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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파라오와 모세(야훼)의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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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21 조회수2,774 추천수1

[성경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파라오와 모세(야훼)의 힘겨루기



이집트 탈출 사건은 이스라엘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이집트 탈출은 한마디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었습니다. 신명 26,5-10은 흔히 이스라엘민족의 작은 신앙고백문(Credo)이라고 불립니다. 이 신앙고백문(신명 26,5-10)의 핵심 내용이 바로 이집트 탈출사건입니다.

이집트로부터의 탈출, 곧 이집트로부터의 해방은 이스라엘민족에게 역사적으로 더 없이 큰 의미를 주는 사건이었기에 모든 제물 봉헌에 앞서 이스라엘 백성은 이 엄청난 해방사건을 주관하신 주 하느님께 신앙을 고백해야 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모든 수확의 맏물을 광주리에 담아 사제에게 넘겨주면 그가 하느님 제단 앞에 놓습니다. 그때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 앞에서 이 신앙고백문을 낭독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신앙고백문과 그 의미를 간추린다면?


신앙고백문의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희 조상은 떠돌아다니는 아람인이었습니다. 그는 몇 안 되는 사람들과 이집트로 내려가 이방인으로 살다가, 거기에서 크고 강하고 수가 많은 민족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이집트인들이 저희를 학대하고 괴롭히며 저희에게 심한 노역을 시켰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주 저희 조상들의 하느님께 부르짖자, 주님께서는 저희의 소리를 들으시고, 저희의 고통과 불행, 그리고 저희가 억압당하는 것을 보셨습니다. 주님께서는  강한 손과 뻗은 팔로, 큰 공포와 표징과 기적으로 저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셨습니다. 그리고 저희를 이곳으로 데리고 오시어 저희에게 이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셨습니다. 주님, 그래서 이제 저희가 주님께서 저희에게 주신 땅에서 거둔 수확의 맏물을 가져왔습니다.”(신명 26,5-10) 

고백문에서 알 수 있듯이 유목민족 아람인들은 먹고 살기 위해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다가’ 이집트까지 내려가서 노예처럼 시달리며 살아갔습니다. 겨우 생명은 이어갔지만 원주민들의 텃세와 학대로 괴로움에 시달리다 못해 결국 주님께 부르짖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분께서 고통에 신음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딱한 처지를 돌보시어 전능하신 힘으로 그들을 이집트 노예 살이로부터 해방시켜주셨다는 것입니다.

이 신앙고백문의 핵심은 이집트 탈출 사건입니다. 그 골자는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이 역사적 사건을 주도하신 분이 바로 야훼 하느님이시라는 내용입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은 늘 이 이집트로부터의 이스라엘 민족 해방사건을 재음미하여 새롭게 해석하곤 했습니다. 시편 저자들도 이집트 탈출 사건을 깊이 묵상하여 노래를 지어 부르곤 했습니다.


이집트 임금 파라오와 야훼 하느님의 대결은 어떻게 시작됩니까?


다음 두 구절이 답을 줍니다. “그 뒤 모세와 아론이 파라오에게 가서 말하였다.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 백성을 내보내어 그들이 광야에서 나를 위하여 축제를 지내게 하여라.′’ 그러자 파라오가 대답하였다. ‘그 주님이 누구이기에 그의 말을 듣고 이스라엘을 내보내라는 것이냐? 나는 그 주님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이스라엘을 내보내지도 않겠다.’”(탈출 5,1-2) 본디 이집트 탈출 사건은 온갖 불의와 억압의 총체이며 상징인 이집트 임금 파라오와 그 모든 불의와 죄악과 어둠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켜주시려는 주 하느님 야훼의 만남, 곧 충돌에서 시작됩니다. 미디안 땅에서 주 야훼 하느님으로부터 민족해방의 소명을 받은 모세가 자신의 형 아론과 함께 이집트로 내려가 파라오에게 야훼 하느님 뜻을 전달합니다.


파라오와 야훼의 첫 대결은 어떻게 끝납니까?


모세와 아론은 이스라엘의 하느님 뜻을 받아 안고 달려가 파라오에게 선포합니다. “우리 백성 이스라엘을 곧바로 해방시켜 주시오. 그리하여 우리가 광야에 나가, 우리 하느님 야훼께 축제의 예배를 올리도록 해주시오.” 모세는 하느님을 대항해 그분과 맞서려는 파라오에게 가서 당당하게 그분 뜻을 선포합니다. 한편 모세는 마음속으로 조마조마하였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모세는 형 아론과 함께 주님을 믿고 파라오에게 달려가 담판을 짓습니다.


