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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현대 가톨릭 신학의 흐름8: 성경의 해석자는 교회 공동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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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18 조회수2,977 추천수1
[신앙의 해 · 창간 86주년 기획 - 현대 가톨릭 신학의 흐름] (8) 성경의 해석자는 교회 공동체이다

교회 경전 ‘성경’, 신앙 안에서 읽고 해석해야


우리가 지금까지 따라온 ‘흐름’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어떻게 흘러가야 할 것인가? 특히, 고유한 의미에서 ‘가톨릭’ 성경 해석은 어떠해야 하는가?

다양하게 전개되어 가는 성경 해석을 바라보면서 근래의 여러 교도권 문헌들은 그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여기에서 최근으로 올수록 더욱 강조되는 것이 교회 공동체의 역할이다.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 다른 문헌들을 해석하는 것과 다른 이유가 바로 교회 공동체에게는 이 책이 성경(경전)이라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의 교회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공의회 이후 성경이 널리 보급되고 신자들의 신앙생활에서도 성경이 이전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때로는, 성경 해석이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거리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전문적인 성경 연구는 학자들만의 폐쇄적인 대화가 되어가고, 교회 밖에서 성경을 연구하는 이들의 영향까지 가세하여 신앙을 배제한 성경 해석도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의문이 제기된다.

교회의 신앙과 무관한 성경 해석이 ‘성경’ 해석인가?

아래에서는 주로 교도권의 지침들에 따라 가톨릭 성경 해석의 지침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지침들은 현대의 성경 연구 흐름에 대한 교도권의 반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신앙 공동체 안에서 형성된 책

성경은 처음부터 신앙 공동체 안에서 생겨났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성경 해석의 본래적 자리는 교회의 삶’(「주님의 말씀」, 29항)이다. 성경은 ‘하느님 백성에 의하여, 하느님 백성을 위하여,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된 책이다(30항).

“그 책은 바로 순례하는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이며, 오직 이 백성의 신앙 안에서 우리는, 말하자면 성경을 이해하기 위한 주파수를 찾을 수 있는 것”(30항)이다.

앞서 우리는 성경 해석의 몇 가지 흐름들을 제시하면서 그 각각의 한계를 지적했다. 성경 본문이 생겨난 역사적 배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저자가 일차적인 청중 또는 독자에게 말하고자 했던 바를 밝혀내는 데에 주의를 집중하는 역사비평적인 성경 연구에는, 성경을 온전히 과거에 속한 책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한편 성경 본문에 대한 역사적이거나 혹은 사회적인 연구는 인간적인 요소들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을 수 있었다. 물론, 언어학자나 사학자는 성경을 그들의 학문을 위한 고대의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들에게 이 책은 비슷한 시대의 다른 책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 방법들은 ‘성경’ 해석으로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 교회의 입장이다. 그 이유는 성경이 성령의 감도로, 그리고 교회의 살아있는 전통 안에서 형성되었다는 데에 있다. 성령의 감도로 교회 안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해석 역시 성령 안에서, 교회 전통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시 헌장 12항에서는 ‘성령을 통해 쓰인 성경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고 이를 위해서 성경 해석에서 세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 세 가지가 모두 고대에서부터 교회 안에서 고려되어 왔던 원칙들이면서 근-현대의 학문적 성경 해석들을 거쳐 재발견된 것이라는 점이다.


■ 해석의 세 가지 원칙

그 첫 번째가 ‘성경 전체의 일체성’ 내지 ‘성경의 내재적 단일성’이다.

2세기에 영지주의자들에 맞서 교부들은 한 분이신 하느님께서 성경 전체의 저자이시기 때문에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전체 안에 모순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주장했었다. 일상 대화에서도 체험하듯이 하나의 본문을 전체 맥락에서 분리시켰을 때에는 무수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고 또 본문들이 서로 모순되는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서, 올바른 성경 해석을 위해서는 그리스도교의 경전인 구약과 신약 전체의 맥락 안에서 본문을 이해해야 한다.

