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구약성경의 맥3: 구약성경 전체의 시공간적 배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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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3-05-03 | 조회수4,253 | 추천수1 | |
[신앙의 해 - 구약성경의 맥] 제3주제 : 구약성경 전체의 시공간적 배경 시편 저자는 하느님께 “날수 셀 줄 아는 지혜”(90,12)를 주십사고 간청합니다. 이 말에는 자신에게 허락된 이승에서의 삶 가운데 자신이 현재 어디에 와있고, 앞으로 남아있는 세월이 어느 정도인지를 염두에 두고 그에 맞갖게 남은 인생을 살고자 하는 저자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그에게 지혜란 자신의 현재를 인생이라고 하는 전체적인 틀 안에서 바라볼 줄 아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과 나누고자 하는 것 역시 이런 지혜를 가지고 구약성경을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구약성경 전체가 묘사하고 있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인류 전체의 역사라고 하는 한층 더 큰 시간적, 공간적 틀 안에서 바라보면서 구약성경이 형성된 배경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구약성경의 맥을 이루는 세 번째 주제인 ‘구약성경의 시공간적 배경’이라고 하는 이 큰 주제를 저는 세 가지 질문을 통하여 다루어보겠습니다. 구약성경이 묘사하는 시대와 장소는? 첫 번째 질문은 “인류 전체의 문화와 역사라고 하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구약성경이 묘사하고 있는 시대와 장소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입니다.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인류의 역사를 고찰할 때 그 시기를 대략 고대-중세-근대-현대의 네 시기로 구분합니다. 고대 시기는 다시 석기시대-청동기시대-철기시대-헬레니즘시대-로마시대로 구분합니다. 구약성경의 시대, 곧 창세기에서부터 마카베오기 하권까지 다루어지는 역사는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시작되어 헬레니즘시대까지에 이르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하나의 국가로 등장한 뒤 명멸하는 시기는 철기시대에 해당하는 시기입니다. 다윗 임금이 세운 통일 왕국의 시작이 기원전 1000년경이며, 유다 왕국이 바빌론에 패망하게 된 것이 기원전 587년이므로 이스라엘이 왕국으로 존속한 시기는 기원전 11세기에서 6세기에 해당하는 시기입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비교하면, 삼국시대의 기원을 대략 기원전 1세기로 볼 때 이는 삼국시대가 있기 훨씬 전의 시기에 해당합니다. 구약성경의 이야기들이 펼쳐진 장소적인 배경은 오늘날로 치면,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와 요르단, 터키와 이라크, 그리고 이란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으로,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볼 때 가장 가까운 동방 지역이라는 의미에서 ‘근동(Near East)’이라고 불리곤 하였습니다. 따라서 구약성경의 시대적, 장소적 배경은 한마디로 하자면 ‘고대 근동’이었습니다. 고대라는 말은 시대적 배경을 말하는 것이고, 근동이라는 말은 장소적 배경을 말하는 것입니다. ‘고대 근동’에서 구약성경은?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시점을 좁혀서 “고대 근동이라고 하는 시간적, 장소적 틀 안에서 구약성경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 하는 물음을 던져볼 수 있는데, 이것이 우리의 두 번째 질문입니다. 고대의 근동 지역은 인류의 위대한 문명이 발생한 두 개의 지역을 포함합니다. 하나는 나일강을 중심으로 발달한 이집트 문명이며, 또 하나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을 중심으로 발달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입니다. 메소포타미아라는 말은 ‘두 강 사이’라는 뜻으로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에 자리 잡았던 수메르, 바빌론, 아시리아와 같은 고대국가들과 그들에 의해 꽃피게 된 문명을 지칭합니다. 이집트 문명이 발달했던 지역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발달했던 지역을 지도상에서 서로 연결하면 초승달 모양이 그려지는데 이 지역이 비교적 비옥한 지대였기 때문에 ‘비옥한 초승달지대’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이스라엘은 바로 이 지대에 속하는 나라로 두 문명이 서로 충돌하고 접하는 지역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두 문명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으며, 구약성경은 이스라엘이 이 두 문명의 영향 아래에서 어떻게 그들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그 영향에 응답하였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미친 영향과 그것이 구약성경 안에 어떻게 표현되고 드러나는지를 알 수 있게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서 당신 계시의 전달자로 선택하신 아주 특별한 ‘선민’으로 이해되었을 뿐, 그들이 그 당시의 문화와 역사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던 민족이었음을 알 수 있는 길은 막혀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흔적들이 여러 세기 동안 유럽인들의 눈에는 그저 신비하게만 보였을 뿐 그 내용을 알 길은 없었습니다. 