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역사서 해설과 묵상: 사무엘과 계약 궤와 필리스티아인들(1사무 1-7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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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3-09-02 | 조회수3,295 | 추천수1 | |
역사서 해설과 묵상 (61) “필리스티아인들은 하느님의 궤를 빼앗아 에벤 에제르에서 아스돗으로 옮겼다.”(1사무 5,1)
사무엘기 상하권 제1부(1사무 1-7장)는 사무엘에 관한 이야기다. 사무엘의 탄생과 부르심을 말하고, 그가 이스라엘의 판관이요 구원자로 부상하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여기서 사무엘은 종교적인 인물의 이상형으로 제시되었다. 특별히 7장에서는 그를 그 시대의 ‘참된 구원자’로 제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사무엘기 상하권 제1부를 전체적으로 볼 때, 분위기는 사무엘보다도 ‘주님의 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실로에 있던 주님의 궤가 어떻게 필리스티아 사람들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뒤 어떻게 되었는지 그 경위를 설명하는 이야기가 사무엘기 상권 4-6장에 나오는데, 이 부분이 사실은 제1부의 중심이다. 실로에 있던 주님의 궤는 전쟁터였던 에벤 에제르로 옮겨졌다가 거기서 필리스티아 군대에게 빼앗겨 아스돗으로 옮겨졌고, 이어서 에크론으로 갔다가 벳 세메스로 돌아왔다. 거기서 다시 키르얏 여아림에 있는 아비나답의 집에 모셔졌다. 이런 일련의 이야기에서 사무엘은 등장하지 않는다. ‘주님의 궤’에 관한 이야기는 사무엘기 하권 6장으로 연결된다. 아비나답의 집에 있던 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셔오려다 봉변을 당한 다윗은 당분간 궤가 갓 사람 오벳 에돔의 집에 있도록 방치했다. 그 뒤 다윗은 다시 예를 갖춰 결국 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시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사무엘기 상하권의 저자는 궤의 행방을 용의주도하게 추적한다.
저자가 이렇게까지 ‘주님의 궤’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사무엘기 하권 6장에 있다. 그것은 주님의 궤가 다윗의 왕위 확립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윗은 여부스 사람들이 살던 예루살렘을 정복해 정치적 수도로 삼았지만, 사울 가문을 몰아내고 임금이 되었으므로 왕위의 정통성을 확립시켜줄 종교적 수단이 없었다. 그래서 다윗은 목숨을 걸고 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셔오려 했던 것이다. 이처럼 다윗은 주님의 궤 덕분에 예루살렘을 정치적 수도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수도로 만들 수 있었다. 다윗 왕가에 호의적이었던 사무엘기 상하권의 저자가 다윗 임금의 통치에 결정적이었던 이런 중요한 사건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무엘기 상권 4-6장에서 궤의 행방을 상세히 보도하는 것이다.
사무엘기 상권 1-7장에서 본론은 4-6장 ‘주님의 궤’에 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1-3장 사무엘의 탄생과 소명설화는 서론이고, 7장은 결론에 해당한다. 7장은 사무엘이 최후의 판관으로서 필리스티아 사람들의 압제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는 내용이다. 7장에는 신명기적인 영향이 많이 엿보인다. 특별히 7장 3-4절에는 판관기에 나타나는 신명기 학파 역사가의 어휘가 들어있다. 7장은 신명기계 편집자에 의해 재구성되었는데, 편집자는 7장을 판관들의 역사에 관한 결론으로 삼으려 했던 것 같다.
사무엘기 상권 7장은 사무엘을 판관으로 추켜세우고자 성급한 결론을 내린다. “필리스티아인들은 이렇게 꺾이고 나서 다시는 이스라엘 영토로 들어오지 않았다. 사무엘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주님의 손이 필리스티아인들을 억누르셨던 것이다.”(1사무 7,13) 그러나 사무엘기 상권 9장과 13-14장을 보면, 필리스티아 사람들은 이스라엘 땅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사무엘의 기도 덕분에 필리스티아 사람들에게 승리를 거두었다는 사무엘기 상권 7장의 이야기는 사무엘기 상권 9장 16절, 10장 5절 그리고 13-14장과 모순된다. 사무엘기 상권 7장은 전설 안에서 사무엘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증거한다고 볼 수 있다.
묵상주제
“여러분이 마음을 다하여 주님께 돌아오려거든, 여러분 가운데서 낯선 신들과 아스타롯을 치워버리시오. 여러분의 마음을 주님께만 두고 그분만을 섬기시오. 그러면 그분께서 여러분을 필리스티아인들의 손에서 빼내주실 것이오.”(1사무 7,3)
[2013년 9월 1일 연중 제22주일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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