이렇게 성경 전체의 맥락 안에서 개별 본문들을 읽을 때, 본문은 그 저자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고 그 본문의 저자인 인간이 의도한 의미와 하느님께서 성령의 영감을 통하여 뜻하신 의미, 곧 정경 전체 안에서 그 본문이 지니게 될 의미는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속하는 대표적인 문제가 신약과 구약의 관계 문제다. 고전적인 역사비평에서는 그리스도교적 구약 해석의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 20세기에는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의 관계 문제가 대두되면서 그리스도교는 스스로 구약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의 구약성경이 유다교에서와는 다른 해석학적 지평을 가지며 그 고유한 지평 안에서 해석되어야 함을 인정함으로써, 신약에서 구약이 성취되고 완성된다고 이해하던 고대와 중세의 전통적 관점을 되살릴 수 있게 된다.

둘째가 ‘교회의 살아있는 전통’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인데, 이 측면도 역사비평의 한계와 밀접히 연관된다.

전통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 역시, 본문이 성경 전체의 맥락에 삽입되면서 뿐만 아니라 성경이 완성된 후에도 성령의 도우심으로 그 본문을 읽고 해석하는 교회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철학적 해석학은 본문의 의미는 저자가 생각했던 의미에 국한되지 않음을 주장한다. 본문이 저자와 다른 시대, 다른 상황의 독자와 만나면서 본문의 의미가 확장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 이론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생활을 살찌울 수 있도록 성서 메시지를 올바르게 현실화하는 방식으로 성서 본문의 저자와 첫 수신자들의 시대, 그리고 우리 자신의 시대 사이에 가로놓인 거리를 극복하게 한다”(「교회 안의 성서 해석」, II, 가, 2).

교회 안에서 그 전통이 전달되게 하시는 성령께서 지금도 활동하시기 때문에, 교회의 전통은 살아있다. 우리 시대에도 살아있다. 그 성령의 작용으로, 전통 안에서 성경이 생겨나고 또한 전통으로 성경이 보완된다. 그 성령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오늘도 ‘살아있고 힘이 있는’(히브 4,12) 말씀이 된다.

이러한 입장에서, 이제 그리스도교의 성서 해석자들은 유다교에서 구약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유다교는 구약성경 이후 유다교의 고유한 전통 안에서 구약을 해석하고, 그리스도교는 구약에 신약이 결합되고 다시 그 후에 이어진 그리스도교의 고유한 전통 안에서 구약을 해석하기 때문에 두 해석이 서로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구약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면 그 가운데 ‘가톨릭’ 성경 해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교회 전통 안에서 이루어지는 해석이다.

마지막 원칙은 ‘신앙의 유비’(analogia fidei)다. 신앙의 유비 역시 성경에 대한 이단적인 해석을 배제하기 위하여 고대에서부터 사용된 기준으로서, 성경 해석에서 고려할 가장 넓은 맥락이다. 앞서 성경 전체의 일체성이라는 원칙이 한 분이신 하느님께서 성경 전체의 저자이시므로 성경 안에서 두 부분이 서로 모순될 수 없다고 말했듯이, 신앙의 유비는 성경과 교의 모두가 한 분 하느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므로 성경과 신앙 교리가 서로 모순될 수 없음을 말한다. 따라서 성경의 해석은 신앙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 가톨릭 성경 해석

성경 해석은 성령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신앙을 배제한 성경 해석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성경 해석에서 성경 전체의 일체성을, 교회의 전통을, 또는 신앙의 유비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경을 성경으로 받아들이는 주체인 교회의 성경 해석으로서 불충분하다. 물론 성경을 이해하기 위한 모든 인간적인 노력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 위한 도구로서 소중한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신앙과 무관한 해석은 성경의 독자인 교회가 읽어내야 할 성경의 의미 가운데 한 부분을 처음부터 배제하는 것이 되고 만다.

교회가 제시하는 성경 해석의 방향은, 성경이 21세기의 교회를 향한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이 되게 하는 것이다. 신앙의 공동체인 교회가 신앙의 ‘규범’(canon)인 하느님 말씀으로 성경을 해석할 때 그것이 가톨릭 성경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원칙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면에서 이러한 해석은 어떤 면에서 교부들의 성경 해석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이는 퇴보가 아니다.

우리가 그 발자취를 따라 왔던 성경 해석의 흐름은, 방법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진정한 가톨릭 성경 해석의 이론적 토대를 찾아온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안소근 수녀는 교황청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 한국 가톨릭교리신학원 가톨릭신학연구실장으로 봉직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3년 5월 19일, 안소근 수녀(성도미니코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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