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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초대교회의 삶과 영성: 이방인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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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7-01 조회수2,684 추천수1

[초대교회의 삶과 영성] 이방인 선교



예루살렘 할례 출신 형제들의 베드로 공격

베드로가 이방인인 로마 백인대장과 그의 식솔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그들 집에 머물며 그들과 어울리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은 빠르게, 널리 퍼져 나갔다. 충격 뉴스는 예나 지금이나 삽시간에 퍼져 나가기 마련이다. 그 결과 베드로가 예루살렘에 돌아오기도 전에 예루살렘과 유다 땅에서 살고 있던 형제들은 이 소식을 알고 있었다.

사도들과 유다 지방에 있는 형제들이 다른 민족들도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였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베드로가 예루살렘에 올라갔을 때에 할례 받은 신자들이 그에게 따지며, “당신이 할례 받지 않은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다니요?” 하고 말하였다.(사도 11,1-3)

사도들과 유다 지방의 신자들은 다른 민족들 곧 이방인들도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을 접하자 크게 놀라고 걱정에 휩싸인다. 그럴 수밖에. 대략 6년 전 스테파노가 순교하고 대대적인 박해가 발생하면서 예루살렘 교회가 큰 시련을 겪었는데, 지금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첫 번째 지도자인 베드로가 할례도 받지 않은 이방인들을 교회 안에 받아들이고 그들과 어울리고 있으니.

베드로를 비난하고 나섰던 이들은 사도들 그리고 형제들과 구분되어 나오는 ‘할례 받은 신자들’이었다. 이들은 베드로가 이방인들에게 세례를 주고 그들과 어울렸다는 사실 앞에서 경악하고 분노했다. 그리스 성경에서 ‘할례 받은 신자들’을 직역하면 ‘할례 출신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유다인이라면 모두가 할례 출신의 사람들 아닌가?

‘사도들과 유다 지방에 있는 형제들’은 이들 ‘할례 받은 신자들’과 구분되어야 한다. 전자가 예루살렘 공동체 전체 구성원을 가리킨다면, 후자는 예루살렘 공동체 안에 형성된 특별한 그룹을 가리킨다. 이들 할례 받은 신자들을 학자들은 ‘할례당원들 또는 유다주의자들’이라 부른다. 할례당원들이라 부르는 것은, 그들이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려는 이방인들에게 할례를 요구했기 때문이고 유다주의자들이라 부르는 것은 그들의 궁극적 목적이 이방인들을 유다인으로 만드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개가 사제 출신이거나 바리사이 출신의 신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도행전 6장 7절을 보면 “하느님의 말씀은 더욱 자라나, 예루살렘 제자들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사제들의 큰 무리도 믿음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구절에서 주목할 것은 ‘사제들의 큰 무리’다. 또 15장 5절을 보면 ‘바리사이파에 속했다가 믿게 된 사람들’이 언급된다. 사제와 바리사이들은 유다교 전통과 율법을 중시하는 이들이다. 특별히 바리사이들은 유다교의 골수분자들로서 율법을 철저히 지키고, 그렇지 못한 이와는 아예 상종을 하지 않던 이들이다. 이들 바리사이들은 주님의 은총으로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었지만 교회에 들어온 다음에도 자기들만의 그룹을 형성하고 있었다.

필자는 앞으로 ‘할례 받은 신자들’을 유다주의자들이라 부를 것이다. 이들 유다주의자들은 스테파노의 순교 사건 이후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큰 세력을 형성하게 되었을 것이다. 스테파노가 성전과 율법으로부터 자유로운 복음을 주장하다가 보수적 유다인들에게 죽임을 당했고 예루살렘 교회의 그리스계 신자들도 박해를 받았다. 그 사건 이후 예루살렘 교회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인정하지 않는 다수의 유다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율법을 더욱 철저하게 준수하려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할례당원들의 목소리는 자연스레 더욱 커지게 되었다. 어느 정도까지 커졌는가 하면, 감히 사도들 가운데 수제자요 초대교회의 으뜸인 베드로를 힐책하며 따지고 들 만큼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유다주의자들이 베드로를 공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들은 본래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베드로가 수제자로서 누리는 권위를 빼앗기 위해서 악의를 갖고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베드로를 힐책하는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편협한 배타주의적 구원관 때문이다. 이들은 이방인들이 구원을 받으려면 예수님에 대한 신앙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베드로도 처음에는 이들과 같은 태도를 갖고 있었다.

