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라헬은 왜 아버지 라반의 수호신을 훔쳤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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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2-03-25 | 조회수6,318 | 추천수2 | |
[성경 속 궁금증] (25) 라헬은 왜 아버지 라반의 수호신을 훔쳤을까 재산 상속권과 가족으로서 권리 지키려 라반의 집에서 종살이하던 야곱은 라반의 집을 떠나 고향에 가기로 결정했다. 야곱은 자신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오래전부터 라반으로부터 떠날 계획을 갖고 있었다(창세 31,1-3). 라반이 마침 양털을 깎으러 간 틈을 타서, 라헬은 아버지 집안의 수호신들을 훔쳐냈다. 야곱은 달아날 낌새를 보이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자기 모든 재산을 거둬 도망쳤다. 그는 길을 떠나 강을 건너 길앗 산악 지방으로 향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모두 알게 된 라반이 야곱 일행을 추격했다. 사흘 만에 야곱 일행을 뒤따라온 라반은 크게 화를 냈다.
"자네가 나를 속이고 내 딸들을 전쟁 포로처럼 끌고 가다니,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그런데 자네는 아버지의 집이 그토록 그리워 떠났다고는 하지만, 내 신들은 어째서 훔쳤나?"(창세 31,26-30 참조) "야곱이 라반에게 대답하였다. '장인어른께서 제 아내들을 빼앗아 가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인어른께서 저희 가운데 누구에게서든 어른의 신들을 발견하신다면, 그자는 죽어 마땅합니다. 제 짐 속에 장인어른의 것이 있는지, 저희 친족들이 보는 앞에서 찾아내어 가져가십시오.' 야곱은 라헬이 그것들을 훔쳤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라반은 야곱의 천막과 레아의 천막, 그리고 두 여종의 천막에 들어가 보았지만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는 레아의 천막에서 나와 라헬의 천막으로 들어갔다. 라헬은 그 수호신들을 가져다 낙타 안장 속에 넣고는 그 위에 앉아 있었다. 라반은 천막 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찾아내지 못하였다"(창세 31,31-34). 라헬은 왜 위험을 감수하고 다분히 우상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가정의 수호신을 훔쳤을까? 성경을 읽는 독자들에게 의문을 갖게 한다. 구약시대 가정의 수호신은 족장시대에 일종의 우상으로 여기던 물건이다. 고대세계에서는 가족 수호신상이 그 가족을 보호해준다고 믿었던 것은 분명하다. 가정의 수호신은 나무나 은으로 만들었고, 때로는 점을 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수호신 크기도 여러 가지인데, 가지고 다니며 숨길 만큼 작은 것도 있었고, 크기와 모양이 사람과 같은 것도 있었다. 라헬이 이 수호신을 훔쳐 가지고 나온 데는 종교적 이유보다는 재정적 이유가 컸을 것으로 추측된다. 왜냐하면 가정의 수호신은 우상일 뿐 아니라 재산 상속의 증표였기 때문이다. 가정의 수호신을 가진 자는 상속에 있어서 우선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라헬은 아버지 재산에 욕심을 뒀다고 짐작을 할 수 있다. 또 수호신을 가진 사람은 그 가정의 재산을 상속하기도 했지만 비단 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더 나아가 가족의 일원으로서 가족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라헬이 수호신을 훔친 것은 자신들 유업과 함께 가족의 일원으로서 권리를 되찾으려는 이유에서였다. 라헬이 남편과 아버지를 속이면서까지 수호신에 집착했던 이유라고 하겠다. [평화신문, 2012년 3월 2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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