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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신약여행6: 로마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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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23 조회수3,772 추천수1
[백운철 신부의 신약여행] (6) 로마서 (상)

의화, 예수님 피를 통한 올바른 관계의 회복



- 로마서는 바오로 사도의 신학적 유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신학적 주제에 대한 답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사진은 로마 성 바오로대성당 앞의 바오로 사도상.


로마서를 살펴보기에 앞서 당시 로마교회 상황을 들여다보자. 기원후 1세기 로마에는 유다인 4~5만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45년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추방하는 칙령을 발표한 것으로 미뤄 적어도 40년 즈음에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로마교회는 어느 사도나 외부 선교사의 직접적 복음 선포 없이 자생한 교회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유다인이라면 적어도 평생에 한 번은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하고자 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수를 직접 만난 이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초대 예루살렘 공동체 신자들과 접촉하며 복음을 듣고, 로마로 돌아와 교회를 세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점에서 로마교회 역사는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교회를 세운 한국교회 역사와 비슷한 점이 있다.

바오로 사도는 스페인 선교를 목표로 삼고 있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로마를 거쳐 가야 했다. 때문에 로마서는 로마교회와 신자들의 도움을 청하는 외교적 성격을 띠고 있다. 사도는 로마뿐 아니라 다른 지역 교회 신자들도 읽을 수 있도록 복사본을 준비했는데, 에페소와 코린토지역 신자들 이름을 언급한 16장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사도는 또 로마서를 자신의 신학적 유언을 담은 서간으로 활용했다. 사도는 여러 서간을 남겼지만, 특히 로마서는 중요한 신학적 주제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신학 논문과도 같다. 사도는 그에게 제기된 질문들에 답변하고, 자신의 정당함을 옹호하며 서간을 써내려갔다.

사도가 로마서에 언급한 주제는 크게 △ 의화론(義化論) △ 이스라엘의 운명 △ 국가와 권력의 관계 △ 교회의 일치와 평화 등 네 가지로 분류된다. 의화론에 대해 사도는 "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로마 1,16)는 선언으로 답했다. 여기서 복음은 하느님 말씀, 특히 십자가를 통해 드러나는 "믿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힘"(1,16)이다. 복음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구체적 변화를 가져다주고 변화를 일으키는 힘을 갖고 있다. 믿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삶을 변화시킨다. 복음은 기쁨으로 다가오고 신자를 회개로 인도해 그리스도를 따라 살 수 있는 의지와 힘을 준다.

복음의 힘이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살펴보기에 앞서 당시 이방인과 유다인들의 상황을 진단해야 한다. 이방인들은 우상숭배에 빠져 있었다. 이에 대해 사도는 "세상이 창조된 때부터,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본성 곧 그분의 영원한 힘과 신성을 조물을 통하여 알아보고 깨달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변명할 수가 없습니다"(1,20)하고 말했다. 이방인들은 하느님을 알아볼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거부한 것이며, 하느님 자리에 자신이 섬기는 우상을 갖다놨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도의 자연주의 신학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인간이 비록 진리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하느님이 주신 자연 이성으로 사물을 관찰하면 이를 만든 창조주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방인들이 하느님 율법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하느님이 그들에게 주신 양심에 따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반면 유다인들은 율법을 가지고 있다는 커다란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사도는 이들이 율법을 가르치고 남들을 판단했지만, 정작 스스로는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1, 22-24). 결국 이방인과 유다인 모두 죄인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구원의 가능성은 없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다"(5,20)는 말과 같이 하느님께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그들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 놓는다고 말했다. 그 길은 '율법과는 상관없는 하느님의 의로움'(3,21)이다. 율법과 무관한 의로움이란 무엇일까.

"모든 사람이 죄를 지어 하느님의 영광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이루어진 속량을 통하여 그분의 은총으로 거저 의롭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속죄의 제물로 내세우셨습니다. 예수님의 피로 이루어진 속죄는 믿음으로 얻어집니다. 사람들이 이전에 지은 죄들을 용서하시어 당신의 의로움을 보여 주시려고 그리하신 것입니다"(3,23-25).

사도는 이 대목을 통해 예수를 속죄 제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흔히 예수는 인간의 죄에 대한 하느님의 분노를 풀기 위해 죽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사도는 예수의 피를 봉헌하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벗기고 정결케 함으로써 하느님과 다시금 본래적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죄로 왜곡됐던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예수가 당신의 피로써 올바른 관계로 회복시켰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올바른 관계'는 의화(justification)로, 의롭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피로 이뤄진 속죄와 믿음을 통해 가능하다. 가톨릭교회는 의화를 단순한 죄의 사함을 넘어 인간의 내면이 성화되고 쇄신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리스도인이 믿음 안에서 의롭게 된다고 하더라도, 죄의 경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하느님 자녀로서 불리고 성령의 도우심으로 점차 성화돼 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평화신문, 2013년 2월 24일, 정리=김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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