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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역사서 해설과 묵상: 사무엘기 상권 1장(사무엘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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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22 조회수3,309 추천수1

역사서 해설과 묵상 (55)


한나는 마음이 쓰라려 흐느껴 울면서 주님께 기도하였다(1사무 1,10)

 

 

사무엘기 상권 1장은‘사무엘의 탄생 설화’다. 하느님께서는 어머니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한나의 눈물을 거두어주셨다. 이어서 한나의 감사 찬양노래(1사무 2,1-10)가 뒤따른다. 아이를 낳을 수 없던 한나가 사무엘을 낳은 것은 하느님의 도우심 덕분이다. 한나의 감사 찬양노래는 신약에서 성모의 노래(루카 1,46-55)에 영감을 주었다.

 

한나의 감사 찬양노래는 처지의 역전을 찬양하는데, 그 첫 수혜자는 한나가 되었다. 이런 처지의 역전, 상황 역전, 상승과 몰락은 사무엘기 상하권 전체를 꿰뚫는 주제 가운데 하나다. 그것은 프닌나와 한나의 처지역전에서 시작해 엘리와 사무엘, 사울과 다윗의 처지 역전으로 이어진다.

 

한나는 사무엘을 낳기 전에, 프닌나에게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라고 많은 모욕과 괴롭힘을 당했다. 한나와 프닌나는 같은 남편을 모셨다. 프닌나는 많은 자식을 두었으나 한나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남편 엘카나는 프닌나보다 한나를 더 사랑했지만 실로에 올라가 하느님께 제사를 올리고 제물을 나누어 줄 때, 한나에게는 한 몫밖에 줄 수가 없었다. 울며 먹지도 못하는 한나를 프닌나는 더욱 괴롭혔다.

 

“상처 입은 조개는 피가 흐르는 상처에서 진주를 키워낸다. 그 조개는 자신이 겪은 아픔을 보석으로 변화시킨다.

 

나의 상처 안에서 진주들이 자라난다. 그러나 그 진주들은 내가 상처와 화해할 경우에만 자라날 수 있다. 내 상처들과 접촉하는 것은 종종 아픔을 가져온다. 그 아픔을 내 스스로 지워낼 수 없는 무능함을 나는 느낀다. 그 상처가 비록 아문다 하더라도 내 마음 깊은 곳에 늘 남아있게 된다. 그러나 만약 그 상처를 받아들이게 되면 그 상처는 삶과 사랑의 샘으로 변화될 수 있다. 내가 상처받은 그곳에서 나는 더욱 더 생생히 살아갈 수 있고, 그곳에서 나 자신과 타인을 좀 더 강하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이 나의 상처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게 되고, 그것은 만남과 접촉을 가능하게 하며 다른 이들에게도 ‘치유의 효과’를 가져온다.

 

‘앓아 본 경험이 있는 의사만이 다른 사람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그리스 사람들은 말한다. 내가 강하게 서 있을 때는 다른 사람이 내 안에 들어올 수 없다. 내가 상처입고 약해져 있을 때 하느님이 내 안에 들어오실 수 있고, 다른 사람도 들어올 수 있다. 그때 나는 하느님께서 본래 만들어 놓으신 참된 나를 만나게 된다.

 

상처는 우리의 안전을 외적인 능력과 강함에서 찾지 말고 우리의 내면에서 찾도록 종용한다. 우리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어떤 큰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도 이러한 안전한 공간, 하느님만이 들어갈 수 있는 절대적 공간이 존재한다. 우리는 바로 우리의 상처 한가운데서 치유하는 하느님이 우리 안에 계시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안셀름 그륀, ‘아래로부터의 영성’ 중에서)

 

프닌나가 괴롭힐 때 한나가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입었겠는가! 그러나 한나는 그 상처에서 빛나는 보석을 키워냈다. 사무엘과 다윗 역시 그러했다. 엘리의 아들들이 하느님의 성소에서 하느님을 모독할 때 사무엘이 마음속으로 얼마나 상처를 받고 눈물로 기도했겠는가! 그런 사무엘이었기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엘리 가문 대신에 하느님을 섬기는 예언자요 판관이 되었다. 사울이 자신을 죽이려고 나라를 지켜야 할 정예병들을 이끌고 따라 다닐 때 다윗이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겠는가! 그러나 다윗은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온 사울을 두 번이나 살려주었다. 다윗은 확실히 임금이 될 큰 인물이었다.

