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경풀이: 성전 파괴를 예고하시다(루카 21,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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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3-11-19 | 조회수3,214 | 추천수1 | |
[성경풀이 FREE] 성전 파괴를 예고하시다(루카 21,5-6)
예루살렘에 가면 올리브 산 중턱에 ‘눈물 성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즐겨 찾으시고 기도하신 올리브 산 자체도 의미 있지만, 눈물 성전에 가면 예루살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예수님은 이곳에서 타락해가는 도성을 바라보시며 눈물을 흘리시고(마태 23,37-39; 루카 19,41-44), 성전 파괴를 예고하셨다고 합니다(루카 21,5-6). 그리고 성전은 열혈당원들의 반란을 진압하던 로마인들에 의해 서기 70년에 무너집니다. 당시 라삐들은 형제간의 이유 없는 미움이 성전 파괴를 초래했다고 결론 내렸고, 현대 이스라엘 신문에는 성전파괴 기념일에 이런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그때 유다인들이 그렇게 급진적이지만 않았어도 성전은 무너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평가는 친-로마적 역사학자 요세푸스나 유다 반란에 반대한 탈무드 현인들의 영향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로마인들을 성나게 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신문은 나름 합리적이고 정치적인 이유에서 성전 파괴의 원인을 찾았습니다만, 결국에는 하느님이 의도하신 바가 이루어진 것이겠지요. 예루살렘은 히브리어로 ‘예루샬라임’, ‘평화의 반석’이라 대부분 해석합니다. 그러나 뜻은 무척 아이러니하지요. 어쩌면 ‘평화’가 가장 필요한 곳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니까요. 지금도 지독한 영토 분쟁에 휘말려, 한 조상 아브라함에게서 나온 유다인들과 아랍인들이 피터지는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사악과 야곱의 핏줄을 이어받은 유다인들과 모슬렘 전승에 따라 이스마엘의 후손인 아랍인들은 민족적으로 ‘사촌’입니다. 그러나 어디든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지요? 한 형제인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져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2000년 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형제간에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심, 서로에 대한 미움,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민족적 우둔함이 안타까웠기 때문에, 주님께서 흘리신 눈물이 진하게 남아 있는 곳이 바로 ‘평화의 반석’ 예루살렘입니다. 눈물 성전은 제단이 서쪽을 바라봅니다. 이스라엘의 기념 성당들은 빛이신 주님을 향해 동쪽으로 제단을 두지만, 이곳만큼은 주님의 측은지심 눈물을 상징하기 위해 예루살렘 방향 서쪽으로 지어졌습니다. 혹자는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에 왜 전쟁이 끊이지 않는지 의구심을 품지만, 부족한 인생들이 모여 사는 이 세상의 어쩔 수 없는 특성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서로의 다양함과 불가피한 갈등 속에서 최종의 선을 찾아가는 것, 바로 그것이 신앙의 길 아닐까요? 절박한 갈등과 위기에도 서로 부족한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하느님 나라를 향한 우리의 믿음이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음을 묵상해 봅니다.
[2013년 11월 17일 연중 제33주일(평신도주일) 인천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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