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풀이 FREE] “나타나엘, 참다운 이스라엘 사람”(요한 1,47)
나타나엘은 바르톨로메오라고도 한다. ‘하느님께서 주시다’라는 뜻의 나타나엘은 이름이고, 바르톨로메오(바르 탈마이)는 ‘탈마이의 아들’이라는 뜻의 성이었을 것이다. 포도주의 기적이 있었던 갈릴래아 카나 출신 나타나엘은 처음 예수님 소식을 접했을 때,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하고 의문을 제기했었다(요한 1,46). 갈릴래아에는 예언자가 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었는데(“당신도 갈릴래아 출신이라는 말이오? 성경을 구해 보시오. 갈릴래아에서는 예언자가 나지 않소” 요한 7,52), 예부터 이방인들이 많아 ‘이방의 갈릴래아’라 불렸을 정도였다(“이민족들의 지역” 이사 8,59).
그러나 예수님이 무화과 아래에 있던 나타나엘을 “참다운 이스라엘 사람”이라 칭찬하시자, 나타나엘은 처음 보는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아는지 놀라워했다(“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나타나엘이 예수님께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하고 물으니, 예수님께서 그에게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 하고 대답하셨다” 요한 1,47-48). 무화과는 선악과를 제외하고 에덴동산에 유일하게 이름이 등장하는 열매로서(창세 3,7), 고대 유다 전승은 무화과를 선악과라 보았다(크리스트교에서 사과를 선악과로 보았던 전승과 차이가 있는데, 이는 ‘악’을 뜻하는 라틴어 malus와 ‘사과’를 뜻하는 malum의 소리가 비슷한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지금 학계에서는 사과나 무화과를 선악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예수님 시대에는 에덴에 얽힌 무화과의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말씀을 탐구하는 경건한 유다인들이 무화과나무를 즐겨 찾았다고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눈에 잘 띄는 거리에서 기도하여 자기를 알리려 애쓴 위선자들과 달리 은밀한 곳에서 묵상하던 나타나엘의 중심을 꿰뚫어 보신 것이다. 나타나엘은 그때부터 갈릴래아 출신 메시아에 대한 고정 관념을 극복하기 시작하여, 부활하신 예수님이 갈릴래아 호수의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도 함께 있었다(요한 21,1-2).
전승에 따르면 나타나엘은 인도, 아르메니아 지역에서 활동하다가 아스티야제스 왕에 의하여 참수되었고, 다른 전승에 의하면 카스피 해안의 아바나폴리스, 메소포타미아와 페르시아, 이집트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살가죽이 벗겨지는 형벌로 순교했다고도 전해진다. 그래서 나타나엘의 기념 성화나 동상에는 칼과 살가죽이 묘사되어 있다(사진 참조). 그리고 사도의 유해는 알바노폴리스에 매장되었다가 6세기에 시칠리아 섬으로 이장되었고, 9세기 초에는 이슬람의 침공으로 로마에 모셔지게 되었다.
[2013년 9월 15일 연중 제24주일 인천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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