 

묵상주제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원망하기보다는 그 상처를 받아들여야 한다. 상처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때가 ‘본연의 나’를 만나는 때고, 하느님을 만나는 때다. 그렇게 된다면, 그 상처에서 진주가 자랄 것이다. [2013년 7월 21일 연중 제16주일(농민주일)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역사서 해설과 묵상 (56)


“안심하고 돌아가시오.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당신이 드린 청을 들어주실 것이오.”(1사무1,17)

 

 

사무엘기 상권 1장은 ‘사무엘의 임신과 탄생’에 대한 정황을 이야기한다. 구약과 신약의 유명한 인물에게는 탄생설화가 형성된다. 탈출기 2장 모세의 탄생설화, 사무엘기 상권 1장 사무엘의 탄생설화, 루카 복음 1장 세례자 요한의 탄생설화, 마태오 복음 1-2장과 루카 복음 1-2장 예수님의 탄생설화가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엘카나의 부인 한나에게는 아이가 없었고, 그래서 실로 성소에 순례를 갔을 때 하느님께 서원했다. 이 서원은 하느님께서 아이를 주신다면 그 아이를 실로 성소에서 ‘하느님의 종으로 바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느님께서는 한나의 청을 들어주셨고, 한나는 아이의 젖을 떼자마자 서원대로 행했다. 사무엘은 히브리어로 ‘하느님께서 들으셨다’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사무엘은 어머니 한나의 기도를 하느님께서 듣고 응답하여 주신 아이였다.

 

실로 성소에서 사제 일을 보던 엘리는 한나의 기도에 대한 증인이 되었으며, 두 사람 사이에 짧은 대화가 오고갔다(1사무 1,12-18). 사내 아이 하나만 점지해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는 한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독자는 엘리에게 주님의 사제인 호프니와 피느하스라는 두 아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 것이다(1사무 1,3). 정상대로 한다면 하느님께서는 이 사제 가문을 통해 당신의 뜻을 알려주실 텐데, 왜 하느님께서는 아이도 없는 엘카나의 부인에게 아이를 주고 그 아이를 통해 당신의 뜻을 드러내시려는 것일까? 이것은 한나가 낳을 아이가 사제의 반열에 들게 될 것이라는 표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실이 엘리와 사무엘의 이야기를 이미 아는 독자들에게 암시된다.

 

어느 부인이 큰 산 맞은편에 살았다. 집 앞에 있는 큰 산이 집을 가려 겨울에는 햇빛도 잘 들지 않고, 날씨가 다른 곳보다 무척 추웠다. 그래서 이 부인은 자기 집 앞에 있는 산을 옮기려고 백일기도를 시작했다.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져라.’ 해도 그대로 될 것이다”(마태 17,20)라는 주님의 말씀이 생각났던 것이다. 백일 동안 열심히 기도한 뒤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그랬더니 그 산이 그냥 버티고 있었다. 그러자 부인이 이렇게 말했다.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이 여인은 처음부터 믿음이 없었던 것이다.

 

한나는 열심히 기도하여 사무엘을 얻었다. 매번 실로 성소에 올라갈 때마다, 주님의 성전에서 오랫동안 눈물로 애원하며 기도했다. 그런 한나의 기도를 하느님께서 들어주셨다.

 

한나의 경우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신다. 우리가 하느님께 청할 때, 하느님께서 내 기도를 반드시 들어주신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며, 끈기 있게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바로 그 ‘믿음’과 ‘인내’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묵상주제

 

우리가 믿음과 인내와 정성으로 기도하면,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를 반드시 들어주신다. 그 러나 우리가 원하는 때에 들어주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원하시는 때에 들어주신다. 이젠 되었다고 생각하면, 이젠 기도와 정성이 쌓일 만큼 쌓였다고 생각하면, 그때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하느님만이 아신다는 사실이다. [2013년 7월 28일 연중 제17주일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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