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경풀이: 탈무드와 바리사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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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3-10-26 | 조회수3,765 | 추천수2 | |
[성경풀이 FREE] 탈무드와 바리사이
필자가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에서 탈무드를 배울 때의 일이다. 난생 처음 탈무드 원어를 읽으며 바리사이들이 집성한 유산이라는 설명에 감탄했고, 그 안에 담긴 바리사이들의 까다로운 율법주의와 율법 준수 노력에 또 한 번 감탄했다. 그러다가 하루는 “하늘나라에 가면 무엇을 하게 될까?”라는 논제를 두고, 현인들이 논쟁을 벌이는 장면이 나왔다. 호기심이 나서 빨리 다음 장을 넘겼는데, 열렬한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이 ‘공부한다.’인걸 보고 뒤로 넘어가게 웃었던 적이 있다.
천국에 가면 하느님이 계시니 공부 안 해도 다 알지 않겠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선생님은 현인들에게 공부는 즐거움이기 때문에 그런 결론을 내린 거라 설명했었다. 그러나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야 천국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생지옥일 텐데, 역시 바리사이답다는 생각을 했다.
2000년 전, 토라 연구와 율법 준수에 가장 조신했던 바리사이 학자들. 모세오경 외에 하느님이 모세에게 구두로 전하셨다는 수많은 율법을 모아 꼼꼼하게 토론하여 엄청난 양의 탈무드로 편찬한 석학들이다. ‘바리사이’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페루쉼)은 ‘해석하는 사람들’, 즉 성경을 해석한다는 의미다. 그 외에도 ‘구분된 이들’이라는 뜻도 있어, 일반 무지랭이들과 달리 ‘구분된 사람’, 말씀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다. 무의식중에라도 율법을 깨지 않을까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했고, 토라를 연구하지 않는 일반 대중은 멸시하여 분리된 삶을 추구하기도 했다.
경건주의를 강조한 첫 출발은 좋았으나 시간이 가면서 지나친 형식주의로 흘러, 동포들을 가혹하게 판단하고 이것저것 따지며 율법의 짐을 무겁게 얹어 놓은 것이다. 2000년이 흐른 지금, 바리사이의 뿌리에서 이어진 유대교 정통파 종교인들을 바라본다. 전체 유대인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이들은 검은 옷에 검은 모자를 쓰고 여전히 토라 연구에 열성이지만, 당시의 형식적인 율법주의와 분리된 삶을 추구하는 모습은 묘하게 살아남았다.
딱딱한 옷차림에 배타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바리사이들을 통해,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습도 반성해 본다. 혹시 나도 신앙인은 이래야 한다는 높은 기준을 세워놓고 다른 이를 가혹하게 판단하지 않았는지, 다른 이의 티는 보면서 내 눈의 들보는 놓치지 않았는지 돌아본다. 생명의 말씀으로 죄에서 자유로워져야 하건만, 나만의 까다로운 율법을 세워놓고 다른 이들을 옥죄고 있지는 않았는가?
[2013년 10월 27일 연중 제30주일 인천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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