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료실

제목 [인물]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15: 파라오와 모세
이전글 [지리] 성경의 세계: 야포 |1|  
다음글 [신약] 복음 이야기27: 바리사이 |1|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06 조회수3,638 추천수1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 (15) 파라오와 모세

 

 

이집트 임금이 세 번째로 행한 이스라엘 말살정책은 무엇이었나? 그 답은 다음 구절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마침내 파라오가 온 백성에게 명령하였다. ‘히브리인들에게서 태어나는 아들은 모두 강에 던져버리고, 딸은 모두 살려두어라’”(1,22).

 

파라오는 이스라엘 민족의 번성이 두려워 마지막 세 번째 단계로 ‘영아살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대 초강대국 이집트 임금은 이스라엘 민족을 억압하고자 세 가지 강압 정책을 다 시도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만다. 왜 그랬을까? 피라미드 제국 이집트의 온갖 억압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후손들이 힘차게 번성해나간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이스라엘 후손의 번성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맺으신 계약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그 약속이 실현과정에서 ‘파라오의 이스라엘 민족 말살정책’이라는 복병을 만나지만, 하느님 구원 계획에 대항하는 파라오의 계책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제아무리 피라미드의 주인공 파라오라고 해도 그는 ‘생로병사’의 틀 속에 하루하루 날이 새면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육체를 지닌 한낱 인간일 뿐이었다. 

 

그런 그가 감히 하느님과 맞서려 했으니 그의 계책은 실패로 돌아간다. 이런 이들을 두고 시편저자는 노래했다.

 

“하늘에 좌정하신 분께서 웃으신다. 주님께서 그들을 비웃으신다”(시편 2,4).

 

그때부터 이스라엘은 억압당하는 민족이 되고, 이집트는 억압하는 민족으로 등장한다. 당시 이스라엘 민족의 강제노역이 훗날 이루어질 이집트 탈출사건의 서막이 된다.

 

그렇다면 이집트 공주가 한 일은 무엇인가. 그의 아버지 파라오는 새로 태어나는 히브리 사내아이들을 모두 나일 강에 던져버려 죽게 하라는 명을 내린다. 그러던 어느 날 파라오의 딸이 시녀들과 함께 나일 강으로 목욕하러 나온다. 때마침 공주가 강가 갈대숲에 버려진 아기를 발견하여 그를 양자로 삼는다. 공주는 ‘물에서 건져냈다’ 하여 그에게 모세란 이름을 지어준다.

 

아버지가 물에 빠뜨려 죽이라는데 딸이 살린 것이다. 파라오가 죽이라고 명한 히브리 사내아이를 그의 친딸이 건져내서 자신의 아들로 삼는다. 덕분에 모세는 왕궁에서 공주의 아들로 최고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임금이 죽이라는 걸 공주가 살려내는 역설적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이루시는 구세사의 큰 획을 긋는 이집트 탈출사건의 주역으로 모세가 우뚝 서게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또한 갓난아기 모세는 누구의 젖을 먹고 자라는가? 나일 강가에 버려진 동생을 누이가 주변에서 살펴보고 있었다. 마침 공주가 히브리 유모를 찾는 것을 알고 누이가 재빨리 또 슬며시 친어머니를 데려오자 공주가 그녀에게 모세를 부탁한다.

 

“이 아기를 데려다 나 대신 젖을 먹여주게. 내가 직접 그대에게 삯을 주겠네”(2,9).

 

이렇게 해서 친부모로부터 갈대숲에 버려진 모세는 다시 친부모 품으로 돌아가 그들 품에 안기면서 친어머니 젖을 먹고 자란다.

 

모세를 위한 여성들의 특별한 역할이 있었는가? 물론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갈대숲에 버려진 모세를 뒤따라간 인물은 그의 친누이뿐이다. 또한 아버지 파라오가 물에 던져 죽이도록 명령했음에도 히브리 사내아이 모세를 물에서 직접 구해낸 인물은 그의 친딸 이집트 공주이다. 친누이 덕분에 모세는 결국 자기 친어머니 품에 안겨 엄마 젖을 빨며 자란다. 그러니까 공주 - 모세의 누이 - 모세의 어머니 이들 모두가 모세를 중심으로 모세의 어린 시절 그의 성장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인물들이다. 모세 탄생에 얽힌 이야기는 오늘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다 - 파라오를 비롯하여 주로 남자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세상역사의 한가운데서 여성들이 큰 역할을 수행해왔음을!

 

* 신교선 신부는 1979년 사제수품 후, 스위스 루체른 대학교에서 성서주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현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와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인천 작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9월 7일, 신교선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