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이야기] (19) 이스라엘 여성
현모양처에서 품위있는 ‘인격’으로
- 여성을 품위있는 인간의 지위로 끌어올린 것은 신약성경이다. 사진은 팔레스타인 가톨릭 신자 가족이 함께 기도하는 모습.
구약시대 이스라엘의 남편은 아내를 재물과 같이 자신의 소유물로 여겼다. 율법에 따르면 “이웃의 아내나 남종이나 여종, 소나 나귀 할 것 없이 이웃의 소유는 무엇이든 탐내서는 안 된다”(탈출 20,17 신명 5,21)고 한다. 하지만 아내는 귀한 존재였기에 어떠한 자도 남의 아내를 건드릴 권리는 없었다. 유부녀인 줄 모르고 아브라함의 아내를 데려왔다가 여러 재앙을 입은 이집트 파라오의 이야기(창세 12,10-20)는 이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사회적 지위 불리
구약시대 팔레스타인 지역의 아내는 남편에게 절대적으로 충실해야 했지만, 그 반대를 요구할 수는 없었다. 남편은 아내를 팔 수는 없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아내와 헤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여자는 극히 특별한 경우 외에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없었다. 모든 점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불리했다. 일반적으로 여자는 아버지나 남편에게서 재산을 상속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유다인 여성에게 아무런 권리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자는 약한 존재이기에 율법의 보호를 받았다. 남자의 유혹을 받거나 강간당한 처녀, 누명을 쓰고 명예가 손상된 부인, 정복자에게 희롱당한 여자 노예를 성경은 보호하고 있다.(신명 21-22장 참조)
한 랍비는 모든 남자가 비록 이교도나 천민으로 태어날지언정 여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을 매일 하느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사야 예언자는 “시온의 딸들이 교만을 부리고 목만 빼고 걸어 다니면서 호리는 눈짓을 하고 살랑살랑 걸으며 발찌를 잘랑거린다”(이사 3,16)고 비하했고, 예레미야와 에제키엘 예언자는 ‘두 마음을 가진 자’가 여자라고 했다(예레 3 ; 에제 16,1). 탈무드의 랍비들은 대식가이고 게으름뱅이며 질투 잘하고 다투기 좋아하는 것이 여자이고 문 뒤에 숨어 남의 말을 엿듣는 것도 여자라고 가르쳤고, 하느님께서는 여자가 겸손하기를 바라시어 눈에 띄지 않는 몸의 숨은 갈빗대로 여자를 창조했다고 설교했다.
구약시대 여성에 대한 이러한 통념 탓에 여자는 남자와 함께 식사하지 않고, 서서 식탁 시중을 들었고, 길에서나 성전 앞뜰에서는 남자와 떨어져 있어야 했다. 예수님 시대에도 일부 유다인들은 남자가 길에서 여자에게 말을 거는 것은 비록 자기 아내라도 매우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요한복음서에는 예수께서 사마리아 여인과 길에서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요한 4,27)고 기록하고 있다.
여성의 슬기로움
하지만 유다의 모든 율법학자가 여성을 비하한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은 여자의 슬기와 부지런함, 강인함과 성실함을 칭찬했다. 바오로 사도의 스승이었던 가말리엘 랍비는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교훈을 남겼다. “황제가 이스라엘의 한 현자에게 ‘너희 하느님은 도둑이다. 그는 여자를 만들기 위해 잠들어 있는 아담의 갈빗대를 훔치지 않았는가’ 했다. 현자는 대답할 바를 몰랐기 때문에 딸이 대신 나섰다. 딸은 황제를 알현해 호소할 일이 있다고 했다. 황제가 말해 보라고 하자 딸은 ‘밤에 우리 집에 도둑이 들어와 은으로 만든 국자를 훔쳐 가고, 대신 금으로 만든 국자를 놓고 갔습니다’ 했다. 황제는 웃으면서 ‘그런 도둑은 나에게도 매일 밤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딸은 대답했다. ‘그렇겠지요. 저희의 하느님이 하신 일은 바로 이와 같습니다. 하느님은 첫 남자에게서 다만 갈빗대 하나를 빼냈을 뿐 그 대신 첫 남자에게 아내를 짝지어 주셨던 것입니다.’”
신약에서 높아진 여성 품위
자녀들은 아버지와 똑같이 어머니를 공경해야 했다. “너희는 저마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경외해야 한다.”(레위 19,3) 가산의 유일한 관리인은 남편이었지만, 아내도 자기 손으로 번 돈은 자기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훌륭한 아내는 “밭을 봐 두었다가 사들이고 자기가 번 돈으로 포도밭을 사서 가꾼다.”(잠언 31,16)
이처럼 사실상 성경도 전체 맥락에선 여성을 지극히 존중하고 있다.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라며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몸이 된다”(창세 2,23-24)며 여성의 존엄성을 드러내고 있다. 또 “아내를 얻은 이는 행복을 얻었고 주님에게서 호의를 입었다”(잠언 18,22)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성경은 드보라부터 마카베오가의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강인한 이스라엘의 부인들과 룻에서 유딧, 에스테르까지 희생적 여인들 모두가 이스라엘 민족의 본보기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구약성경이 여성을 단순히 아이들의 어머니, 착한 주부, 남편의 훌륭한 아내로서 그 지위를 드러냈다면 신약성경은 여성을 품위있는 ‘인간’의 지위로 끌어올렸다. 예수님께서는 혼인의 인연을 인간 마음대로 풀 수 없음을 가르치셨고(마르 10,9-12), 바오로 사도는 부부 사랑을 교회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에 비유했다.(에페 5,21-29) 그리고 교회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부부 사랑을 ‘성사’로 거행하고 있다.
[평화신문, 2014년 6월 15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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