유다주의자들이 베드로가 했던 행위를 받아들이려면 이방인들에 대해 갖고 있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패러다임은 한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총체적인 신념과 가치를 가리킨다. 유다주의자들은 그동안 이방인들을 대했던 그들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새로운 틀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


베드로의 자기변호와 교회의 반응

베드로는 자신의 행위를 이해하지 못하는 형제들을 위해서 그간 있었던 일을 순서에 따라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다 보니 독자들 처지에서는 사도행전 10장의 내용을 11장에서 또다시 읽게 된다.(성경을 직접 확인해 보면 좋을 것이다. 사도행전 10장과 11장은 거의 같다)

사도행전 저자인 루카는 왜 베드로의 응답을 간략하게 끝내지 않는가? 예로써 11장 4절에서 그냥 끝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자 베드로가 그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하였다.”(11,4) 아니면 조금 더 보태어 다음과 같은 식으로 끝낼 수 있지 않았을까? “곧 그가 보았던 환상과 어떻게 성령이 이방인들에게도 임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끝!”

독자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자세하게 서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방인 코르넬리우스의 교회 입교 사건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루카는 후대 그리스도인들이 이 사건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이방인 선교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분명히 인식하기를 바란다. 이방인 선교는 철저히 하느님에 의해서 이루어졌음을 알라는 것이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베드로의 응답하는 태도

많은 경우 전문가들은 그 방면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해 주는 데 인색하다. 병원에 가면 어떤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그들의 병세를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냥 진찰대에 앉게 한 다음 청진기를 대보고, 처방지에 뭐라고 쓴 다음 언제 다시 오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이다. 어떤 식으로 병이 진행되고 있는지, 얼마나 낫고 있는지 등을 좀 자세히 설명해 주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

만일 베드로가 그를 비난하고 있는 할례당원 형제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지 않고 자신을 즉각 방어하면서 다른 식으로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베드로가 형제들을 향해 ‘내가 사도요 수제자인데 무슨 말이 이렇게 많은가?’ 혹은 ‘하느님이 내게 환시를 통해 명령한 것을 내가 순종해서 그대로 한 것이니 다들 잠자코 있으시오’라고 말했다면 과연 할례당원들이 마음의 평정을 찾고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었을까? 어려웠을 것이다.

베드로는 반발하는 형제들의 처지를 충분히 고려해서 그들이 하느님의 뜻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하려 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베드로의 설명에 의문이 있으면 베드로와 함께했던 여섯 명의 형제들이(11,12) 보충 설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는 여기서 교회 통치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배운다. 교회 통치는 권위를 휘두르면서 강압적으로 무조건 따라오게 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 하느님의 뜻이 있는지 형제들이 알 수 있도록 잘 설명해 주고 그로써 진심으로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얻는다. 그리고 이러한 가르침은 신앙단체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들을 대할 때, 부부 사이에서 배우자를 대할 때, 직장에서 부하직원을 대할 때 등 삶의 자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가르침이다.

할례당원들이 시비를 걸었을 때, 베드로가 그들의 질문 앞에서 하나하나 응답하면서 설명했던 것은 베드로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설명하는 가운데 베드로 안에서도 체험에 대한 정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의 경험세계는 많은 경우 대화를 하거나 질문을 받으면서 새로운 빛을 받게 된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가운데 경험이 정리되고 또 그것을 깊이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야곱의 우물, 2013년 11월호, 송봉모 신부(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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