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걸어나오는 사람] 예언자 엘리야와 아합 임금
예언자 엘리야는 언제 등장합니까? 엘리야는 북왕국 아합 임금 때(기원전 869-850년) 활동을 시작한 예언자입니다. 엘리야에 관한 이야기는 열왕기 상권 17-19장, 21장에 그리고 열왕기 하권 1장에 나옵니다.
엘리야의 등장 이전과 이후의 역사적 배경은?
솔로몬이 죽은 뒤 기원전 922년 이스라엘은 남북으로 갈라집니다. 남부 유다왕국은 르하브암이, 북부 이스라엘 왕국은 예로보암이 통치하게 됩니다. 남부 유다왕국에는 신명기 정신에 따라 바알 등 잡신 공경에서 벗어나 야훼 하느님을 따르려 애쓴 임금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아사, 여호사밧, 요아스 우찌야, 요담은 야훼 공경에 어느 정도는 힘썼던 임금들이었으며 히즈키야와 요시야는 흠잡을 데 없이 철저히 야훼 공경에 힘썼던 임금으로 꼽힙니다. 북부 이스라엘 임금들은 예로보암의 뒤를 따라 거의 대부분 바알 등 잡신공경에 열을 올렸습니다.
예로보암은 어떤 인물입니까?
그는 분열왕국에서 북쪽을 대표했던 인물입니다. 신명기 역사가의 판단에 따를 때, 예로보암은 이스라엘 왕조가 비극적 종말을 가져온데 대한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인물입니다. 도식화 되어 나오는 표현 ‘이스라엘을 죄짓게 한, 느밧의 아들 예로보암이 저지른 죄’는 이스라엘을 배신한 인물 예로보암을 가리키는 전형구절이 되었습니다.
그 전형적 표현을 몇 가지만 뽑아본다면?
“유다 임금 여호사팟 제십팔년에 아합의 아들 요람이 사마리아에서 이스라엘의 임금이 되어, 열두 해 동안 다스렸다. 그는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질렀지만,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같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 아버지가 만든 바알의 기념 기둥을 치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죄짓게 한, 느밧의 아들 예로보암이 저지른 죄에 사로잡혀 그것에서 벗어나지는 못하였다.”(2열왕 3,1-3) “이렇게 하여 예후는 이스라엘에서 바알을 없애버렸다. 그러나 예후는 이스라엘을 죄짓게 한, 느밧의 아들 예로보암의 죄, 곧 베텔과 단에 있는 금송아지 숭배에서는 돌아서지 않았다.”(2열왕 10,28-29) “여호아하즈는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지르고, 이스라엘을 죄짓게 한, 느밧의 아들 예로보암의 죄를 따라 걸으며 그 죄에서 돌아서지 않았다.”(2열왕 13,2) “여호아스는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지르며, 이스라엘을 죄짓게 한, 느밧의 아들 예로보암의 온갖 죄에서 돌아서지 않고 그 죄를 따라 걸었다.”(2열왕 13,11)
바알 신 공경이 왜 문제입니까?
바알공경, 바알신앙은 한마디로 물질주의 종교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바알신앙은 가나안 지방의 물질주의를 추구할 뿐 아니라 인간육신의 욕망을 추구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정착하면서 점차적으로 자연스레 그들의 문화에 물들어가게 됩니다. 더욱이 임금들이 그런 방향으로 백성을 이끌고 간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느님 백성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오래 정착할수록, 그들은 가나안 원주민들에 동화됩니다. 이스라엘은 차츰 가나안 바알신앙에 익숙하게 되고 물질주의와 타락한 성문화에서 벗어나기 힘들어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뇌리 속에서 자신들에게 이집트 탈출의 영광과 신화를 안겨주셨던 야훼께 대한 은혜와 감사한 마음이 점점 더 희미해져갑니다.
그때 누가 등장합니까?
예언자 엘리야가 등장합니다. 그가 어떤 예언자인지는 1열왕 17,1-18,46에 잘 나타나있습니다. 삼년 동안 전혀 비가 내리지 않는 큰 가뭄 사건 때 엘리야 예언자의 활동이 펼쳐집니다. 고대 중동지방의 기우제에 얽힌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런 저런 이야기의 결론으로 ‘누가 최고의 신인가?’ 라는 물음이 대두됩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걸고 의지할 신은 과연 어떤 신인가? 엘리야 예언자가 주장하는 야훼냐? 아니면 가나안의 바알 신이냐가 관건입니다. 예언자 엘리야는 그 답을 명백히 제시합니다.
예언자 엘리야는 무엇을 합니까?