담판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역시 거대한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파라오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모세에게 호통을 칩니다. “‘그 주님이 누구이기에 그의 말을 듣고 이스라엘을 내보내라는 것이냐?’”(탈출 5,1) ‘그 누가 감히 피라미드의 주인공이자 대 이집트 제국의 임금 파라오인 나에게 명령하는 것이냐’ 하면서 큰소리 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어서 파라오는 주 하느님 말씀에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동시에 그분을 인정하지도 않겠다고 선포합니다. “나는 그 주님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이스라엘을 내보내지도 않겠다.”(탈출 5,2) 이로써 모세와 파라오의 담판은 결렬됩니다.


“나는 그 주님을 알지도 못한다.”(탈출 5,2ㄷ)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이는 신학적으로 큰 의미를 던져주는 선언입니다. 고대 근동지방을 주름잡던 파라오는 분명히 여러 신(神)들에 대해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그가 아직까지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에 대해 들어본 적도 읽어본 적도 없다는 것입니다.


알지 못하는 신에 대해 사도 바오로는 뭐라 말합니까?


파라오가 알지 못한다고 외치는 그 신에 대해 바오로는 아레오파고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내가 보기에 여러분은 모든 면에서 대단한 종교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돌아다니며 여러분의 예배소들을 살펴보다가,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겨진 제단도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알지도 못하고 숭배하는 그 대상을 내가 여러분에게 선포하려고 합니다.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신 하느님은 하늘과 땅의 주님으로서, 사람의 손으로 지은 신전에는 살지 않으십니다...... ”(사도 17,22-25)

파라오를 비롯해서 수많은 왕실 관리들이 들어보지도 읽어보지도 못한 신 야훼 하느님이 참 신이시라고 바오로가 선포합니다. 사람들이 지어내거나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잡신들 대열에 들지 않는 신이신 야훼가 참 하느님이시라고 선포하는 것입니다.


참 하느님 야훼가 이집트 왕국의 절대지배자 파라오와 부딪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야훼가 힘없는 자나 약자를 억누르며 무력으로 지배하는 지배계층의 총수 파라오와 충돌을 일으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야훼가 파라오의 반대편에 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파라오가 지배계층을 대변하는 인물로 강자들의 대표라면, 야훼 하느님은 억압받고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는 분으로서 약자들 편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파라오가 강대국 이집트의 대표라면 야훼는 그들의 그늘 밑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히브리민족의 대변자이십니다.


파라오가 야훼 하느님 뜻을 받아들이지 않자 모세는 뭐라 말합니까?


파라오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모세와 아론은 물러서지 않고 파라오에게 말합니다. “히브리인들의 하느님께서 저희에게 나타나셨습니다.”(탈출 5,3ㄴ) 모세와 아론은 받은 소명에 충실합니다. 끝까지 또 끈질기게 파라오에게 야훼의 뜻을 밝힙니다. “그러니 저희가 광야로 사흘 길을 걸어가, 주 저희 하느님께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탈출 5,ㄷ)


그 뒤로 파라오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집니까?


그는 미친 듯 히브리인들을 더욱 못살게 부려먹습니다. 이런 현상은 파라오가 작업 감독들에게 하는 명령 안에서 잘 드러납니다. “너희는 벽돌을 만드는 데 쓰는 짚을 더 이상 예전처럼 저 백성에게 대주지 마라. 그들이 직접 가서 짚을 모아 오게 하여라. 그러나 벽돌 생산량은 그들이 예전에 만들던 것만큼 그들에게 지워라. 그 양을 줄여서는 안 된다. 그들은 게을러져, ‘가서 저희 하느님께 제사를 드릴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며 아우성치고 있다. 그자들의 일을 더 힘들게 하여라. 그러면 그들이 일만 하느라 허튼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될 것이다.”(탈출 5,7-9) 


파라오의 억압이 더욱 거세져 가는데 야훼 하느님은 무엇을 준비하십니까?


파라오가 이스라엘 민족을 더더욱 가혹하게 부릴수록, 주 하느님의 구원의지는 그만큼 강하게 불타오릅니다. “나는 주님이다. 나는 이집트의 강제 노동에서 너희를 빼내고, 그 종살이에서 너희를 구해내겠다. 팔을 뻗어 큰 심판을 내려서 너희를 구원하겠다. 그러고 나서 나는 너희를 내 백성으로 삼고, 너희 하느님이 되어주겠다.”(탈출 6,6-7)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1월호, 신교선 가브리엘(인천교구 작전동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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