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예수님과 다시 새롭게10: 새로운 마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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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1-10-15 | 조회수3,244 | 추천수1 | |
예수님과 다시 새롭게 (10) 새로운 마음
성경에는 인간의 한 부분을 가리키는 단어가 인간 전체를 의미하는 용법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신체 중 심장을 가리키는 “마음(heart)”이라는 단어는 생각, 지능, 의지, 사랑, 용기, 고통, 기쁨, 중심 등을 의미하고, 결국 전체로서의 내적 자아(the inner self as whole)를 의미한다. 즉 “마음”은 인간의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인간 자신을 가리킨다. 따라서 “마음”은 인간의 존재 방식을 의미하는 하나의 은유(metaphor)이다.
인간의 삶에서는 자아의 가장 깊은 차원인 마음이 하느님을 향해 있을 수도 있고 하느님으로부터 떠나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마음은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을 향해 열린 상태일 수도 있고 닫힌 상태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마음의 상태를 닫힌 마음(closed heart)과 열린 마음(open heart)으로 나눌 수 있다. 성경은 이 두 마음의 상태를 “돌처럼 굳은 마음”과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주겠다.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에제 36,26)
닫힌 마음은 어떤 인간의 존재 방식을 가리키는가? 닫힌 마음은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이다. 닫힌 마음은 글자 그대로 단단한 껍질과 두꺼운 외피 속에 갇혀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너”와의 관계에서 고립되어 “나” 안에 갇힌 자기중심적인 삶을 가리킨다. 닫힌 마음과 갇힌 삶의 모습은 무딘 마음, 교만한 마음, 완고한 마음, 굳어진 마음으로도 표현된다.
닫힌 마음은 닫힌 눈과 함께 간다. 마음이 닫혀 있으면 하느님과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 자신만의 세계 안에 갇혀서 잘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 그래서 예수님은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마르 8,18)라고 나무라신다. 닫힌 마음은 하느님을 잊어버린다. 우리가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존재하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 한다. 즉 우리를 감싸고 있는 하느님 신비의 흔적을 놓쳐버린다. 그래서 닫힌 마음은 무감각하다. 더 이상 “있음”의 신비에 놀라지도 감탄하지도 않는다. 닫힌 마음은 감사할 줄도 모른다. 그리고 닫힌 마음은 다른 사람들과 단절된 일종의 유배상태이다. 닫힌 마음은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지 못한다. 공감하지 못한다. 그리고 불의에 무감각하다. 이러한 상태에서 닫힌 마음은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며 끊임없이 자기정당화(self-justification), 합리화(rationalization)로 자신을 속인다.
성경은 이 닫힌 마음을 계속해서 지적한다. 예수님은 이 완고한 마음을 계속해서 나무라신다. 닫힌 마음과 그 삶의 방식을 성경은 죄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단절되고 갇힌 삶이 새의 알처럼 껍데기를 깨고 나와서 새로운 삶으로 변화하는 것을 구원이라고 표현한다. 이 변화된 상태를 우리는 열린 마음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열린 마음은 어떤 인간의 존재 방식을 가리키는가?
열린 마음은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과의 단절된 관계가 다시 연결되고 공동체가 회복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즉 화해와 평화, 사랑의 상태이다. 닫힌 마음의 갇힌 “나”는 자신을 감싸던 껍질을 깨고 “너”에게로 향해 올바른 관계를 형성한다. 이 변화는 다시 태어나기, 죽었다 다시 살아나기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열린 마음은 열린 눈과 함께 간다. 마음이 열리면 하느님과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마음의 눈이 밝혀지면 어둠에서 빛으로, 밤에서 낮으로 옮겨간다. 그래서 열린 마음은 하느님의 현존을 기억하고 그 신비의 흔적 안에서 살아간다. 이 비추임과 깨달음은 “있음”의 신비에 감동하고 감탄하게 만든다. 그래서 열린 마음은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열린 마음은 “함께 아파하기(compassion)”와 정의를 위한 열정(passion for justice)과 함께 간다. 열린 마음은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자비로운 마음이다. 이 열린 마음은 변화된 마음, 새로운 마음이며 예수님의 마음, 즉 그분의 삶의 방식을 뒤따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존재 방식이다.
닫힌 마음에서 열린 마음으로의 변화, 즉 새로운 삶의 방식은 두 가지 차원을 가진다. 즉 열린 마음은 개인적(individual)인 동시에 공동체적(communal)이며, 영적(spiritual)인 동시에 사회적(social)이고, 인격적(personal)인 동시에 정치적(political)인 변화를 의미한다. 이 두 가지 차원은 성경과 예수님이 제시하시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가지는 새로운 비전의 내용이다. 닫힌 마음에서 열린 마음으로의 변화를 우리는 구원이라고 표현한다. 이 구원은 개인으로서의 우리 자신과 하느님과의 관계에 관한 것인 동시에 우리가 사회 안에서 더불어 사는 삶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구원은 정의에 관한 것으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정의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열린 마음, 새로운 마음의 길, 즉 구원의 길을 열어주셨다. 예수님은 세상의 빛으로 우리의 먼 눈과 어둠을 비추임과 빛으로 변화시키시어 하느님과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하신다. 그분은 생명의 빵으로서 우리의 굶주림을 채워주신다. 예수님은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단절되고 고립되어 살던 우리를 고쳐주시고 낫게 하시어 공동체를 회복시켜주시고 화해와 평화를 살게 하신다. 예수님은 죽임을 당하셨으나 다시 살아나심으로써 우리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길, 다시 태어나는 길, 죽음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 길을 활짝 열어주신다. 그리고 예수님은 새로운 성전으로서 우리가 하느님의 현존 안으로 들어가서 살 수 있도록 하신다.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그분과 함께 시작된 열린 마음, 새로운 마음으로의 변화는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삶을 의미한다. “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우리가 모두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 과연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3-4) 특히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로운 삶을 자유, 기쁨, 평화, 사랑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이 새로운 삶은 다름 아닌 성령의 열매와 선물로 묘사된다. 그리스도 안에, 성령 안에서의 삶은 새로운 존재 방식, 새로운 정체성, 새로운 창조를 의미한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 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 것이 되었습니다.”(2코린, 5,17)
“다시 새롭게”, “예수님과 다시 새롭게”, 그것은 새로운 마음, 열린 마음, 변화된 마음, 함께 아파하는 마음으로의 초대이다. 새로운 마음은 하느님과 다른 사람, 그리고 세계와의 단절된 관계를 다시 새롭게 회복시키고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게 한다. 이 새로운 마음은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존재 방식으로서 개인적, 영적, 인격적인 동시에 공동체적, 사회적, 정치적인 차원을 동시에 가진다.
[월간빛, 2011년 10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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