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사무엘기 상권: 오늘 그대를 보내시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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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1-10-15 | 조회수3,301 | 추천수1 | |
말씀과 함께 걷는다 : 사무엘기 상권 - 오늘 그대를 보내시어
《다윗 -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의 저자 유진 피터슨은 “다윗 이야기 속에 들어가는 것은, 인간 영혼의 가장 깊은 내면으로부터 인간 상상력의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르기까지, 인간됨의 영역 전체를 모두 포함하는 하나의 실재 속으로 잠겨 들어가는 것이다. 하느님 앞에서 살아 있는 존재로서 살아가는 한 인간이 갖는 경험의 높이와 깊이와 넓이와 길이의 여러 차원을 이 정도까지 보여 주는 성경 이야기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다윗 등극 설화(1사무 16장-2사무 5장 참조)를 시작으로 이제 다윗이 무대에 등장합니다. 앞으로 흥미진진하게 엮어지는 다윗 설화를 읽으며 자신의 신앙을 더 깊게 살펴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17,47 “주님께서는 칼이나 창 따위로 구원하시지 않는다는 사실도, 여기 모인 온 무리가 이제 알게 하겠다. 전쟁은 주님께 달린 것이다. 그분께서 너희를 우리 손에 넘겨주실 것이다.”
슬퍼하는 사무엘(1사무 15,35 참조)과 이스라엘 백성이 웃으며 기뻐할 시간이 드디어 도래했습니다. “행복하여라, 지금 우는 사람들! 너희는 웃게 될 것이다”(루카 6,21)는 말씀이 떠올려지듯 말입니다. 다윗의 시간이 다가온 것입니다. 여기서 성경 저자는 다윗을 세 가지 모습으로 소개합니다. 즉 알려지지 않고 귀하지 않은 목동(1사무 16,1-13 참조), 젊은 음악가(1사무 16,14-23 참조), 젊고 이름 없는 전사(1사무 17장 참조)입니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모두 목자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결국 다윗은 ‘이스라엘 목자’로서 가장 명망 높은 인물로 세워집니다(2사무 5장 참조). 여기에 이르는 각 단계에서 다윗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그분의 인정을 받으며 임금으로 추대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사울과 다윗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는 모험, 사랑, 권모술수, 삼각관계, 좌절, 의심, 모함 등 흥행의 필수 요소를 두루 갖춘, 한편의 드라마 같습니다. 처음 그들의 관계는 이렇게 서술됩니다. “다윗은 사울에게 와서 그를 시중들게 되었는데, 사울은 다윗을 몹시 사랑하여 그를 자기 무기병으로 삼았다”(1사무 16,21). 그러나 그들은 긴장관계로 발전하다가 결국 다윗에 의해 사울이 쫓기고 죽는 ‘하강-상승’의 모티프를 이룹니다.
다윗 설화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입니다. 매우 잘 짜인 이야기 구성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아직 어리고 채 자라지 않은 목동과 ‘키가 여섯 암마하고도 한 뼘이나 되는’, 곧 250cm가 넘는 덩치를 가진 투사와의 결투. 이 결투에서 눈여겨볼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소년 다윗은 개울가에서 돌멩이 다섯 개를 주워 가방에 넣고, 양 떼를 위협하는 야수들을 쫓아내거나 맞힐 때 사용하던 무릿매를 한 손에 든 채 적들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무릿매는 당시 목동의 중요한 호신용 무기였지만, 전투용 무기로도 흔히 사용됐습니다. 여기에서 벤야민 지파가 ‘머리카락 하나 빗나가지 않게 맞히는’ 능력을 지닌 왼손잡이 정병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판관 20,16 참조)을 기억해야 합니다. 무릿매를 사용하는 부대는 따로 두었을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훗날 왕국이 분열된 시대, 북이스라엘의 요람 임금과 남유다의 여호사팟 임금의 연합 부대가 모압을 정벌할 때도 무릿매 부대가 크게 활약했습니다(2열왕 3,25 참조). 900여 년이 지난 후 로마 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자신의 전쟁담을 다룬 《갈리아 전쟁기》에서 무릿매 부대가 중무장 및 경무장 보병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언급합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결투에서는 ‘믿음에 의해 힘을 얻는 약함’과 ‘교만과 폭력에 연결된 강함’이 뚜렷하게 대조됩니다. 그 장면을 해석하는 데는 다윗이 골리앗에게 한 말(1사무 17,45-47 참조)이 가장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다윗의 말은 본질적으로 주님에 대한 신앙 고백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당신을 신뢰하는 작은 자들 편에 서시는 그분에 대한 신앙 고백 말입니다. 다윗은 필리스티아인들이 지닌 세 가지 무기, 곧 칼과 표창과 창에 맞섭니다. ‘만군의 주님’과 ‘이스라엘 전열의 하느님’이라는 가장 오래된 하느님의 두 호칭을 사용하여 하느님의 이름을 대비합니다. 그때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다윗과 함께하신 주님과 인간의 대결이 되었습니다. 결말은 뻔합니다. 하느님의 힘이 군대의 논리에 따른 힘의 잣대를 뒤집어 버립니다. 야고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묻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들으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을 골라 믿음의 부자가 되게 하시고,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약속하신 나라의 상속자가 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야고 2,5)
아무튼 다윗은 골리앗에게 승리하여 유다 민족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전쟁 영웅이 되었습니다. 필리스티아와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동족에게 심어 준 것입니다. 요나탄 왕자는 심지어 자기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다윗에게 주고, 군복과 칼과 활과 허리띠까지 주었습니다(1사무 18,2-5 참조).
25,32 다윗이 아비가일에게 말하였다. “오늘 그대를 보내시어 이렇게 만나게 해 주셨으니,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찬미할 뿐이오. 33오늘 내가 사람의 피를 흘리고 내 손으로 직접 복수하는 일을 그대가 막아 주었으니, 그대와 그대 분별력에 축복을 드리오.”
그 후 다윗이 전투를 주도하면서 연승하자 백성의 관심이 다윗에게 집중되기 시작합니다. 사울은 다윗의 승승장구를 방치했다가는 자칫 왕조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하여 점차 다윗을 경계합니다. 결국 다윗을 위험스런 존재로 인식한 사울은 집요할 만큼 다윗을 제거하려고 합니다. 다윗은 어쩔 수 없이 망명길에 오릅니다. 그러나 다윗은 자신을 죽이려고 뒤쫓는 사울에게 크나큰 관용을 보입니다(1사무 24장과 26장 참조).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 봅니다.
[성서와함께, 2011년 10월호, 김연희 클라라 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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