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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복음 이야기21: 부자와 가난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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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7-06 조회수3,062 추천수1

[복음 이야기] (21) 부자와 가난한 사람


멸시받던 하층민들이 사도로 부름받아



예수님 시대 유다인 공동체는 부유층과 하층민으로 구별돼 가난한 이들은 부자들에게 멸시와 증오의 대상이 됐다. 사진은 예루살렘 다마스커스 성문 앞에서 아랍인 상인들이 시장을 열고 있는 모습. [CNS]


복음서에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비유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던 부자’(루카 16,19)가 있는가 하면 ‘금가락지를 끼고 화려한 옷을 입고 회당에 나가는 부자’ (야고 2,2) 이야기도 나온다.

예수님 시대에도 노동자들이 일 년 내내 벌어도 만지지 못할 거금을 하룻밤 사이에 다 쓰고 갖은 사치를 누리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가혹하게 대하는 부유층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선량한 부자도 있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장례를 위해 자기 새 무덤을 내놓은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루카 23,50-54)이 그런 사람이다.

복음서에 나오듯 부자들의 첫 번째 주요 재원은 ‘토지’였다. 예수님 시대에는 광대한 토지를 소유한 대지주들이 있었다. 토지를 순전히 투자로 생각한 그들은 이를 관리하는 집사에게 맡겨 거기서 나오는 이익금으로 다시 땅을 늘려갔다. 집사는 종이나 노예가 아닌 자유인의 신분으로 토지 관리의 모든 책임을 지고 있었다. 그중에는 루카 복음의 비유에 나오듯 ‘약은 집사’(16,1-8)처럼 주인을 속이는 집사들도 가끔 있었던 것 같다.

두 번째로 유다인들은 뛰어난 상술로 부를 축적했다. 탈무드는 대상업과 무역, 금융업 등은 토지 투자보다 백배의 수익이 있다고 가르친다. 예수님 시대에도 이러한 사업을 하는 유다인들이 많았고, 초대 교회 신자들 가운데에도 부자들이 있었음이 틀림없다.

세 번째로 권력에 접근해 로마인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부를 축적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대지주나 사업가, 고리대금업자와 밀접한 유대를 맺고 있었다.

예수님 시대 유다인 중 가장 부자는 헤로데 일가였다. 그들은 막대한 토지를 소유했을 뿐 아니라 상거래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유다인들이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 대표를 보내 헤로데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을 때, 그의 비행 한 가지로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고 백성들의 재물을 착취하는 등 폭정으로 부동산을 확장했다고 지적했다.

예수님 시대 이스라엘에는 중산 계층이 존재하지 않았다. 있어도 극히 미비했다. 이스라엘 민중 대다수는 밭 일꾼과 수공노동자, ‘암 하 아레쯔’라 불린 하층민과 노예들이었다.

본래 ‘토민’을 뜻하는 ‘암 하 아레쯔’는 아브라함에게 막펠라의 에프론 밭과 그 안에 있는 동굴을 판 자와 같이 부유한 가나안 사람(창세 23장 참조)을 가리켰다. 왕정 시대에 들어서 사제들과 병사들이 ‘지주’들에게 경멸의 표현으로 이 말을 사용했다. 바빌론 유배 생활 이후 이 말은 완전히 모욕적 표현으로 변했다. 유다인이 바빌로니아에 유배 중일 때 팔레스티나 땅에는 사마리아 사람과 아람인, 메소포타미아 사람 등 여러 이민족이 이주해 정착했는데 유배에서 돌아온 유다인들은 이들을 강제 추방했다. 이 시절 신심 깊은 유다인들은 할례를 받고도 율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증오하면서 암 하 아레쯔라고 불렀다. 바리사이들이 “율법을 모르는 저 군중은 저주받은 자들이다”(요한 7,49)라고 한 것은 바로 이 하층민 암 하 아레쯔를 가리켜 한 말이다. 탈무드에서도 암 하 아레쯔는 ‘토라(율법)에 냉담한 자’를 가리키는 말로 표현됐다. 유다인 사회에서 율법학자들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하층민인 암 하 아레쯔에 대한 멸시는 더 심해졌다. 이는 못 배운 자들에 대한 지식인들의 경멸로까지 발전했다.

유다인 랍비들은 예수님의 고장 갈릴래아를 암 하 아레쯔의 고장이라고 경멸했다. 갈릴래아 지방이 다른 지역보다 이방인이 많이 살아 인종 혼합이 심한 지역이었다. 갈릴래아란 말 자체도 ‘이방인의 땅’ ‘이교도의 고장’이란 뜻이다. 바로 이 지방에서 예수께서 활동하셨고, 하층민 암 하 아레쯔로 경멸받던 어부들이 사도로 부름을 받았다. 예수님과 그 제자들은 당연히 암 하 아레쯔로서 사제들과 율법학자, 부자들에게 경멸과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예수님 시대 하층민들의 생활은 정말 비참했다. 이들의 참상은 기원전 1세기 이래 계속된 경제 불황으로 날로 심해졌고 자연히 민중 반란운동으로 이어졌다. 빈번한 하층 민중들의 반란은 로마군의 폭정에 항거하는 정치적 성격을 띠면서 유다 전쟁으로까지 확산해 결국 서기 70년 예루살렘 성전 파괴와 함께 민족의 대분열을 초래했다.

[평화신문, 2014년 7월 6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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