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물] 성경풀이: 창녀 라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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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3-05-14 | 조회수5,589 | 추천수3 | |
[성경풀이 FREE] 창녀 라합 - 엘리사의 샘.
세상은 남자가 다스리고 남자는 여자가 다스린다는 말이 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쓰여진 성경에도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에게 영향을 끼친 여인들이 다수 있었다. 히브리 여인뿐 아니라 이방 여인들의 활동도 상당했는데, 타보르 산 전투에서 가나안 장군 시스라를 친 야엘은 켄 족이었고 다윗 왕의 계보에 증조모로 기록된 룻은 모압 여자였다. 그리고 이집트 탈출 이후 여호수아가 가나안을 정복할 때 제일 먼저 점령한 예리코에는 창녀 라합이 있었다. 고대 예리코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서, “엘리사의 샘”이라 부르는 오이시스가 있어 유다 광야의 교통 요충지였다. 그래서 예리코에는 왕래하는 상인들을 접대하는 주막이나 창녀, 기생들이 많았고, 여호수아의 정탐꾼들을 도와 준 라합도 창녀였다. “라합”(???)이라는 이름은 히브리어로 “넓다”라는 뜻을 가졌고, 라합은 그 이름처럼 예리코 문을 활짝 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신약도 라합의 활약을 높이 평가하여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가진 인물로 기록하였고(히브 11,30-31 : “믿음으로써, 사람들이 이레 동안 예리코 성벽을 돌자 그것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믿음으로써, 창녀 라합은 정탐꾼들을 평화로이 맞아들였기에, 순종하지 않은 자들과 함께 망하지 않았습니다”), 마태 1,5의 예수님 족보에도 “라합”이 등장하여 흥미롭다 :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즈를 낳고 보아즈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았다. 오벳은 이사이를 낳고 이사이는 다윗 임금을 낳았다.” 만약 이 족보가 예리코의 라합을 의미한 거라면 다윗을 거쳐 예수님도 가나안의 이방 여인에게서 나왔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 유다 광야 한복판에 위치한 예리코 전경. 그런데 여호수아의 정탐꾼들은 왜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바로 창녀의 집으로 갔을까? 아마도 주막이 성읍 사람들의 말을 엿들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예리코 왕이 이 사실을 알아냈을 때에도 라합을 독촉하여 정탐꾼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지만(여호 2), 라합은 그들을 내어주지 않았다. 라합은 가나안 여인으로서 왕에게 복종하지 않고 외부인을 돕는 “배신”을 저질렀지만, 단지 그녀의 애국심이 부족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듯하다. 어쩌면 자신을 소외시켜 버린 사회의 아웃사이더 창녀로서 웃음을 팔아야 하는 모멸적인 위치에서 벗어나고 싶었음은 아니었을까? 이스라엘은 생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태동기였기에 평등 사회를 유지하고 있었고, 라합은 천시 받는 창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에서 또 다른 꿈을 펼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고착된 사회의 고정 관념을 깨고 멸시받는 창녀마저 들어올리신 주님의 모습에서 인간적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심에 우리는 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2013년 2월 17일 사순 제1주일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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