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도시] (26) 티아티라
회개의 기회를 저버린 교회
- 상업 발달로 우상숭배가 만연했던 티아티라의 유적지. 제공=평화방송여행사 김원창
티아티라는 ‘속죄물’이란 뜻을 지닌 요한 묵시록 교회 중 한 곳이다. 최초로 기원전 7세기께 리디아인들에 의해 도시가 건설되고 ‘펠로피아’라 명명했다. 기원전 3세기께 알렉산더 대왕의 장군인 셀레우코스가 이곳을 점령해 군대를 주둔시키고, 이곳에서 출생한 자신의 딸 이름을 따서 ‘티아티라’라 불렀다. 그 후 도시를 확실히 정착시키기 위해 유다인들을 이주시킴으로써 상업도시로도 번성했다. 과거의 유적은 거의 묻혀 있고 도시의 한 모퉁이에 아폴로 신전과 회랑, 그리고 비잔틴 교회의 폐허만 남아 있다. 교회터에는 현재 석축 기둥과 담장만 남아 있다.
태양신 아폴로 영향 받아
티아티라는 지리적으로 비옥한 목초지가 있는 계곡을 끼고 형성된 도시다. 이곳 도시에서 발견된 동전에는 주석으로 된 갑옷을 입고 전차를 타고 전쟁에 나가는 태양신 아폴로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도시 사람들이 태양신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나타낸다. 실제로 기원전 132년 로마가 아나톨리아에서 크게 세력을 얻게 되자 이 지역에서 태양신 아폴로는 로마 황제로 둔갑해 황제를 숭배하는 사상으로 바뀌었다.
티아티라는 당시 염색업뿐 아니라 직조, 피혁, 도기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이 발달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장사하려면 동업 조합에 가입해야만 했고, 절기마다 장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조합원들은 조합 내에서 지내는 제사에 참석해야만 했다. 그들은 아폴로 신전에 가서 제사를 드릴 때면 술을 마시고, 우상에게 바친 제사 음식을 먹고 마셨고, 제사의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면 신전의 사제들과 음행했다. 따라서 요한 사도가 티아티라 교회를 향해 편지할 때 “이제벨이라는 여자를 용인하고 있다.… 우상에게 바친 제물을 먹게 한다”(묵시 2,20)고 했다.
실제로 티아티라 도시와 인연을 가진 인물은 리디아다. 그녀는 바오로 사도의 설교에 탄복해 사도 바오로의 선교의 협조자가 됐다. 리디아로 인해 필리피 교회는 사도 바오로에게도 아주 특별한 교회가 됐다. 리디아와 그 가족이 첫 열매가 돼 이후 많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고 큰 교회를 이루게 된다.
“티아티라 시 출신의 자색 옷감 장수로 이미 하느님을 섬기는 이였던 리디아라는 여자도 듣고 있었는데, 바오로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도록 하느님께서 그의 마음을 열어 주셨다. 리디아는 온 집안과 함께 세례를 받고 나서, ‘저를 주님의 신자로 여기시면 저의 집에 오셔서 지내십시오’ 하고 청하며 우리에게 강권하였다”(사도 16,14-15).
회개하지 않아 책망 들어
리디아는 필리피 교회의 첫 영세자였다. 리디아는 자색 옷감 장수로 티아티라 출신이었다. 당시에 염료를 얻기 위해서는 나무의 뿌리에서 자색 염료를 얻거나 자색이 나는 달팽이를 통해 원료를 얻었다. 자색 천 한 필을 염색하려면 많은 재료가 필요했다. 따라서 자색 천은 당연히 고가품으로 팔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비잔틴 시대에 자색 천에서 태어난 사람은 그의 신분이 왕족이나 귀족이었다고 전한다.
티아티라 교회는 성경에서 회개할 기회를 주었으나 회개하지 않았다는 책망을 들었던 교회로 묘사된다.
“내가 그에게 회개할 시간을 주었지만, 그는 자기 불륜을 회개하려고 하지 않는다. 보라, 내가 그를 병상에 던져 버리겠다. 그와 간음하는 자들도 그와 함께 저지르는 소행을 회개하지 않으면, 큰 환난 속으로 던져 버리겠다”(묵시 2,21-22).
[평화신문, 2014년 8월 10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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