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마 수녀의 신나는 성경공부 - 마르코와 함께 쓰는 나의 복음서] (12) 무화과나무의 교훈(마르 11,12-25)
믿음 기도 사랑 없는 신앙 경계해야
- 예수님은 무화과나무를 통해 열매 맺지 못하는 것을 경고하셨다. 사진은 무화과 열매. 평화신문 자료사진
무화과나무는 팔레스티나 전 지역과 우리나라에서는 전남 영암지방에 많다. 이스라엘 백성은 무화과나무 그늘에서 명상과 기도를 했다.무화과는 꽃이 없다는 뜻이다. 무화과나무는 평화와 안전한 생활, 훌륭한 삶을 상징한다. 무화과나무 잎이 무성하면 그 안에 반드시 열매가 있다.
무화과나무가 성경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고 알몸이라는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자신의 치부를 가렸다는 이야기에서다. 무화과나무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기에 포도나무와 함께 이스라엘 백성과 언약을 맺은 하느님을 상징하기도 한다.
예수님은 무화과나무를 통해 열매 맺지 못하는 것을 경고하셨다. 이스라엘 종교 지도자들이 선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을 비유로 드신 것이다.
예수님은 갈릴래아에서 공생활을 정리하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다. 파스카(무교절) 축제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유다의 가장 큰 장엄 축일이다. 순례객들은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예수님을 향해 "호산나"라고 외쳤다. 호산나는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뜻이다. 예수님은 군중의 환호를 받으며 예루살렘에 입성해 제일 먼저 성전으로 가셨다.
유다인들은 전통적으로 성전에서만 하느님과 백성의 공적인 만남이 이뤄진다고 생각했다. 성전은 하느님의 집인 동시에 하느님 현존의 장소다. 하느님의 집은 예수님의 집이다. 예수님은 성전에 계심으로써 예수님 당신이 하느님 이름으로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분임을 보여주신다. 예수님은 날이 저물 때까지, 성전 곳곳을 둘러보며 성전에 머무셨다. 하느님의 백성이 어떤 상태인지 보시려는 것이다.
예수님은 모든 것을 둘러보신 다음, 열두 제자와 다시 베타니아로 가셨다. 예수님의 활동은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예수님이 성전에서 하신 중요한 일은 장사꾼들을 내쫓으신 것이다. 성전 정화 사건이다. 이는 하느님이 백성에게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예수님이 둘째 날 다시 성전으로 오신다.
"이튿날 그들이 베타니아에서 나올 때에 예수님께서는 시장하셨다. 마침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멀리서 보시고, 혹시 그 나무에 무엇이 달렸을까 하여 가까이 가 보셨지만, 잎사귀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마르 11,12-13).
예수님은 "이제부터 영원히 어느 누구도 너에게서 열매를 따 먹는 일이 없을 것이다"(마르 11,14)라고 말씀하셨다.
무화과 철도 아닌데 예수님에 왜 이렇게 말씀하셨을까?
예수님이 성전에 가서 보니 염소와 양, 소가 울고 아수라장 같았다. 예수님은 환전상의 탁자와 비둘기 장사의 의자를 엎는다.
요한복음서에는 "성전에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자들과 환전꾼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끈으로 채찍을 만드시어 양과 소와 함께 그들을 모두 성전에서 쫓아내셨다"(요한 2,14-15)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방인들은 성전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성전 안에는 사제들만 들어갈 수 있는 '사제들의 뜰'을 비롯해 성소와 지성소 등이 있다. 이 지성소는 하느님의 현존을 나타내며, 대사제만 1년에 한 번 속죄의 날에 들어갈 수 있다. 예수님은 왜 격노하셨을까?
유다인들은 절기에 맞춰 예루살렘을 순례하는 게 의무였다. 순례의 축제라고 한다. 이스라엘의 의무 순례 대축제는 파스카(과월절,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해방절), 오순절(파스카 후 50일), 초막절(밀 추수 감사) 세 가지가 있다.
예루살렘에 온 그들은 제물을 바쳐야 했다. 제물은 하느님께 바치는 것이기에 흠이 있으면 안 된다. 먼 곳에서 귀중한 양 한 마리를 가져와도 흠 없이 가져오는 게 쉽지 않았다. 성전 안에는 흠 없는 비둘기를 파는 장사꾼이 있었다. 가난한 사람은 하느님께 제물을 바치기 어려웠지만, 장사꾼들은 자기가 원하는 만큼 돈을 받고 팔았다. 성전에서만 사용하는 동전이 있었는데, 외국에서 오는 사람들은 돈을 환전해야 했다. 환전을 해야 번제물을 바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성전을 관리하는 대사제와 장사꾼과의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고, 이에 예수님은 격노하셨다.
예수님은 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와 함께 그들을 쫓아내셨고 환전상의 탁자를 엎으면서 "'나의 집은 모든 민족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으냐?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마르 11,17)라고 하셨다.
유다인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모든 민족에게 전해야 하는데 자기네만이 구원받을 자격이 있다고 여기고 성전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다. 이것을 본 지도자들은 회개하기는커녕 예수님을 없애려고 모의했다.
예수님은 마음의 성전을 모시고 있는 우리 공동체와 단체에 어떤 채찍을 드실까 생각해봐야 한다. 예수님 일행은 셋째 날, 베타니아에서 다시 성전으로 가다가 뿌리째 말라 있는 무화과나무를 보았다.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는 굳건한 믿음과 참된 기도, 진실한 사랑이 없는 이스라엘 백성의 삶과 겉만 화려하고 신앙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유다인들의 삶을 상징한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무화과나무의 세 가지 교훈을 알려주신다. 의심하지 않는 굳은 믿음을 지녀야 하며(마르 11,23), 그런 믿음으로 하느님께 기도하고(마르 11,24), 기도하기 전에 먼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라(마르 11,25)는 것이다.
[평화신문, 2013년 10월 6일, 정리=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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