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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5: 계약을 깨트린 인간, 축복받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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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6-22 조회수2,778 추천수1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 (5) 계약을 깨트린 인간, 축복받은 인간

 

 

동생을 살해한 카인은 하느님께로부터 벌을 받는다. 이에 카인이 부르짖는다. “저는 세상을 떠돌며 다니는 신세가 되어, 만나는 자마다 저를 죽이려 할 것입니다”(4,14ㄴ). 

 

자비를 간청하면서 카인은 하느님께로부터 은혜를 받게 된다. 

 

“주님께서는 카인에게 표를 찍어주셔서, 어느 누가 그를 만나더라도 그를 죽이지 못하게 하셨다”(4,15ㄴ)는 것이다. 이 표는 살인자 카인을 복수의 손길에서 구해주는 표로서 ‘은총의 표시’이다. 에제키엘 예언서에서는 그러한 표현이 한 번 더 나온다. 

 

“이마에 표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건드리지 마라”(에제 9,6ㄴ). 

 

그렇다면 라멕은 누구인가. 그는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보복을 일삼은 자였다. 

 

“나는 내 상처 하나에 사람 하나를, 내 생채기 하나에 아이 하나를 죽였다”(4,23ㄹ)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 라멕은 스스로를 앙갚음과 폭력의 악순환을 불러오는 이로 소개한다. 그러나 사도 바오로는 우리의 억울함을 풀어주실 분은 주님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여러분, 스스로 복수할 생각을 하지 말고 하느님의 진노에 맡기십시오. 성경에서도 ‘복수는 내가 할 일, 내가 보복하리라’ 하고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로마 12,19). 

 

이렇게 볼 때 라멕은 하느님의 일을 가로챈 사람이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내리신 축복을 어떻게든 거두지 않으시고 지속적으로 이어가고자 하신다. 그분과의 계약을 깨뜨린 아담이나 카인 둘 다 그분께로 나아가기를 꺼렸다. 죄지은 인간 편에서는 누구도 그분과의 관계 회복을 추구하지 않는데, 오히려 그분께서 먼저 인간을 찾으신다. 그리고 인간이 잃어버린 낙원을 회복하도록 도와주신다. 예를 들어 셋은 아벨 대신해 하느님께서 보내신 인물이다. 성경은 “아담이 다시 자기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하니, 그 여자가 아들을 낳고는, ‘카인이 아벨을 죽여 버려, 하느님께서 그 대신 자식 하나를 나에게 세워주셨구나’ 하면서 그 이름을 셋이라 하였다”(4,25)라고 말한다. 

 

아담의 수많은 후손 가운데 에녹에 관한 축복 이야기는 특별히 관심을 가질 만하다. 에녹은 365년을 살고서도 죽지 않고 승천했다. 

 

“에녹은 하느님과 함께 살다가 사라졌다. 하느님께서 그를 데려가신 것이다”(5,24). 365라는 숫자는 태양력으로 꼭 한 해를 가리키는 기간이기도 하다. 

 

구약에서 죽지 않고 승천한 인물로 또 다른 인물로 엘리야 예언자가 있다. 

 

“(엘리야와 엘리사가)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걸어가는데, 갑자기 불 병거와 불 말이 나타나서 그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그러자 엘리야가 회오리바람에 실려 하늘로 올라갔다”(2열왕 2,11).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 곧바로 하늘로 올라감 곧 승천은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의미한다. 

 

또한 우리는 성경에서 갑자기 신화와 같은 구절을 볼 수 있다. 바로 나필족(거인족) 이야기이다. 

 

“하느님의 아들들은 사람의 딸들이 아름다운 것을 보고, 여자들을 골라 모두 아내로 삼았다…그때와 그 뒤에도 세상에는 나필족이 있었는데, 그들은 옛날의 용사들로서 이름난 장사들이었다”(6,2-4). 

 

고대 시리아와 팔레스티나 지방에서 ‘하느님의 아들들’은 흔히 우주적인 능력을 지니며 천상 어전 회의에 참여하는 이들로 정의된다. 

 

“하루는 하느님의 아들들이 모여 와 주님 앞에 섰다. 사탄도 그들과 함께 왔다”(욥 1,6). “하느님의 아들들아, 주님께 드려라. 영광과 권능을 주님께 드려라”(시편 29,1). 

 

즉 나필족 이야기는 천상과 지상의 질서가 뒤섞여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느님 아들들은 천상의 존재로서 신성함을, 그에 반해 사람의 딸들은 속된 존재임을 뜻한다. 그런데 이 둘이 뒤엉켜 버렸으니 이제 세상은 온통 타락과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여기서 영원하신 분은 무슨 생각을 하시고 계실지 질문을 던져봄직하다.

 

* 신교선 신부는 1979년 사제수품 후, 스위스 루체른 대학교에서 성서주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현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와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인천 작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6월 15일, 신교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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