우리는 다시 그 은혜를 입습니다. 이스라엘은 레위기의 여러 축일을 통해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을 기억하면서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과 현존 안에서 살아가고자 했습니다.

 

[성서와함께, 2010년 6월호, 서효경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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