이스라엘이 받은 계시의 새로움은? 이집트의 상형문자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통용되던 문자인 수메르어와 아카디아어는 19세기 전까지는 인류에게 그저 수수께끼로 남아있었을 따름입니다. 나폴레옹의 군대가 이집트에 쳐들어갔을 때 발견하게 된 로제타 스톤은 상형문자의 비밀을 풀어내는 열쇠가 되었고,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황제가 바위산에 새겨놓은 베히스툰 비문은 아카디아어의 비밀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때 이후로 상형문자로 기록된 많은 비문들과 아카디아어와 수메르어로 기록된 수많은 비문들과 토판들이 번역되면서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실체들이 드러나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구약성경 연구는 성경 자체에 대한 연구에서 이 두 문명의 결과물들과의 비교연구라고 하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 비교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새로운 문서들이 출토되고 있고, 이미 발굴된 문서들 가운데서 아직도 번역 작업을 마치지 못한 것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비교연구들은 고대 근동의 문명이 이스라엘 민족의 사고와 신앙이 형성되고 발전되는 데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고자 대표적인 세 가지 예를 제시하겠습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낳은 창조 서사시들이 알려지기 전까지 창세기 첫 장에 등장하는 창조 설화는 이스라엘만의 고유한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러나 고대의 수메르와 바빌론 지역에서 만들어진 창조 서사시인 아트라하시스와 에누마 엘리시가 알려지게 되면서부터 창세기의 첫 창조 이야기를 기록한 저자가 바빌론의 창조 서사시를 이미 알고 있었으며, 기존의 잘 알려진 창조 서사시를 이스라엘의 고유한 신관(유일신론)에 맞갖게 각색, 변형시킨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홍수 설화인 길가메시 서사시 역시 창세기의 홍수 설화 해석에 새로운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고대 근동 문화의 발견은 구약성경에 나타나는 다양한 법조문들을 이해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구약성경의 법조문들은 고대 바빌론의 법전인 함무라비 법전(기원전 18세기)과 그보다 더 오래된 법전들인 우르남무 법전(수메르어로 기록된 가장 오래된 법전), 리피트-이쉬타르 법전(기원전 19세기에 수메르어로 기록된 법전), 에쉬눈나 법전 등에서 발견되는 법조문들과 상당 부분 유사점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법전들의 발굴은 고대 근동 사회의 법적인 관행을 이해하는 데 큰 빛을 던져주었습니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지혜문학 역시 구약성경의 지혜문학이 이 두 문명의 영향 아래 형성, 발전된 것임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잠언 22,17-23,14는 이집트의 지혜문학에 속하는 ‘아메네모페의 지혜’와 아주 유사하기 때문에 어떤 학자들은 잠언의 수집가가 이집트의 지혜를 빌려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구약성경에 담긴 하느님의 계시를 어떻게 이해할까?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문명들이 그 실체를 드러내면서 일부 성서학자들은 심각하게 “과연 이스라엘이 받은 계시의 새로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성경 계시의 고유성을 옹호하려고 성경의 창조 이야기나 법조문, 지혜문학이 어떻게 고대 근동의 문화와 차별성을 보이는 지를 강조하고자 하였고, 반대편에 선 학자들은 성경 계시가 새로울 것이 없음을 지적하고자 하였습니다. 우리의 세 번째 물음은 이런 상황과 연관된 것입니다. “구약성경을 그 시대적, 공간적 배경 안에서 바라볼 때 구약성경 안에 담긴 하느님의 계시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우선 앞서의 고찰을 통해서 우리는 구약성경에 담긴 하느님의 계시를 받고 살았던 이들이 고대 근동의 사람들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이라는 특정한 지역에서 살았던 이들이지만 주변 세계의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상황과 결코 무관한 이들이 아니었으며, 그들은 그들이 전해 받은 이 모든 것들 안에서 사고하고 활동하던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받아들이고 이해했던 하느님의 계시 역시 그들을 통하여 전달되었기에 그 계시는 고대 근동의 문화라고 하는 틀 속에서 이해되었고, 이 문화적인 틀은 다시 하느님의 계시의 비추임을 받아 이스라엘인들의 고유한 세계관, 인간관, 신관을 낳게 되었으며, 구약성경은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대 근동 문화의 이해는 그 문화의 틀 안에 담겨있는 하느님의 계시의 고유성을 밝히고 알아보는 데 적절한 도움을 제공한다 하겠습니다. * 김영선 루치아 - 마리아의전교자프란치스코회 수녀. 가톨릭대학교에서 석박사 통합과정 2년을 마치고 미국 보스톤대학(예수회)에서 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서강대학교에서 구약성서 입문을 강의하고,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구약성경과 피정 지도’라는 제목으로 구약성경 세미나를 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3월호, 김영선 루치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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