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구약성경과 신들3: 고대 근동의 하늘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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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3-01-27 | 조회수2,937 | 추천수1 | |
[주원준 박사의 구약성경과 신들] (3) 고대 근동의 하늘신 신과 동격으로 하늘 섬겨온 인류 구약성경에는 하느님 외에도 다양한 신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신으로 등장하지 않고, 고대 근동 문화의 흔적으로 등장한다. 고대 근동 사람들은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삶을 살았다. 성경은 고대 근동의 신화적 언어로 쓰였다.
하늘과 하늘신 우리나라 정서에서 하늘은 곧 하느님을 의미했다. 우리가 "하늘의 뜻이다"라고 말할 때, 그것은 하느님의 뜻이란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하늘 사상은 동아시아 원시 유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왜 북경까지 가서 천주교 신앙이 담긴 책을 찾았을까? 「천주실의」를 쓴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는 하느님을 한문으로 번역할 때 천주(天主)라고 했다. 우리 민족이 본래 갖고 있던 하늘 사상과 접목했기에 가톨릭교회는 우리나라에서 번창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학자들은 하늘의 참된 뜻을 적은 「천주실의」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하늘은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종교에서 중요한 상징이다. 인류 최초 수메르 문명에서부터 하늘신은 모든 신의 아버지로 여겨졌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하늘 개념을 독특한 야훼 신앙으로 소화해 재해석했다. 기원전 5000년경 지금의 이라크 지역에서 살던 수메르인들은 인류 최초의 글자인 쐐기문자를 만들었다. 수메르인들은 하늘을 형상화한 쐐기문자로 '안(An)'을 썼다. 안은 딩기르라고 읽을 수도 있는데, 딩기르로 읽으면 '신(神)'을 의미한다. 두 개를 겹쳐 쓰면 '신들'이란 복수가 된다. 이는 하늘을 뜻하는 최초의 문자다. 이 글자를 보면 인류는 이미 이때부터 하늘을 섬기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 민족 정서와도 일맥상통한다. 기원전 19세기 고(古)바빌론 제국 시대가 열린다. 고바빌론 제국을 건설한 아무르인들은 아카드어를 공용어로 채택했다. 이때부터 고대인들은 두 가지 언어를 쓰기 시작했다. 고바빌론인들은 행정과 상업 등 문서에는 아카드어를 썼지만, 학문 등에 사용되는 전문 용어는 수메르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이중 언어를 쓴 것이다. 한문을 공용어로 쓰는 우리와 비슷한 셈이다. 아카드어로 '아누(Anu)'는 하늘이다. 수메르 시대와 아카드 시대 모두 '하늘은 신'이라는 사상을 공유한 것이다. '아누'는 최고신이었다. 선과 악을 모두 관장하는 신이었다. 기원전 2800년경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번성했던 우크르의 왕 길가메시에 대해 쓴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도 아누가 등장한다. 길가메시는 아누에게 달려가 억울한 일을 풀어달라며 성난 황소를 청한다. 황소는 당시 권력의 상징이다. 황소가 우르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고, 젊은이 수백 명을 죽였다. 길가메시는 이 대목에서 자신의 힘을 드러낸다. 이처럼 아누는 악을 관장하는 역할도 했다. 아누는 또 왕권을 확정해주기도 했다. 최고신으로서 왕을 임명한 것이다. 최고의 신 인류 종교사에서 첫 번째 최고신은 아누였다. 그런데 하나의 최고신이 계속 존재한 것이 아니라, 계속 바뀌었다. 시대가 변하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패권이 바뀜에 따라 아누는 최고신의 지위를 다른 신들에게 물려주고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아누는 인류 종교사 최초의 신이자 '물러난 신'이기도 했다. 수메르 시대에 존재했던 3600명의 신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50명의 귀족신과 나머지 하급신이다. 귀족 50신은 수메르에서 가장 높은 신들의 모임인 '아눈나키'라고 불렸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일곱을 '운명을 결정하는 일곱 신'이라고 불렀다. 귀족 중의 귀족신이다. 이 일곱 신 중에서도 가장 높은 4명의 신은 안, 엔릴, 에아, 대지의 신이며, 그 중 첫째인 안(아누)은 모든 신의 아버지였다. 아누는 모든 신의 우두머리요, 아눈나키의 수장이자 운명을 결정하는 최고신이었다. 이후 최고신인 아누는 하늘로 올라가고, 엔릴과 에아가 뒤를 잇는다. 물러난 최고신은 궁극적 권위가 필요할 때면 다시 나타나곤 했다. 고대 근동의 가장 중요한 법률문서인 함무라비 법전 서문에도 아누, 엔릴, 에아가 등장한다. 물러난 신인 아누가 정의와 왕권을 정하는 역할을 했다. 고대 근동의 이집트에서는 태양신이 최고의 신이었다. 동부 셈어 지역을 벗어나면 하늘신은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북서 셈어를 쓰는 지역에서 하늘신은 제물을 바칠 때나 무언가 맹세를 할 때 거론되는 정도다. 북서 셈어 지역에서 나온 구약성경에서도 하늘신은 큰 역할이 없다. 대신 바알신이 하늘을 다스렸다고 나온다. [평화신문, 2013년 1월 27일, 정리=이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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