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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리] 성경 속 도시4: 아브람이 나그네살이 한 땅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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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1-28 조회수4,298 추천수1

[성경 속 도시] (4) 아브람이 나그네살이 한 땅 이집트


이스라엘인이 탈출한 곳, 아기 예수의 피신처



고대 문명 발상지로 비옥한 땅을 가진 이집트는 가뭄과 기근이 닥칠 때마다 유목민들의 피난처가 됐다. 사진은 고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대 때 건립한 필레 대신전 모습. 사진출처=「성경 역사 지도」(분도출판사)


아브람 일행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스켐에서 길을 떠나 차츰차츰 헤브론 남쪽지역 네겝 쪽으로 옮겨 갔다. 그런데 그 땅에 기근이 들었다. 고대 유목민들이 그랬듯이 반유목민으로 살아가던 아브람도 가뭄이 닥치자 비옥한 땅 이집트로 갔다. 그래서 그들은 이집트에서 나그네살이를 시작했다.

창세기는 아브람이 파라오와 관련된 일화 하나를 전한다. 아브람은 이집트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아내 사라이에게 말했다. "여보, 나는 당신이 아름다운 여인임을 잘 알고 있소. 이집트인들이 당신을 보면, '이 여자는 저자의 아내다'하면서, 나는 죽이고 당신은 살려 둘 것이오. 그러니 당신은 내 누이라고 하시오. 그래서 당신 덕분에 내가 잘되고, 또 당신 덕택에 내 목숨을 지킬 수 있게 해 주시오.' 과연 사라이를 본 파라오는 그녀에게 반했다. 그래서 그는 아브람에게 잘해 줬다. 아브람은 양과 소와 수나귀, 남종과 여종, 암나귀와 낙타들을 얻게 됐다"(창세 12,9-20).

이집트에서 아브람은 다시 발길을 돌려 네겝으로 돌아온 다음 북쪽으로 향했고, 그 전에 자신이 천막을 쳤던 베델 근처에 이르렀다(창세 13,4). 여기서 아브람과 롯은 재산 문제로 더는 한 지역에 같이 살 수 없게 돼 헤어지기로 한다.

이집트는 아프리카 대륙의 북쪽에 있다. 고대 문명 발상지의 하나인 이집트는 구세사에서 다양한 역할을 했다. 고대에 유복했던 이 땅은 굶주린 이스라엘 성조들이 몸 붙여 살던 곳이다. 또한 이집트는 패전한 이스라엘인의 피난처이기도 했다(예레 42장 참조). 더불어 이곳은 아기 예수님께서 피신한 곳이기도 하다. "박사들이 돌아간 뒤, 꿈에 주님의 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나서 말하였다.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마태 2,13).

이집트는 히브리인들을 억압했던 곳이고, 이스라엘인들이 하느님의 도움으로 탈출한 곳이다(탈출 1―13장).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서의 고역과 노예 생활에서 탈출할 때 일어났던 기적 같은 사건과 그들의 구원과 해방을 기념하는 해방절 축제를 대대로 지내고 있다(탈출 12,1-14).

신약에서는 성령강림 때 사도들의 설교를 들은 사람 중에 이집트인도 포함돼 있었다고 기술한다. "프리기아와 팜필리아와 이집트 주민, 키레네 부근 리비아의 여러 지방 주민, 여기에 머무르는 로마인"(사도 2,10).

2세기 말엽 이집트교회는 이미 굳건한 조직을 갖춘 모습으로 역사에 나타나며 이 시기에 알렉산드리아의 주교 데메트리오스의 활약이 컸다고 한다. 이집트는 642년 이후 아랍의 지배를, 1517년 이후에는 터키의 지배를 받았다. 그동안 혹독한 박해를 받았으며 3000여 개의 교회가 파괴됐다. 신앙의 자유는 1882년부터 비로소 보장됐다.

요셉이 가족을 이끌고 이집트로 피난하는(마태 2,14-15 참조) 부분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아기 예수의 가족이 사막과 광야를 가로질러서 이집트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어느 날 종려나무 아래를 지날 때였다. 때마침 탐스럽게 익은 열매가 달려 있었다. 마리아가 갈증이 나서 힘들어하자 아기 예수는 종려나무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나무는 허리를 구부려 달콤한 열매로 가족의 갈증을 씻어줬다. 아기 예수는 고마운 종려나무에게 상을 줬다. 천사를 불러 나뭇가지 하나를 에덴동산에 옮겨 심게 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순교자들이 하늘나라에 들어갈 때 바로 그 종려나무의 가지를 하나씩 손에 들게 됐다는 이야기다.

고대부터 종려나무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식물이었다. 종려나무는 '왕이신 하느님'을 기념하는 초막절에도 사용됐고(느헤 8,15), 예수님께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었던 것은 비슷한 상징성을 띤다.

[평화신문, 2014년 1월 26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교구장 수석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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