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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산책: 집회서 - 벤 시라, 이스라엘의 지혜를 자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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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26 조회수4,641 추천수2

[성경산책 구약] 집회서


벤 시라, 이스라엘의 지혜를 자랑하다

 

 

집회서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기원전 2세기,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팔레스티나 본토를 떠나 이국땅에 살게 됩니다. 한창 꽃피고 있는 여러 문화들을 접하게 됩니다. 그 속에서 이스라엘의 문화적, 종교적 정체성은 어떻게 될까요? 

 

다른 한편으로, 잠언의 전통적 지혜에 욥기와 코헬렛이 이의를 제기한 다음 이스라엘은 답을 찾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지혜는 이미 한계에 부딪힌 것 같았습니다. 욥기와 코헬렛에서 인간의 고통과 죽음은 인간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로, 넘어설 수 없는 장벽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신앙을 가진 이스라엘이기에 그 신비가 하느님의 영역이라고 믿었더라도 말입니다. 

 

이때에 집회서의 저자 벤 시라는, 지혜로운 분이 한 분 계시니 하느님이시고, 그분께서 인간에게 지혜를 알려 주신다고 말합니다. 인간은 도달할 수 없는 그 지혜를 하느님께서는 알고 계시고, 그뿐 아니라 인간에게 그 지혜를 나누어 주신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것을 말해 주는 것이 집회서 24장입니다. 이 중요한 장에서는 먼저 지혜를 찬미한 다음, 그 지혜가 바로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계약의 글이고 야곱의 회중의 상속 재산으로 모세가 우리에게 제정해 준 율법이다.”(집회 24,23)라고 밝히는 것입니다. 대단히 중요한 구절입니다. 

 

하느님께서 지니신 지혜가 율법을 통해 이스라엘에 전해지고, 그 지혜는 다시 스승을 통해 제자에게 전해집니다. 벤 시라 자신이 젊은이들에게 율법을 가르치는 스승이었습니다. 그는 지혜의 온 땅으로 퍼지도록 중간 역할을 하는 물길과 같았던 것입니다. 

 

인간은 지혜를 찾아내고자 먼 여행을 했습니다. 갈 수 있는 곳까지 모두 가 보았습니다. 인간이 파악할 수 있는 한에서는 세상의 질서를 깨달아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멀리서 찾던 지혜는 실상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집회서 머리글에서 말하듯이,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율법과 예언서와 그 밖의 글들, 곧 구약 성경 안에 이스라엘은 다른 어떤 민족의 지혜보다 더 뛰어난 지혜를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민족들의 문화를 보면서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은 조상들의 가르침을 따르기보다 새로운 학문과 종교를 추종하려는 유혹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인간 자신의 능력으로 찬란한 지혜를 이루려는 마음입니다. 잠언, 욥기, 코헬렛을 거치면서 이스라엘의 지혜문학은 이미 그러한 시도가 어디까지 이를 수 있고, 어디에서 멈추게 되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이제 집회서는, 참된 지혜는 하느님께 있고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인간에게는 최고의 지혜라고 말합니다. 하느님의 말씀 없이 인간의 지혜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기에, 잠언 첫 장에서 말했듯이 ‘주님을 경외함이 지혜의 시작’이라는 것이 구약 성경의 지혜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준칙이 되었던 것입니다. 벤 시라는 모든 민족들 앞에서 이스라엘의 지혜를 자랑합니다. 인간이 자랑할 수 있는 지혜는 인간 자신의 지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전해 주신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 5월 25일 부활 제6주일(청소년 주일) 서울주보 4면, 안소근 수녀(성 도미니코 선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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