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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마르코 복음서7: 죄인들과 함께 하는 예수님(마르 2,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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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02 조회수3,237 추천수1
[도란도란 성경이야기] 마르코 복음서 (7)


이번 호에서는 마르코 복음서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모습들 중 ‘죄인들과 함께 하는 예수님’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마르 2,13-17)

예수님께서는 공적인 직무를 시작하는 초기에 제자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하십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제자를 부르는 장면들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다 자기 일터에서 부르심을 받습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일하는 고유한 상황에서 당신의 사람들을 찾고 부르십니다. 마르코 복음서 1장에서는 호숫가에서 네 제자를 부르시는 이야기가 나오고(마르 1,16-20), 2장에서는 다시 호숫가를 지나가는 길에 ‘레위’라는 사람을 제자로 부르시는 장면이 나옵니다(마르 2,13-17). 이번 호에서는 ‘레위’라는 사람을 부르시는 이야기를 통해 죄인들과 함께 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호숫가로 나가셨다. 군중이 모두 모여 오자 예수님께서 그들을 가르치셨다. 그 뒤에 길을 지나가시다가 세관에 앉아 있는 알패오의 아들 레위를 보시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라.” 그러자 레위는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 예수님께서 그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시게 되었는데, 많은 세리와 죄인도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과 자리를 함께하였다. 이런 이들이 예수님을 많이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리사이파 율법 학자들은, 예수님께서 죄인과 세리들과 함께 음식을 잡수시는 것을 보고 그분의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저 사람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 예수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예수님께서 레위를 부르시는 이야기와 세리나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이야기는 공관 복음서에서 공통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마르코의 관심은 ‘레위’라는 특정 인물에게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어떻게 부르시는지, 예수님의 부르심에는 어떤 특성이 있는지에 관심을 보입니다.

이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그 당시 세리라는 직업이 어떤 것이었고 사람들에게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로마 제국이 거두어들이는 세금에는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조세, 관세, 인두세, 토지세, 통행세, 시장세 등이었습니다. 이러한 세금은 일반적으로 로마 제국이 민중의 반응을 고려하여 유다인 세금 대납업자가 걷도록 하였습니다. 이들을 세리라 하는데, 이를테면 이들은 로마의 유다인 청부업자인 셈이었습니다. 이들은 수많은 세금을 징수하는 과정에서 흔히 수탈을 자행했기 때문에 유다인들에게는 굉장히 증오를 받는 직업이었습니다. 따라서 당시 유다 사회는 세리를 사기꾼이나 도둑 같은 부류로 취급했습니다. 그들은 동족의 피와 땀을 착취하는 배신자로 낙인찍혔고,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도 미움과 경멸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세리들은 유다 사회 공동체에서 철저히 배제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놀랍게도 그렇게 증오와 멸시를 받는 세리 가운데 한 사람을 자신의 제자로 부르셨습니다. 이것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의(義)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었고, 세리들에게서 착취를 당하는 가난한 평민들의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마르코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레위를 선택하고 부르시는 이야기를 통해, 사회에서 버림받은 이들에게 어떻게 은총을 베푸시는지 알려주기 시작합니다.

한편 유다인들에게는 한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그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우정과 존중을 크게 표시하는 일이었습니다. 또 유다인들은 식탁의 축복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축복이 아닌 저주를 받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부정을 타는 것입니다. 따라서 식탁에서 하느님의 축복을 받으려면 식탁에서 부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물건을 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율법 학자들은 예수님께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드시는 것에 대해 불평한 것입니다. 세리에 대해서는 앞에서 설명했고, 여기서 말하는 죄인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인지도 알아보겠습니다. 예수님 당시의 죄인들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걸리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첫째는 하느님의 계명을 명백하게 지키지 않는 부도덕한 사람들입니다. 둘째는 누구나 경멸하는 일을 하면서 자기 이익만 취하는 데 혈안이 된 부정직한 사람들입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은 이 두 부류를 하느님의 구원을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로 간주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죄인들, 세리들과 어울려 음식을 먹는 예수님은 바리사이파 율법 학자들의 눈에는 율법을 거스르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죄인들과 하나가 되어 어울려 스스로를 불결하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기들과 함께 기존 사회 이념을 수호할 입장에 있어야 할 예수님께서 그러지 못하신 데에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율법을 아주 잘 해석하는 선생으로 여겼습니다. 이 선생이라는 사람이 죄인들과 어울려 음식을 나누었으니 그것이 그들에게는 불명예로 받아들여졌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위협에 간단하고도 자명한 답변으로 맞서십니다. 곧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라는 대답입니다. 이 말씀에는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과 사명감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의인이라는 말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참다운 의인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인이라고 말하는 율법 학자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보다는 자기 자신의 정의에 만족하여, 결국 예수님의 정체성을 알아보지 못하고 살아 계신 하느님에게서 떨어져 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참고문헌 : 성서못자리 그룹공부교재 「마르코 복음」, 2010, 기쁜소식, 95-109쪽.

[길잡이, 2013년 3월호, 사목국 성서사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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