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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역사서 해설과 묵상: 사무엘기 상하권과 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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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15 조회수3,101 추천수1

역사서 해설과 묵상 (54) 사무엘기 상하권과 왕정

 

 

사무엘 상하권은 정치적, 종교적 경향을 많이 보인다. 그 경향은 ‘왕정’이라는 주제로 나타난다. 그러나 사무엘기 상하권은 왕정의 불분명한 의미를 감추려 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임금은 주님 한 분뿐이시다.’ 이것은 ‘신정체제’(神政體制)를 표방하는 이스라엘로서는 부정할 수 없는 대전제다. ‘그러면 한 인간이 임금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임금인 한 인간은 무엇을 대표하는가?’ 문제는 왕정제도를 옹호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 왜냐하면 결국 주님께서 사무엘 예언자를 통해 사울을 임금으로 즉위시키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임금을 요구한 행동은 은연 중에 단죄되었다. 이것은 임금 자리는 인간의 의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권위’에서 온다는 것을 뜻하며, 동시에 이스라엘의 왕정제도는 민주주의적인 제도가 아니라 신정체제에 속하는 것임을 뜻한다.

 

첫 임금 사울은 결국 멸망의 길로 갔다. 사무엘기 상하권은 특별히 사울이 저지른 잘못의 종교적 성격을 강조한다. 이런 잘못 때문에 사울은 실패했다. 이것은 임금일지라도 종교적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계약궤에 손을 대서 즉사한 우짜의 일화(2사무 6,6-7), 다윗이 예루살렘에 세운 제단(2사무 24,24-25)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참된 임금은 ‘다윗’이다. 그런데 유념할 것은 다윗이 각별히 이상화되었다는 점이다. 특별히 우리는 그런 이상화 경향을 다윗이 헤브론에서 임금으로 즉위되기 전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 곧 사울과 얽힌 사건들 이야기에서 잘 볼 수 있다. 사무엘기 상하권은 다윗이 주님께 순종하고 주님의 뜻을 찾으려고 노력했음을 부각시킨다. 사무엘기 하권 11장에서 보듯이 다윗도 죄를 범했다. 그래서 나탄 예언자의 질책을 들었으며 다윗은 예언자를 통해 내리시는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했다. 이것은 임금일지라도 율법을 벗어나 행동할 수 없음을 드러낸다. 사울과는 달리 다윗은 자신의 죄를 은폐하거나 변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하느님 앞에 자신을 낮추었다. 그래서 사울과는 달리 후손이 계속 이어지리라는 약속을 받았다. 다윗의 아들 가운데 하나가 다윗의 자리를 이어 이스라엘 백성을 다스릴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2사무 7장). 그 아들이 ‘솔로몬’이다. 그러므로 사무엘기 상하권은 다윗 왕조의 호교론이라고 볼 수 있다. 다윗 왕조가 정통성이 있고, 솔로몬이 왕위를 계승한 것이 정당함을 증명하려고 쓰인 책이라는 것이다. 사무엘기 하권 7장에 언급된 나탄의 예언에 따르면, 다윗 가문은 임금들의 개인적인 약점이 어떠하든 예루살렘에서 왕권을 계속

유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은 아마도 유다의 왕정제도가 오랫동안 흔들림 없이 계속되리라는 믿음이 성행했던 시기에 생겨났다고 추측된다. 그러나 유다의 임금들은 수많은 약점과 죄악 때문에 심판을 받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 결정적인 심판은 기원전 587년 나라의 멸망과 바빌론 유배로 실현되었다. 그렇지만 다윗 가문에게 하신 하느님 약속의 영속성을 믿는 믿음은 왕정제도의 멸망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윗의 후손이 오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 다윗의 후손이 곧‘메시아’다. 메시아는 하느님의 약속대로 다윗의 후손 가운데서 나올 이상적인 임금이다. 히브리어로 메시아를 그리스어로는 ‘그리스도’라 부른다. 유다교는 아직도 그 메시아를 기다리는 반면,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그 메시아’라고 고백한다. 바로 여기에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묵상주제

 

그 여자가 예수님께 “저는 그리스도라고도 하는 메시아께서 오신다는 것을 압니다. 그분께서 오시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시겠지요.” 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말하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요한 4,25-26)

 

[2013년 7월 14일 연중 제15주일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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