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물] 성경풀이: 이스라엘과 에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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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3-06-17 | 조회수3,086 | 추천수1 | |
[성경풀이 FREE] 이스라엘과 에돔 이스라엘의 조상 야곱과 에돔이 된 에사우는 또 다른 카인과 아벨로 성경에 등장한다. 쌍둥이의 갈등은 어머니 뱃속부터 암시되어(창세 25,23), 세상에 나올 때도 형을 이기려는 듯 동생이 발꿈치를 잡았다. 그리고 실제로 야곱은 형의 장자권을 빼앗아 ‘야곱’이라는 이름값을 한다.
사실 에사우는 선택받은 아들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인생의 무게가 덜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의 삶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고, 꼭 ‘엄친아’여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약삭빠른 야곱보다 고집스럽고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같은 에사우에게 동정이 간다. 배고픈 형에게 그냥 줘도 됐을 콩죽으로 장자권을 채 가고 형으로 분장하여 아버지 축복을 가로챈 야곱에 비해, 야뽁 강에서 다시 만난 동생을 용서한 형다운 모습이 마음에 든다(창세 33). 그렇다면 기만 속에 장자권을 쟁취한 야곱은 행복하게 살았을까? 선택된 아들로 아브라함의 계약을 상속받았지만, 인내하지 못하고 형과 아버지를 속인 죄는 정당화되지 못했다. 그래서 아브라함과 이사악이 장수를 누리다가 조상 곁으로 갔던 반면(25,8; 35,29), 야곱은 이집트 타향살이를 하며 고향을 그리다가 죽었고(47,9), 누구보다 사랑했던 아들 요셉이 형들의 기만에 팔려가면서 오랫동안 아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만고의 진리를 증명이라도 하듯, 야곱의 아들이 형제의 간계에 휘말려 아비의 업을 돌려받은 것이다. 직접적인 비판이 거의 없어 과거의 기만이 무시되는 듯 보이지만, 성경은 여기저기에 힌트를 남겨 그의 과보가 업이 되어 돌아왔음을 암시했다(호세 12,3-4: “주님께서 …… 야곱을 그 걸어온 길에 따라 벌하시고 그 행실에 따라 갚으시리라. 그는 모태에서 제 형을 속이고 어른이 되어서는 하느님과 겨루었다”). 끝끝내 아우에게 속아 아버지의 축복을 빼앗긴 에사우. 기름진 땅에서 멀어져 카인처럼 광야를 방랑할 운명을 받았고, 아우에 대한 살인을 생각할 정도로 한동안 원한을 풀지 않았다(창세 27,41). 에사우의 오랜 복수심은 야뽁 강에서 야곱을 만났을 때 사라진 듯 보였으나, 알게 모르게 자자손손 이어져 이스라엘에 대한 에돔의 호전적인 미움으로 나타나곤 했다(민수 20,18). 한 배에서 태어난 가장 가까운 형제이지만, 너무 가까워서일까? 형의 권리를 탐하여 기만한 동생이나 배고픔 때문에 자기 몫을 헌신짝처럼 포기하고 후회하는 에사우는 현재를 사는 우리 모습을 반영하는 듯하다.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여 입신양명을 꿈꾸고, 일시적인 향락을 위하여 강도질도 서슴지 않는 인간성의 타락은 고대부터 이어진 슬픈 역사의 한 단면이겠다. 인류 문명이 카인에게 파생하여 발전한 이래, 그 기저에 깔린 죄성은 누구도 피해 가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의 쾌락을 위해 내일의 희망을 허비하는 현상의 저변에는 순간의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장자권을 저당 잡힌 에사우가 겹쳐 보이는 듯하다. [2013년 6월 16일 연중 제11주일 인천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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