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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경 속의 인물: 정경(Ca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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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13 조회수3,009 추천수1
[성경 속의 인물] 정경(Canon)


성경을 뜻하는 바이블(Bible)은 희랍어 비블로스(Biblos)가 어원이다. 이 단어는 고대의 종이였던 ‘파피루스’에서 파생된 말로 ‘책’을 의미했다. 그런데 파피루스의 본산지는 이집트였기에 희랍인들은 지중해 연안의 항구에 파피루스를 저장해 놨다가 필요한 때에 배로 실어갔다. 그 도시가 ‘그발’이었다. 현재는 레바논 소속으로 ‘주바일’로 이름이 바뀌었다.

아무튼 기원전 13세기부터 희랍인들은 파피루스를 그리스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종이와 책을 만들어 유럽 전역에 보급했다. 그러다 보니 그발 항구는 ‘파피루스 항구’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유럽인들은 ‘비블로스’라 불렀다. 이 지명은 로마시대까지 통용되었고 훗날 성경을 뜻하는 단어로 변신하게 되었다.

사도 바오로는 코린도 후서 3장 14절에서 유다인의 경전을 ‘옛 계약’이라 했다. 희랍어 원문은 팔라이아 디아테케(Palaia Diatheke)다. 훗날 계약을 뜻하는 ‘디아테케’를 라틴말로 번역한 것이 떼스따멘뚬(Testamentum)이며, 영어 번역은 테스터먼트(Testament)다. 한문 표기는 구약(舊約)이며, 중국에서는 ‘구약성경’이라 했고 일본에서는 ‘구약성서’란 말을 사용했다.

유다교에서는 자신들의 경전(經典)을 타나크(Tanak)라 부른다. 구약의 핵심인 율법(Tora)과 예언서(Neviim)와 성문서집(Ketuvim)에서 한 글자씩 선택해 만든 것이다. 이 명칭은 오늘날에도 통용되고 있다. 원래 유다교의 경전은 많았다. 그런데 기원후 90년 지금의 구약성경 39권만 정경으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위경으로 선언했다. 이를 정경작업(canonization)이라 한다. 정경(Canon)이란 말은 ‘갈대’를 뜻하는 히브리어 ‘카네’에서 왔다. 고대 사회에서 갈대 막대기는 무엇을 재는 잣대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기원후 70년 예루살렘이 파괴되자 유다인은 정경작업을 서두르게 된다. 정체성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편 당시 그리스도교 역시 구약성경을 갖고 있었는데 희랍어로 번역된 것이었다. 유다인들은 번역 과정에서 상당 부분 희랍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믿었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히브리어로 전해진 경전이 아니면 정경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다시 말해 희랍어로 전해진 성경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이었다. 이렇게 해서 초대교회의 희랍어판 성경과 히브리어 성경은 권수에서 차이가 나게 되었다. 훗날 개신교는 히브리어 성경을 따라가게 된다. 가톨릭과 구약성경에서 차이가 나게 되는 이유다.

[2011년 7월 31일 연중 제18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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