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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2: 누가 죄를 지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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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6-12 조회수2,857 추천수1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 (2) 누가 죄를 지었는가?


유혹에 무너져버린 첫 인간

 

 

하느님께서는 아담에게 협력자를 지어주셨다. 아담은 그를 만나 노래한다. 

 

“남자(이쉬)에게서 나왔으니 여자(잇샤)라 불리리라”(창세2,23). 

 

히브리말로 남자는 ‘이쉬’이며 여자는 ‘잇샤’이다. 발음과 어휘가 비슷한 이들 두 낱말을 통해 창세기 저자는 남녀가 가까운, 그래서 떨어질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전해주고자 한다. 다음 구절은 남녀가 하나임을 선포한다.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2,24). 

 

예수 그리스도도 이 구절을 그대로 인용한다(마르 10,7 병행구절 참조). 남녀의 공존성과 평등성을 강조하며 혼인성사와 혼인계약문을 떠올려주는 말씀이다. 

 

그렇다면 부부의 관계는 어떠한가? 구약에서도 부부 사랑은 혈연관계를 뛰어넘는 것으로 이해된다. 

 

“아내를 얻은 이는 행복을 얻었고 주님에게서 호의를 입었다”(잠언 18,22). 

 

“하느님께서 베푸신 네 허무한 모든 날에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인생을 즐겨라”(코헬 9,9).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아가 8,6ㄴ)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2,7) 사람을 창조하셨다. 흙(아다마)으로 빚어진 인간은 부수어질 수 있는 존재임을 뜻하기도 한다. 

 

이렇게 모든 것을 선물로 받았고, 아무 것도 아쉽지 않았던 아담은 에덴동산에서 행복했다. 협조자로 여인을 얻었으며 옷을 입지 않고도 부끄럽지 않았다. 하느님께서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큼은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3,3) 하고 명하셨지만 그것에 손을 댈 수 있는 자유까지도 주셨다. 아담은 피조물로서 받을 수 있는 온갖 은총을 받아, 자유를 누리며 창조의 신비 속에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뱀이 나타난다. 범죄는 아담 자신으로부터가 아니라 일차적으로는 뱀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창세기는 말한다. 인류 타락의 직접적 원인이 인간 본성 자체 안에가 아니라 외부로부터 곧 뱀의 유혹에서 연유된다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의 뱀은 물론 하느님께서 지어내신 들짐승 가운데 하나이다. 뱀은 사람을 유혹한다. 뱀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갈라놓는 역할을 수행한다. 창조주와 인류의 관계를 뒤틀어놓는 것이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앞에 아담 부부가 다가와 서있다. 이때다 하고 뱀은 인간의 마음을 호린다. 하느님 말씀을 의심하도록 유도한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알고”(3,5) 하느님께서 그 나무에 손대지 말라고 하셨다고. 창세기에서 ‘선과 악을 알게 됨’은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하느님 고유 영역에 발을 들어놓음을 뜻한다. 

 

유혹에 직면한 아담 부부는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금령을 잊지 않고 있었다.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된다.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 된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2,16-17). 

 

유혹자로 등장한 뱀은 하느님 말씀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 열매를 따 먹어도 결코 죽지 않는다고 말할 뿐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된다고 선언한다. 

 

여자가 먼저 쳐다보니 그 나무 열매는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보였다. 그래서 여자가 열매 하나를 따서 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자, 그도 그것을 먹었다(3,6). 

 

여지없이 유혹에 무너져버린 첫 인간! 그렇다면 원죄를 지은 이는 여자인가? 아니라면?

 

* 신교선 신부는 1979년 사제수품 후, 스위스 루체른 대학교에서 성서주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현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와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인천 작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5월 25일, 신교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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