한마디로 그는 아합 임금의 잡신공경에 정면으로 맞섭니다. 엘리야는 혜성처럼 나타나 아합의 종교정책을 비판하는 최고의 인물로 자리매김합니다. 엘리야가 있는 곳에는 아합 임금이 나타납니다. “길앗의 티스베에 사는 티스베 사람 엘리야가 아합에게 말하였다. ‘내가 섬기는, 살아 계신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두고 맹세합니다. 내 말이 있기 전에는 앞으로 몇 해 동안 이슬도 비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1열왕 17,1) “세월이 많이 흘러 삼 년째 되던 해에 주님의 말씀이 엘리야에게 내렸다. ‘가서 아합을 만나라. 내가 땅 위에 비를 내리겠다.’ 그리하여 엘리야는 아합을 만나러 갔다.”(1열왕 18,1-2) “오바드야가 아합을 만나러 가서 이 사실을 알리자, 아합이 엘리야를 만나러 왔다. 아합은 엘리야를 보자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이 바로 이스라엘을 불행에 빠뜨리는 자요?’ 엘리야가 대답하였다. ‘내가 이스라엘을 불행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임금님과 임금님 조상의 집안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주님의 계명을 저버렸고, 임금님은 바알을 따랐습니다.’”(1열왕 18,16-18)
엘리야는 아합 임금과 어떤 관계입니까?
엘리야는 아합 임금의 눈에 언제나 원수 또는 적대자였습니다. 다음이 이러한 사실을 입증해줍니다. “아합 임금이 엘리야에게 말하였다. ‘이 내 원수! 또 나를 찾아왔소?’ 엘리야가 대답하였다. ‘또 찾아왔습니다. 임금님이 자신을 팔면서까지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하시기 때문입니다.’”(1열왕 21,20)
예언자 엘리야가 아합 임금의 원수로 떠오르는 이유는?
다음 구절이 답을 줍니다. “아합은 느밧의 아들 예로보암의 죄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는 모자랐던지, 시돈인들의 임금 엣바알의 딸 이제벨을 아내로 맞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바알에게 가서 그것을 섬기고 예배하기까지 하였다.... 또 아합은 아세라 목상도 만들고 그보다 더한 짓을 하여, 그 이전의 어떤 이스라엘 임금보다 더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의 분노를 돋우었다.”(1열왕 16,31-33) 특히 다음 구절이 아합 임금의 잘못을 짧게 정리하여 전해줍니다. “오므리의 아들 아합은 그 이전의 어떤 임금보다 더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질렀다.”(1열왕 16,30)
1열왕 17-18장을 꿰뚫는 주제는?
여기 나오는 역사적 사건과 신학적 내용을 아우르는 주제를 대라면 ‘어떤 신이 비를 내리게 하는 권능의 신이냐?’입니다. ‘누가 자연을 좌지우지하는 참신인가?’ 가나안 주민들은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비를 내려주는 신은 바알 신뿐이다.’ 라고.
엘리야가 등장하면서 아합 임금에게 선포한 첫 번째 예언은?
가뭄 선포였습니다. “내 말이 있기 전에는 앞으로 몇 해 동안 이슬도 비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1열왕 17,1ㄷ) 일 년도 견디기 힘든 터에 엘리야의 예언대로 삼 년 동안 기근이 듭니다. 그러고 나서 야훼의 말씀대로, 곧 엘리야의 선언대로 “잠깐 사이에 하늘이 구름과 바람으로 캄캄해지더니, 큰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1열왕 18,45)
바알 예언자들과 엘리야의 기도에는 어떤 차이가?
사백오십 명이나 되는 바알 예언자들은 하나같이 절뚝거리며 큰소리로 바알 신을 부릅니다. 제단주위를 돌면서 춤추거나 칼과 창으로 자기들 몸을 찔러댑니다. 몹시도 시끄러우며 요란스럽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기도에는 아무런 소리도 응답도 없습니다(1열왕 18,26-29).
그러나 엘리야 예언자는 온 백성과 바알 예언자 45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저 조용히 기도합니다. “주님, 당신께서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시고 제가 당신의 종이며, 당신의 말씀에 따라 제가 이 모든 일을 하였음을 오늘 저들이 알게 해주십시오.”(1열왕 18,36ㄴ) 엘리야의 기도에는 곧바로 응답이 따릅니다. “그러자 주님의 불길이 내려와, 번제물과 장작과 돌과 먼지를 삼켜버리고 도랑에 있던 물도 핥아버렸다. 온 백성이 이것을 보고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부르짖었다. ‘주님이야말로 하느님이십니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 여러분은 어느 신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10월호, 신교선 가브리엘(인천교구 작전동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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